월간참여사회 2014년 07월 2014-07-01   1602

[특집] 대통령의 재테크? 내곡동 사저부지 헐값 매입

특집 MB의 긴 그림자

 

 

대통령의 재테크?
내곡동 사저부지 헐값 매입

 

 

장동엽 민생희망본부 간사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지난 6월 2일, 언론에는 ‘내곡동’ 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5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를 내곡동 사저 부지 헐값 매입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에 대해 또 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직후인 2013년 3월 5일, 이광범 특검의 공소사실과 김인종 전 처장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 일가를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012년 6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 등 관련자 모두를 불기소 처분한 데 이어 결국 두 차례나 면죄부를 쥐어주었다.

 

내곡동 사저 부지 헐값 매입 사건은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이 부담해야 할 사저 부지 매입 대금 일부에 국고가 쓰였다는 언론보도로 시작됐다. 청와대가 그해 5월 퇴임 후 사저 부지를 약 54억 원에 사들이면서 국고로 부담하는 경호시설 부지는 비싸게 사는 대신 이시형 씨의 개인 지분을 9억 7,200만 원 싸게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내용이다. 감정평가기관 두 곳이 책정한 감정가에 따르면, 실제 매입가 54억 원을 청와대와 시형 씨가 부담했어야 할 적정금액은 각각 33억 여 원과 20억 9,000만 원이다. 그러나 시형 씨는 11억 2,000만 원을 주고 샀으니 9억 7,200만 원 이득을 보고, 국가는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배임혐의에도 기소할 수 없는 이유

 

검찰은 2012년 1월 수사에 착수했다. 경호처가 경호시설 부지 구입에 쓰일 예산에 예비비까지 더해 국고 42억 8,000만원을 들여가며 이 전 대통령 부담분을 낮춰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시형 씨,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태환 경호처 행정관 등 관련자 7명 모두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으로 수사를 끝냈다. 당시 법조계 전반의 상식에 비추어 보면, 검찰은 관련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몇 가지 ‘특수성’이 존재했다. 그 정점에 형사 소추를 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이 있고, 이명박 정부 내내 ‘정치검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상대 검찰총장이 검찰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후 이광범 특검이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와중에 기자들과 만난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형식적으로 보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 기소하면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된다. 부담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최 지검장의 발언은 당시 법이 아닌 정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검찰의 부실 축소 수사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2년 9월 3일 국회는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10월 5일 이광범 특검이 임명됐다. 그러나 특검을 임명한 이 전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가 사건의 핵심수사대상이었던 탓에 특검의 수사는 험난하기만 했다. 특검은 현직 대통령과 그 일가에 대한 예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씨에 대해서도 서면조사에 그쳐야 했고,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을 방해하는 등 시종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 수사대상인 이 전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해 버렸다. 이렇듯 특검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몸통’은 간데없고 ‘꼬리’만 처벌

 

그러나 2012년 11월 14일, 이광범 특검이 내놓은 수사결과는 다섯 달 전 검찰의 그것과는 달랐다. 이시형, 김윤옥 씨가 불기소되긴 했지만,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태환 경호처 행정관, 심형보 경호처 부장 등 관련자 3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9월 27일 이들 모두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에 대한 판결문과 이광범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문을 종합해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사저 부지 헐값 매입과정에 적극 개입한 게 분명하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2월, 2011년 1월과 4월 적어도 세 차례 보고를 받았다. 

특히 2011년 1월에는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과 수서동 궁마을 소재 토지 2곳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011년 4월에는 김인종 전 처장과 김태환 전 행정관에게서 ‘11억 2,000만 원이 든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 때 김 전 처장 등은 국고를 최대한 끌어와 매입대금을 치르기로 한 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예산을 제외한 금액만 부담하시라’고 건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승인하며 “명의는 아들 시형 이름으로 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시형 씨는 검찰 수사 때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게 ‘큰아버지 상은 씨와 김윤옥 씨로부터 매입자금을 받으라 지시해 자신은 돈 운반만 했을 뿐’이라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처장도 2011년 12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계약 전에 내곡동을 방문했다. 대통령의 승인이 나니까 계약했다. 대통령이 돈을 투자하는데 제 마음대로 했겠느냐. 다 보고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나 아들이 이득을 얻는다는 걸 알고 매입에 관여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황은 넘쳐난다.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의 실소유주임에도 아들 이름으로 매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으며, 시형 씨가 매입자금 12억 원 중 큰아버지 상은 씨로부터 빌렸다는 6억 원 또한 이 전 대통령의 돈이 아니냐는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권력과 정치검찰의 커넥션 끊어야

 

현직 대통령과 그 일가가 청와대를 동원해 저지른 배임행위가 이 사건의 본질이다. 참여연대는 헌법상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던 탓에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웠다면, 퇴임 후라도 재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이 전 대통령 일가를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김윤옥 씨, 시형 씨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채 또 다시 사건을 덮었다. 신유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 전 대통령은 부지 매입 비용을 자세히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까닭을 “김 전 처장이 수사부터 재판까지 시종일관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얘기해 더 조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사건 수사를 맡은 서봉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특검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등을 검토한 뒤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 수사를 하려 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기록 검토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를 불러왔던 2012년 수사 때도 충분히 수사했다고 자신했던 검찰이다. 기존의 기록만 살피고도 무혐의로 결론 내릴 수사라면, 참여연대가 고발한 지 15개월이나 걸린 까닭이 더 궁금하다.

 

현직 대통령과 그 일가, 청와대의 비리, 무소불위 기소독점권을 가진 정치검찰, 수사대상인 최고 권력의 온갖 방해 속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했던 특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 없던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 우리 모두에게 남은 숙제다.

 

장동엽

민생희망본부에서 주거·부동산을 담당하고 있다. 주거 담당이라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글을 쓴 건 아니고, 올해 2월까지 행정감시센터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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