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6월 2014-06-03   823

[특집] 네 멋대로 해라

특집 아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네 멋대로 해라

 

 

이혜숙학부모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꿈자리가 사납고 거칩니다. 소스라쳐 일어나 내 아이의 팔, 다리를 쓸어보기를 거듭합니다.컴컴한 와중에 코끝이 닿을 정도 가까이 얼굴을 대고 들여다봅니다. 내 아이는 살아있습니다. 차가운 물속이 아니라 내 옆에 누워있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리고 죄의식이 밀려옵니다. 체육관 바닥에 아이의 시신을 기다리며 모여 앉은 유가족의 다 깨져버린 가슴이 그대로 공명합니다. 찬물 한 컵 들이켜고 다시 자리에 눕습니다.

 

지난 4.16일 아침 속보의 세월호는 단지 배였습니다. 사람들은 다 구조되었고 배는 침몰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살아서 수장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았다는 소름끼치는 현실은 감정조절 기능을 마비시킨 듯합니다. 일종의 트라우마겠지요.

 

이내 무기력감이 밀려옵니다. 아이들을 물속에 두고 잘 먹고 잘 자고, 내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사는 일상이 더없이 길고 지루합니다.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신문도 뉴스도 걷어치우고 그 많은 포털의 뉴스도 가능하면 안봅니다. 나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렇게 모른 척 있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온몸을 태워버릴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너무 억울해서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그 책임자가 옆에 있다면 아작아작 씹어 먹어버릴 기세의 분노입니다. 이런 분노감은 지난 몇 년 동안 종종 있어왔지만,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거리의 교복 입은 아이들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입에다 욕을 달고 불러대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위험천만 도로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게 애교스럽습니다. 삼선슬리퍼를 질질 끌고 불량하니 건들대는 아이들 발가락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습니다. 아이들 자체가 눈부시게 빛나는 꽃이고 아름다움입니다.

 

내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공부해서 복수하자? 아니요, 난 아이들이 자기들 멋대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른 말 듣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이 갑이다 아이야, 네가 원하는 것을 하려무나. 세상 어른들이 말하는 옳고 그름은 너희들이 지켜야 할 준거가 아니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규칙대로 원하는 대로 하려무나. 그게 갑중의 갑이다!

 

아이들에게 배울 줄 모르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어른들이 제대로 아는 게 있느냐하면 그렇지도 않단다. 돈과 경쟁, 권력과 더러움에 익숙해진 어른들은 너희들의 발끝도 쫓아가지 못한다. 아이들아, 너희들이 세상을 배우고 부풀어 오르고 활개 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너희들 날개깃을 가위질 하는 게 어른들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너희들을 믿을 테니 정말 너희들 마음대로 살려무나. 진짜로 네 멋대로 하려무나.

 

이혜숙

아이들 급식을 위해 10년 넘게 운동해온 희망먹거리네트워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이둘을 낳아 기르다보니 내입에 들어가는 먹거리만 관심있다가 지금은 아이들먹거리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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