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2월 2003-02-06   950

당당하게 삽시다!

2월 25일 제16대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 씨는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긴다. 낡은 정치 청산을 모토로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를 승리로 이끌었던 바보 노무현. 그가 개혁정치를 제대로 펼 수 있을까. 길가에 널린 ‘개혁 걸림돌’을 보며 국민들은 좌불안석이 된다. 오늘 수다방에 모신 손님들 역시 그에 대해서는 한 말씀(?) 올릴 게 많은 하위직 공무원들이다. 신혜경 씨(33세·하계동사무소 사회복지직 공무원 9급), 임철중 씨(35세·철도청 기능직 공무원 9급), 허필두 씨(39세·관악구청 세무직 공무원 8급). 하루종일 겨울비가 내리다 잠시 멎었던 지난 1월 18일 금요일 저녁, 그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의 우산을 들고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 허필두 : 전 사회당 지지자지만 노무현 아저씨한테 거는 기대가 커요. 저와 같은 하위직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죠. 공무원노조 인정하고, 다면평가제 도입했으면 해요.

▶ 신혜경 : 우리 동은 선거 끝난 후 또다시 정치에 무관심해졌어요. 월급 오르는 것에 관심이 많지요. 올해 총액기준 5% 올랐거든요.

▶ 임철중 : 철도청은 분위기가 좀 달라요. 우린 민영화가 걸려 있잖아요. 반노, 비노성향이 많았는데, 노무현 씨가 철도민영화에 부정적으로 표출하니 바로 분위기 바뀌데요.

▶ 허 : 전 ‘성실한 술꾼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처음 성골 아니면 끝까지 배척당하는 ‘안면행정’ 정말 없어져야 해요. 공무원노조 합법화 돼서 하부에서부터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합니다.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도 반드시 도입돼야 하구요.

▶ 임 : 오늘 수영장 갔다오는데 경찰이 밑도끝도없이 갑자기 신분증을 달래요. 당신이 누군줄 알고 내가 신분증을 보여주느냐고, 이름과 소속을 대라고 그랬어요. 아직까지 기본이 안돼 있는 사회인 거죠. 예측가능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이 있습니다.

▶ 신 : 전 복지 일을 해서 그런지 딴 것보다도 복지공약을 제대로 이행했으면 합니다.

굉장히 깊숙한 정세토론을 벌여 ‘오늘의 수다’는 판타지 다이내믹 보다는 한 ‘진지’ 하는 수준으로 가는구나 싶었다. 그 찰나 갑자기 화제가 바뀐다. 허필두 씨의 영향이 크다.

▶ 허 : 결혼은 코드가 비슷한 사람과 하세요. 집사람과 생각하는 기준에 차이가 많이 나니까 좀 그렇더만요. 1월호 『참여사회』에서 전 그 ‘딱총닷컴…’ 얘기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참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뭐 그런 생각 들었어요. 당당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가… 그게 언제나 고민이지요.

▶ 신 : 전 언제나 뒷쪽부터 읽는데요. 이번 호는 오늘 참석 때문에 부랴부랴 다 읽었지요. 개인적으로 윤도현밴드 팬인데, 박태희 씨가 이런 면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더라구요.

▶ 임 : 전 하도 여러 단체에 가입해서 기관지가 많이 오는데요. 솔직히 다 못 읽어요. 『참여사회』는 아직 봉투도 못 뜯었어요. (편집장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자) 그래서 안나오려고 그랬잖아요. 하도 끈질기게 나오라고 하길래…. (볼멘소리가 터졌다.)

▶ 허 : ‘독자 술 먹는 모임’ 이런 거 한번 만들면 어때요? 삶은 유한한 건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아도 못하는데 남 눈치 보고 사는 게 얼마나 치사해요. 역사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전 포르노그라피와 성인영화, 표현의 자유를 사랑하는 자유주의자예요. 정말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뤄졌으면 해요.

▶ 임 : 2002년은 희망의 씨앗을 심은 해였다고 봐요. 싹 트고 열매 맺게 하는 건 이제 시민단체와 시민이 해야지요. 희망의 씨앗이 죽지 않게 보살피고 가꾸는 2003년 만들어요.

▶ 신 : DJ정부 때 전교조 합법화 했듯이 노무현정부는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모듬포에 생맥주 500CC 두 잔이 금방 떨어진다. 마감만 아니라면 ‘한 고푸’ 더 하는 건데. 우리 시대 ‘말단’ 공무원들의 소박한 마음이 참으로 정감있게 전달되는 밤이었다.

장윤선(참여사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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