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4월 2003-03-25   492

좌담_노무현정부 개혁의 과제와 전망

‘우왕좌왕정부 개혁좌표 분명히 세워야’


참석

– 김근태 민주당 국회의원

–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전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

– 이부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사회 장윤선 참여사회 편집장

정리 김선중 본지 기자

허니문 기간도 없이 반개혁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는 노무현정부는 개혁의 신호탄을 올리고 항해하기 시작했다.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보여준 직접정치와 대북송금사건의 특검처리 등 노무현 대통령은 여론의 물결을 타고 개혁을 밀고 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라크파병문제, SK수사 이후 속도조절론 등 재벌개혁은 초장부터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정세와 노무현정부 개혁의 과제와 전만에 대해 토론을 나눴다. 편집자주

사회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3월 13일 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긴급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이라크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돌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부영 부시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정이 어떻게 나더라도, 또 영국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개전할 것이라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전투병력이 아닌 지원병력을 파병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여론 속에서 고립감을 느껴왔을 부시 대통령으로서 노 대통령의 말이 고마웠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김근태 부시 대통령은 다급한 처지에 몰렸기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다. 그것의 배경에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적인 반전여론이 있다. 부시의, 평화적으로 모든 수단과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말이 유의할만한 대목이긴 하지만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측면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요구하는 상황을 정면으로 거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얘기고 외교부 장관이 말하는 대로 공병대 파병은 젊은이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기 때문에 국회 표결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손발 안 맞는 정부, IMF위기를 잊지 말라

성경륭 SK로부터 파생될 여러 가지 위기들이 예측되고 있다. 확산 과정에 외국의 환투기 세력이 개입했다는 말들도 들려오고 이 과정이 짧을지 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위기, 북핵, 대구참사 등이 겹친 다중위기 상황에서 전화통화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었겠는가.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의 위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선에서, 우리 역시 안보를 지키는 범위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조율했다고 본다. 우리로서는 중대한 상황에서 미국에 중요한 선물을 주긴 했지만 아직 그 조건들이 받쳐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시민단체와 정당은 정부가 확보할 것은 챙겨나가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김기식 노 대통령이 당선 전과 후에 말해 왔던 당당한 외교의 서막이었던 셈인데, 성급한 지지와 동참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조차 소수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의도에 동참한다면 정작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 있겠는가. 자기명분을 훼손함으로써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어버린 꼴이다.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미국과 뒷거래를 하고 싶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국민을 살리겠다고 다른 나라 국민의 희생을 방치하는 부도덕이 과연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의 위기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만 보고 있다. 3월 13일 여야 의원들이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를 확산시켜 파병동의안을 국회가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

이부영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 전까지 두 나라는 미리 난제들이나 이견들을 상당 부분 얘기하고 만나야 한다고 본다. DJ가 취임하자마자 부시 대통령을 만나 발생했던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회담까지 시간이 없다. 그 안에 만일 이라크전이 터진다면 대단히 불리한 여건에서 만나게 되기 때문에 양쪽 다 걱정 속에서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라크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이번에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노무현정부의 1기 내각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정권은 개혁적이지만 몇몇 부처를 제외하고는 관료적 내각구성이 이뤄져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기식 경제위기 상황과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경제팀 자체가 개혁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료들 중심으로 짜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처능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SK분식회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때 이미 검찰총장을 만났고 수사초기단계를 알고 있었는데도 시장에 보내야 할 메시지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은 경제팀의 능력 문제다.

