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2월 2003-02-06   711

청소년 예산은 청소년에게 쓰라!

참여연대는 1999년 사회복지법인 ‘상희원’이 서울시 수서청소년수련관을 위탁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금횡령 사건에 대해 서울시에 시민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직원으로 일하던 조성열 씨의 공익제보로 세상에 드러난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 청소년 시책의 문제점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 수련관의 운영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었을까.

참여연대 예산분석팀(팀장 윤주영 세무사)은 지난 해 말 ‘서울시 청소년 수련관 예산 및 운영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정부 예산에 대한 시민감시활동의 하나로 회계사와 세무사들이 중심이 돼 ‘서울시 청소년 수련관 예산 분석팀’(이하 예산분석팀)을 꾸려 연구해온 성과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수련관 운영은 알아서 해라?

서울시는 2005년까지 각 구에 청소년 수련관을 하나씩 짓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2002년 9월 현재 이미 강북, 노원, 서울, 보라매, 문래, 목동, 수서, 중랑 청소년 수련관 등 8개가 운영되고 있다. 예산분석팀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수련관들에 대한 자료를 얻어냈고 서울시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법규 등을 활용해 2002년 초부터 분석에 들어갔다. 최종 분석 결과 예산분석팀은 서울시 청소년수련관 예산과 운영실태에 대해 크게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예산운용의 면이다. 예산분석팀은 청소년 수련관 건립이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소년 수련관에 지원되는 예산은 오로지 건물과 부대시설을 짓는 데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운영비는 각 수탁자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 이에 각 수련관은 재정 마련을 위해 청소년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둘째, 수탁자와 위탁자의 관계 문제다. 예산분석팀은 “청소년 수련관이 있는 곳은 자치구인데도, 서울시가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사업추진과정에서 지역 청소년 및 주민들과의 밀착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탁자를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바꾸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또 수탁자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에 청소년과 해당 자치구의 시민단체나 주민대표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탁자를 선정할 때 지역 청소년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수탁자의 사업계획이나 운영과정도 지역과 밀착한 내용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프로그램의 문제다. 청소년 수련관을 위탁받은 주체들은 체육 프로그램이나 교양 프로그램, 사교육적 성격을 갖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수련관 설립 취지에 맞는 청소년 수련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비중은 낮은 실정이다.

서울 봉화중학교 전재란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활동을 할 때 공간 부족 등으로 애로가 많다.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댄스나 풍물, 연극 등의 활동을 하는 데 학교의 제한된 공간은 늘 문제가 된다. 청소년수련관 등과 연계가 되어 공간문제만 해결되어도 바랄 게 없겠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별활동에서 현직교사의 한계는 분명하다. 프로그램의 교류가 필요하지만 학교와 지역 청소년수련관이 서로 미루는 것 같다. 전시성 예산 집행이 아니라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2001∼2002년도 서울시 청소년수련관 대상별 이용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표1에서 보는 것과 같이 보라매, 서울, 중랑 청소년수련관이 다른 지역보다 청소년 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시설물의 차이 때문이다. 수영장이나 체력단련실 같은 시설을 갖춘 곳은 수입 증대와 시설 이용 확대를 위해 청소년 이용률이 낮은 시간대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청소년 이용 비율이 낮다.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청소년수련관들이 청소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주부들이 친목을 도모하거나 교양을 쌓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수련관과 지역 학교들과의 연계가 부족해 낮 시간에 대부분 건물이 비어있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 위원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소년 관련 사업들에 기득권이 있는 일부 청소년단체들만 청소년수련관 위탁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수탁자 선정과정에서부터 감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감시의 한계

예산분석팀은 이번 예산 감시 활동에 대해 몇 가지 한계를 인정했다. 애초에 예산분석팀은 서울시가 위탁관리하고 있는 8개 청소년수련관의 2001∼2002년도 사업계획서, 사업실적 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서울시는 사업실적보고서는 개별 수련관에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업계획서만 공개했다. 이에 따라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부족해 이용자 수나 프로그램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산분석팀의 장용창 회계사는 “감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수증과 전표 등의 원시자료를 봐야 하는 데 시민들은 원시자료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감사에 한계가 생긴다. 정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정부 예산이 사용되는 모든 곳을 제대로 감사할 수 없지만 관심 있는 시민들을 모집해 감사활동을 하게 한다면 정부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도 청소년수련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소년수련관 운영을 독점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는 경우다. 97년 설계심사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구리시 종합문화회관은 결국 지역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설립이 백지화된 뒤 구리청소년수련관으로 99년부터 다시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구리시와 지역 주민, 청소년들이 건물설계과정부터 의견을 모아 함께 수련관 건립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구리시청소년수련관설치및운영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시민들과 청소년들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애초에 계획됐던 민간위탁 대신 구리시가 공익법인을 만들어 청소년수련관 운영을 위탁한 것이다. 시가 주축이 되어 시청 공무원과 시의회 의원, 청소년전문가로 법인이사회를 구성해 수련관을 운영할 직원을 뽑는 것이다.

안양시 청소년 수련관은 여러 청소년 수련관 중에서 청소년 중심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 교육사업팀 박영미 씨는 “안양시만 보더라도 1990년 이후 전체 예산에서 청소년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로 낮다. 그나마 수련관이 생겨 예산이 점차 늘고 있기는 하다”며 청소년수련관 뿐만 아니라 청소년 사업 전반에 대한 예산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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