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6월 2014-06-03   768

[정치]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 이게 바로 (대통령) 명령이다.” 세월호 침몰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을 방문해 국무총리와 해경 등을 향해 외친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명령은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구조에 필요한 황금시간을 허둥대고 잃어버린 뒤 실종자 구조는 그저 시늉일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을 접하면서 ‘대통령 명령’의 공허함이 다시 떠오른다. 당초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 대개조’까지 언급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던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도대체 대통령에게 무슨 책임이 있는지 언급이 없다. 그동안 청와대 책임론을 부인하며 논란을 야기했던 청와대가 이번 참사의 전후에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그저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라는 지위를 가진 데 따른 형식적인 책임의식 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자기 성찰을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인식이 이런 정도이니 곧바로 해경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잘못된 구조체계와 무능한 공무원들에 대한 장문의 비난이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대통령 담화문만 보면 일부 정부조직이 잘못되어서 구조를 못한 것이다. 안전 기능이 이 부처, 저 부처로 나뉘어 있어서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이런 진단을 하니 해경을 해체하고 정부조직을 다시 뜯어고치는 매우 손쉬운 해결책이 등장한다.

 

대통령은 여전히 정부 조직과 무관하게 하늘 위에 존재하며 이들을 감시 감독만 하는 제3자다. 그들을 임명한 당사자가 자신이며,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만들지 못한 자신의 문제는 없다. 임명해 놓았으면 알아서 해야지, 그들의 책임까지 대통령에게 묻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소위 ‘아랫것’들의 잘못으로 불경하게도 비난의 불똥이 대통령에게 튄 것이다.

 

내각이나 청와대 개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일부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송두리째 바꾸라고 하니 한심하고 속이 터질 일이다.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총리와 내각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 인적 개편을 해도, 이는 지방선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국면전환용일 뿐이다.대통령의 눈물에 대해 ‘악어의 눈물’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배경일 것이다.

 

공안통치에 기대는 취약한 대통령

 

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정운영에서 익히 보았듯이 대통령 자신의 사고방식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담화문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대통령 자신은 과거에서 한 치도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변화를 기대하기 너무 어렵다는 비참한 현실이다.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한 날, 경찰은 정보과 형사들을 동원해 유족들을 미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대거 연행해 혹독한 사법처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난한 교사와 공무원은 끝까지 추적해 징계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공안검사와 식민지 사관의 대표자를 청와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었다. 공영방송 KBS가 청와대에 장악되어 주구 노릇을 하고 있는 사실이 잇따라 폭로되었음에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현 체제를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지속해온 공안통치를 그만둘 뜻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것은 바로 이 공안통치의 민낯이었다. 언론과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을 동원해 비정상적이고 퇴행적 사고방식을 가진 소수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다수를 향해 일방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무조건 명령에 순응하든지 아니면 조직을 떠나라는 선택이 강요된 것이다. 민주적 자율성은 철저히 훼손되었고, 상명하복과 복지부동의 문화가 팽배해진 것이다.

 

다행히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향후 예견되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으려면 공안통치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취약한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낡은 리더십의 대통령을 바꾸어야 한다.

 

이용마

‘정치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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