이번 사안은 이 같은 상황을 정부가 어떤 관점에서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제일 우려하는 것은 정부가 이 문제를 대우나 현대처럼 채권단을 압박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이 더 커져 도미노로 가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아니다’라고 확실히 방어벽을 세우고 SK글로벌 대주주의 문제로만 끝난다는 확신을 주었다면 이렇게 혼란이 없었을 것이다. 정확한 신호를 주었어야 했다. 내부거래나 세무조사를 유보하겠다는 발언이 과연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는가. 시장을 모른다는 얘기다. 관치경제적 시각에 갇혀 시장의 반응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부영 검찰이 SK수사를 발표한 시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확실한 주체가 키를 잡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벌여 국내외 금융계에 불안을 증폭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취임 후에 했더라면 정부의 방침으로 생각했을 텐데 정부출범 전에 누가 이 사태를 어떻게 대응할지 불확실한 시점에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SK글로벌에만 한정시킨다는 설명을 하고 수사를 진행했더라면 큰 혼란을 막았을 것이다.

재벌개혁, 속도조절론은 안 된다

김근태 경제를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이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좀 변명을 하면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정도 밖에 안돼서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다. 말이나 정책 조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IMF 사태로부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임질 부분은 분명히 책임지고 책임없는 부분은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되는 게 시장원리다. 월가의 향배는 세계경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IMF 사태의 책임이 우리에게만 귀책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큰 도덕적 해이는 한국 민간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위기가 오니까 국가가 보전하라고 하고 가산금리는 더 높이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금융자본세력의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한 분명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난 막연히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과 전문가들이 당국과 여론으로 대처할 부분을 분별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성경륭 정확한 상황인식을 하지 못한 것은 맞다. 시장에 신호를 주지 못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투자가와 투기세력을 구분해서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고 시민단체들을 국내 기업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투기세력들을 모니터해서 조기에 경보를 주어야 한다.

이부영 SK 글로벌 문제와 대북 송금 문제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정몽헌과 DJ가 (북한에) 몇억 달러 주었는지 모르지만 현대라는 일류기업의 CEO와 정부가 얘기해서 몇 억 불 씩 빠질 수 있는 기업풍토라면 어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앞으로 노무현정부는 기업의 투명성과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어렵더라도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김기식 SK에 가려 문제가 안 되고 있는 것이 은행과 금감위다. 이번 분식회계는 어처구니없게도 은행권에서 나간 부채를 0원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점검도 안 했다, 몰랐다고 하는 은행 임직원은 퇴진시켜야 한다. 알고도 덮어버렸다면 도대체 우리가 IMF 사태를 통해 무엇을 얻었다고 할 수 있나. 은행권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은행들에 대해 금감위는 무엇을 한 것인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금도 안전 위주로 가겠다는 발언을 하는 것이 과연 시장에 신뢰를 주는 선택인지 의심스럽다.

김근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이유에 대해 위기 관리를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속도조절론으로 나오고, 고건 총리가 경제부처장관을 모아 질책하는 식이 맞는지 모르겠다. 신호가 제대로 가지 못해 재벌개혁, 시장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전달되면 안 되는데 말이다. 정권을 처음 맡으니까 고무도 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잘하는 것은 격려하고 잘 못하는 것은 따끔하게 충고를 해야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잇달아 터지는 문제들에 대해 응급조치를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내각이 과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지 진단해보자.

김근태 큰 방향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시종일관 국민들의 요구는 낡은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것이었다. 믿을 수 있게 인사를 했다고 본다. 부담이 되는 것은 경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덜 불안하게끔 유경험자를 차관과 총리로 등용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불안에 대한 반론이자 다짐을 말한다면 과거 대한민국을 운영해나가는 주체는 기득권층, 정치군인들이었고 이쪽과 대응해서 민주화를 이루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노력한 세력은 배제되었다. 이들이 의사정책결정라인에 들어서게 됐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용량(capacity)자체가 확대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꼭 주의해야 할 것은 사적인 이해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책의 실패는 국민들이 봐주겠지만 부정부패는 물론이고 패거리정치에 대해서는 준엄한 심판을 받으리란 것을 의식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개혁은 필연적으로 피해자와 반대자, 비판자를 양성해내기 때문에 이를 궁극적으로 통합할 만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을지, 도덕적 신뢰가 충분한지 따져봐야 하겠다. 그래서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것이다. 추가적으로 청문회에 국무위원을 참석시켜 인사가 국민의 기대와 미래의 비전을 담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진대제 장관, 차라리 삼성전자에서 능력발휘 했어야

