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6월 2014-06-03   812

[통인뉴스]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0여일이 지났습니다. 

 

참여사회가 도착한 즈음이면 이미 40일이 지났겠지요. 아직도 팽목항에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통한의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저는 지난 15일 이석태 대표님과 임종대 정책자문위원장, 그리고 인권센터 사람의 박래군 소장 등을 모시고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부산하던 언론의 관심도 떠나 적막해진 항구에 노란 종이배 몇 개 접어 방파제에 붙여두고 왔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15 참여연대 임원 진도 팽목항 방문

 

뉴스에서 볼 때와는 달리,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은 차로 20여분 이상 걸리는 먼 길이었습니다. 거기서 사고해역까지는 배로 1시간 이상이라니… 그 길을 아이들과 가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이 무너지는 몸을 일으켜 매일 왕복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새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팽목항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사고해역 바지선에 찾아갔던 스님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잠수사들이 어떤 장비를 들고 들어가던가요?’하고 물었더니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빠루쇠철근으로 만든 지렛대 같은 쇠작대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참담하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이 참사의 목격자요, 유가족들을 위한 증인입니다. 우리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연 34조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하는 나라에서 세월호 참사의 구조작업에는 쇠작대기 하나만 들고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국민과 언론을 콘트롤하는 데는 고도의 능력을 발휘하는 청와대가 “우리는 재난을 통제하는 콘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대한민국호의 조타수를 자임하고 있는 힘깨나 쓰는 집단들이 하나같이 국민 탓만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1 세월호 관련 16개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9 유가족 대통령 면담 요청, 청와대 진입로 앞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렇게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미국 국민들은 단결한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탓했습니다. 박승춘 처장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 구조과정에서 정부기관들은 단결했습니까? 해경 단 한명이라도 침몰하는 배에 들어가 국민을 구했습니까? 단결해서 제자리를 지킨 어린아이들을 정부는 왜 구하지 못했습니까?

 

재벌가문인 정몽준 의원의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가 미개한 것”이라고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이니 그런 글을 올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정몽준 의원의 아들만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호의 선장과 조타수들은 오로지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때에만 “국민이 곧 국가다”라고 말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겁을 줍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의 조광작 부회장은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어째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가 비난여론에 못이 결국 부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우리 국민 중 제주도행 비행기표가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나 될까요? 비행기는 안전하기는 한 것입니까?

 

이들의 망언에서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고장난 나라에서 국민 대다수의 삶은 과거보다 더 악화될 수밖에 없고, 정부와 소수 기득권층은 가난한 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심한 말 아니냐고요?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을 틀림없습니다.

 

세계 일류기업이라고 자처하는 삼성전자조차도 산업재해를 감추기에 급급하고 역시 세계 일류기업이라는 현대자동차조차 법원의 판결을 받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사전예방이나 원인처방보다는 사후 보상이나 임기응변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겠지요.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큰 관심이 없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박근혜 대통령의 5월 19일 대국민담화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구조구난 실패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고,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경과 안전행정부 등의 잘못은 소상히 열거하면서 대통령의 책임이 무엇인지, 재난컨트롤 타워로서 청와대의 잘못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일체 밝히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겠다면서도 규제완화를 포함하는 경제혁신계획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고가 노후선박 사용연한 연장같은 규제완화조치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을 몰라서 이런 발표를 한 것일까요?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 해체, 공지윤리 강화 등 다양한 재발방지대책을 쏟아내면서도 공익신고자 보호, 언론과 표현의 자유 같이 시민 스스로 국가권력을 통제할 민주적 수단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2 시청 광장 ‘영정속에 핀 꽃’ 걸개 그림 그리기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9 시민들과 함께 ‘노란리본 만들기’ 플래시 몹

 

담화를 마친 대통령은 노후원전폐쇄 공약을 밝히는 대신 해외수출원전 기공식에 참여하러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대국민 담화 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일부 개편하였는데 군인 출신 보좌관을 교체하고 대신 정치검찰 보좌관을 유임하고 새 내각도 검찰 출신으로 앉혔습니다. 특히 모두가 지탄해마지 않던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했습니다.  비록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종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지만 그 모습은 흡사 “모든 일이 짐이 부덕한 소치로다”고 말하는 제왕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담화의 가장 큰 문제는 땜질식 대안들입니다. 유가족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범국민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하고, 여기서 재발방지대책도 유가족과 함께 마련하자고 주장하면서 서명운동을 시작한 마당에, 구조실패에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 원인도 진단하고, 책임자들을 정죄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은 유가족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대통령이 설사 담화 말미에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담화의 내용자체가 국민참여형 진상규명을 부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려고 하는 이런 식의 출구전략이 그대로 현실화된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 대상은 우리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지인이 만난 어떤 세월호 유가족은 “내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가족을 잃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재발을 막는 것은 여러분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세월호 이전과 같이 살 수는 없습니다.

 

이미 절반쯤 침몰한 대한민국 호의 선장과 조타수들은 그다지 책임감 있는 이들이 아니기에 국민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 참사의 목격자요, 증인이요, 당사자입니다. 목격자의 임무는 절대로 잊지 않는 것. 증인의 임무는 어떤 유혹에도 보고 듣고 믿는 바를 소리 높여 말하는 것, 당사자의 역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입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22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발족 기자회견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15 세월호 진산규명 천만인 서명운동

 

유가족들은 지난 5월 15일 성명을 발표하여 “단 한 명의 실종자 유실도 없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즉시 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잃어버린 국가에 대한 믿음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시작은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이고, 그 완성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유가족들은 지금 <세월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 / 책임자 처벌 및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0만 서명운동에 국민이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서명운동은 신뢰를 잃은 정부나 국회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이 아니라, 유가족과 국민들이 참여하는 범국가적이고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유가족들이 요청한 1,000만 서명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상근자들이 매일 조를 나누어 거리로 나가고 있습니다. 회원들께도 이미 메일과 문자를 통해 서명운동 참여를 요청드렸지요. 좀 번거러우시더라도 서명용지를 다운로드받아 주변의 서명을 받아 보내주시면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참여연대를 포함해 전국 620개 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는 지난 5월 17일부터 ‘희생자 추모와 신속구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등을 요구하는 주말 촛불집회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특히 국민대책회의 산하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국민참여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이석태 공동대표, 안병욱 교수(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위원장) 등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유가족과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진상규명 작업이 독립적이고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료수집과 조사, 각종 대책의 마련과 제시 등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이상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드렸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2014.5.3 시청광장 세월호 추모 노란 종이배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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