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3월 2003-02-25   1481

꿈봉투를 만들자!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붙잡고 있던 엄마 손을 놓고 선생님 앞으로 달려가 줄을 서서 앞줄 뒷줄 맞춘 후에, 흘긋흘긋 연신 뒤쪽을 돌아보며 혹시 엄마가 나만 남겨두고 집에 가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던 초등학교 입학식. 3월호 독자 수다방엔 초등학교 선생님 세 분을 모셨다. 홍의표 서울 창신초등학교 선생님, 김재숙 서울 신길초등학교 선생님, 채성희 인천 인동초등학교 선생님. 약속시간 20분 전, 채성희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제 친구 교사 2명과 함께 갈게요.”

이번 호 수다방엔 ‘게스트’도 초대됐다. 고경아, 이진희 선생님 두 분은 본지 독자는 아니나 교사로서 이 수다방에 동참하게 됐다.

김재숙 : 제가 교사생활한 지 12년 됐는데요. 10년 전과 참 달라요. 졸업생들에게 졸업메달 나눠 줄 때도 후다닥 줘야지 시간 끌면 싫어해요. 홈페이지를 보니까 지들끼리는 벌써부터 보구싶다 친구야! 그러면서 내 얘기는 하나도 없는 거 있죠. 애들이 날 소외시켜요.

고경아 : 졸업식장에서 슬퍼하는 애들 못 봤어요. 오히려 교사들이 우는 걸 봤지요.

홍의표 : 요즘 애들이 정을 깊이 들이지 않아요. 그런데 그걸 나무랄 수는 없지요. 제가 교사라고 하면 첫인사가 요즘 애들 가르치기 힘들지 않냐예요. 그럼 전 이렇게 말해요. 친구라면, “너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 잘 들었냐?” 하하. 요즘 아이들이라고 딱히 달라진 게 아니라 저희가 어른이 되어 애들을 보니까 문제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김재숙 : 요새 애들은 놀이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혼자든, 친구를 만나든 모두 컴퓨터게임을 하니 같이 노는 문화가 없죠. 인터넷을 없애야 사람에게 관심 가지려나.

이진희 : 요즘 부모님들이 학교교육을 믿지 못하는 문제를 좀 얘기하고 싶은데요. 제가 아무리 알아서 가르친다고 해도 학원에 꼭 보내세요.

채성희 : 학원 보내지 말라고 해도 옆친구가 가니까 안 갈 수 없는 형편이 되는 것 같아요. 전 아이들에게 워낙 개인주의 문화가 심하니까 공동체문화를 심어주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에요. 아이들에게 꿈봉투를 나눠주고 1년 동안 실천해보자고 해도 아이들은 시큰둥하지요.

홍의표 : 전 교사들이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정한 교육철학을 갖고 아이들과 만나면 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 잘하는 어린이보다 남의 삶에 관심 갖고 어려운 이웃 돕는 어린이가 훨씬 훌륭한 거라고 강조하고 아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교사들이 꿈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역시 선생님 다섯이 모이니 아무리 다른 얘기로 가도 다시 화제의 중심은 아이들에게로 와 있었다. 역시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모양이다. 선생님들에게 그래도 『참여사회』에게 한마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억지질문을 던졌다.

채성희 : 죄송합니다. 오기 전에 부랴부랴 읽었는데요. 『참여사회』도 그렇고 전교조에서 나오는 『교육희망』도 그렇고, ‘사회의 우울’을 중심으로 다루니까 읽으면 기분이 좀 그래요.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따뜻한 이웃의 감동을 보고 싶기도 해요. 웃기는 코너도 좀 마련해주세요.

홍의표 : 『좋은생각』이 왜 잘 팔리냐면 너무 따뜻한 얘기가 많아서 그래요. 이 세상을 열심히 아름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감동적이겠지요.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 그런지 선생님들의 표정은 밝았다. 물론 반편성을 마치고 화급히 달려온 채성희, 고경아, 이진희 선생님은 피곤에 지쳐 보였지만. 3월 4일 고사리손과 더불어 1년을 시작할 이진희 선생님은 처음 1학년을 맡게 된 소회를 이렇게 전달했다.

이진희 : 솔직히 겁나요. 그렇지만 새로 시작하는 어린이들과 다시 시작한다는 상큼한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시끄럽게 떠들고 집에 가겠다고 아우성칠 아이들과 하루 4시간, 1년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장윤선(참여사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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