이부영 전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사회의 의외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진용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인기투표같은 인터넷 추천의 경우 대중의 참여를 높이고 대중이 인물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긴 했다. 하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정부 부처를 움직일 인물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의문스러웠다. 진대제 장관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용납하기 힘든 그의 흠결은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발목을 계속 잡을텐데,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것은 개인에게도, 정부에게도 어려움이고 삼성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내가 하면 흠이 아니고 남이 하면 흠이라고 보는 이중잣대다. 개혁대통령과 안정총리, 개혁장관과 안정차관에 대해서도 우려가 된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머리와 입, 손과 발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한 라인으로 갔어야 노무현 정부다운 진용을 갖추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성경륭 인터넷으로 추천 받은 인사와 지금의 진용이 90% 정도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개혁장관과 안정차관은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미국의 싱크탱크처럼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아직 한국에는 없다. 이번 검찰 인사파동이나 다른 인사 관련 논의들을 계기로 인사를 통해 전문성과 개혁성을 함께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장기 과제로 풀어야 것이다.

김기식 세대교체라는 국민들의 잠재적 욕구로 이제 한 흐름은 넘겼다고 본다. 사회부처의 개혁성과 경제부처의 보수성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정권의 전반적인 개혁 후퇴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논리는 다른 사회정책에 대한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사회정책과 차이가 있지만 전자가 후자를 압도하기 마련이다. 강금실, 김두관, 이창동 장관의 등용으로 전체를 개혁내각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이번 인사는 잘 포장이 되었지만 이면을 보면 이 정부의 노선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부영 앞으로 젊은 사장이나 장관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쪽으로 직업윤리가 바뀌어야 한다. 처음에는 불균형에서 오는 불안이 있겠지만 정부 부처뿐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서열파괴 분위기가 자리잡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관료를 대상화시키면 무력화 된다

사회 개혁세력이 관료에게 포위돼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실제로 시민사회에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근태 이부영 의원의 말대로 능력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사회구조가 자리잡으려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문화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연공서열의 역전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경제의 확장성은 그 역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고정적으로 볼 수 없다.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행정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그 개혁의 주체는 관료가 돼야 한다. 관료 전체를 대상화시키면 무력화한다. 선발해서 쓰는데 있어 조직을 존중하기 위해 안정을 강조하고 그 내부에서는 철학과 신념체계가 비슷한 관료들을 뽑아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피하다.

사회 최근 검사와의 대화에서 본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문제가 있는 개혁 현안에 대해 직접 나서서 해결의 단초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는가.

이부영 당황스러웠다. 대통령이 문제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앞으로 다른 문제가 일어난 어디라도 대통령이 직접 가지 않는다면 불만이 터져 나올텐데. 총리나 장관이나 각 위원회 의원들이 할 일을 대통령이 자임하고 나서면 중간 책임자들은 소용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 권한을 주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유일무이한 판단의 균형추다. 중심이 움직이면 전체가 흔들려버리지 않을까. 더 신중했으면 좋을 듯 했다.

성경륭 선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검찰총장에 계속 메시지를 주었지만 당시 총장은 조치를 취하지 않다. 노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골적으로 불신을 표시한 것은 이러한 배경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시도가 두산사태의 해결을 위해 장관이 달려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김기식 부작용이 있을 것 같다. 강금실 장관이 앞으로 검찰개혁에 부담을 지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재검토 문제도 건교부 장관보다 대통령이 먼저 거론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재검토해 변경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이 너무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04 총선 전에 정치개혁 이뤄야

사회 노무현정부는 개혁의 순위를 정하고 단계 별로 추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선결해야 할 개혁과제와 개혁의 딜레마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부영 부정부패 척결이나 국민통합, 지역주의 극복은 너무도 당연한 과제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개혁은 여야가 같이 추진을 해야 하는데,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정치개혁의 핵심인 정당개혁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개혁의 핵심은 지구당 개혁인데 이게 안 되면 지도부를 끌어올리는 행위 자체가 민주적일 수 없고, 정치가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될 수 없다. 공천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시점인데 총선에 임박해서 손댈 것이 아니라 선거가 끝나고 안일해질 수 있는 그때 시민단체들이 함께 들고일어나 지구당을 개혁해야 한다. 지금은 정치인들이 여야 없이 남북관계, 전쟁을 막는 일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근태 투명성, 공정성, 효율성 등과의 짝짓기는 정책노선의 차이를 가져올텐데, 투명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넓은 합의가 있어왔다. 전략적 순위를 정해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속으로는 저항하지만 이걸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자금의 한도는 인상하고 내역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준엄하게 처벌해야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다. 시민사회영역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국민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여기서 주춤거리는 사람을 지적하면서 변화를 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정당개혁은 정치생명과 직결돼 있어 어려운 문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저항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에 지구당 개혁을 말한다면 이미 지나간 얘기다. 가까워지면 절박해지긴 하는데 개선할 수 없고, 지나고 나면 좀 쉬었다 하자 이런 식이니까 안 되는 것이다.

개혁의 딜레마는 피로감이다. YS이후 10년 동안 접근방식은 다른 측면이 있지만 의약분업에서처럼 능률적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부담과 역기능이 발생하고, 이를 근거로 반대세력이 집단화될 가능성도 있다. 더군다나 새로운 인사들을 충원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정치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한나라당과 건설적인 정책경쟁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내정당화를 이뤄야 한다. 밖에서는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싸우기만 한다. 원내정당화가 되면 이번 특검제처럼 국익이 뭔지, 남북관계의 통로를 유지할지, 말지 등 싸우더라도 명분을 만들어 싸우게 된다. 그런데 원내정당화 시도를 하다 말았다. 못 할 것 같다.

성경륭 얼마 전 한 신뢰도 조사를 봤는데 정당이 3%, 시민단체가 70%였다. 늘 국민의 불신대상인 정치개혁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시기와 제도개혁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시민사회영역의 자극이 필요하고 이들과 내부 정치세력이 손잡고 가야 하지 않을까. 내부만 믿고 가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밖에 공공영역에 있어 국민참여의 통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문제, 지방의 분권화, 경제개혁이 과제다.

특히 재벌개혁에 관해서는 큰 방향의 방법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기업을 변화시키면서 경제를 살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딜레마는 여소야대다. 실제로 개혁이 DJ 때보다 더 어렵다고 본다. 개혁의 대상이 정해져있고 개혁의 효과가 널리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은 누구나 저항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기식 정치개혁과 한반도 평화가 시대적 과제인데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이다. 언론개혁도 정부가 나서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제 대통령의 권력이 민주화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뭐든지 안되면 대통령 탓이고 뭐든지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갈 것인지가 문제다.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고 법 집행에 있어서는 원칙과 룰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각 분야마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다.

개혁의 주체세력 형성 여부도 성공의 관건이다. 노무현정부는 참여정부를 내걸고 있지만 사람과 세력을 제대로 모아내고 있는 지는 회의적이다. 소수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나 비판적 지식인들조차 보수세력의 불안감과는 다른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위기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중심이 서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탓이다. 노무현정부가 얘기가 잘 통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대화통로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근태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있지만 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영역에서 국민적 의제로 만들어 국회의장이나 정개특위 위원장에 촉구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가 지나면 총선 때문에 규칙을 만들자고 할텐데 좋은 규칙을 만들려하기 보다는 의원 개개인이 유불리를 따지게 된다.

시간이 없다. 언론개혁은 어디선가 꼭 다뤄야 한다. 그동안 축적된 논의 결과가 있고 많은 제안이 있었던 것처럼 국회의장 산하에 언론발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여론의 동의를 받아서 국회에서 입법화해야 한다. 공정위의 조치 역시 여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겠다.

김선중(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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