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뉴스] 살아있는 비선 예산, 실현되지 못한 시민예산

 

살아있는 비선 예산, 실현되지 못한 시민예산

많은 아쉬움 남긴 채 통과된 2017년 예산안

 

 

 

글. 김용원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지난 12월 2일 국회에서 2017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최초로 400조가 넘은 예산 덕분에 ‘슈퍼 예산’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액수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슈퍼 예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요한 문제점을 남긴 2017년 예산안으로 그런 기대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삭감에 그친 ‘최순실 예산’

가장 큰 관심사였던 ‘최순실 예산’의 크기는 언론에 드러난 것만 약 2,700억 원에서 5,2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이는 약 1,200억 원 삭감되는데 그쳤다. ‘최순실 예산’의 대표사업으로는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이 사업은 2016년 약 900억 원 규모로 시작되어 2017년 예산 요구액이 약 1,2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으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 허브화 등이 제시되었지만 사업의 실체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컨텐츠 인재 양성기관이라는 명목하에 34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립한 문화창조아카데미의 수강생은 단 45명뿐이었으며, 2017년에는 이와 관련하여 309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내용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이동식 차량으로 비빔밥을 제공하고, 아이들에게 ‘늘품체조’를 가르치며, 모자보건을 개선한다면서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산모에게 보여주는 사업을 누가 정상적인 국제개발협력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절반도 채 깎이지 않은 ‘최순실 예산’과 달리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대비해 4천억 원 가량 증가한 예산이 있다. 바로 SOC 예산이다. 흔히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인 SOC 예산은 소리 소문 없이 늘어났다. 실제 국회에서 예산안이 심의되는 과정에서 감액은 국회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증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 진행될 수 없다. ‘최순실 예산’을 적게 삭감하는 대신 개별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은 증액하는 것으로 양쪽이 합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또한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나라예산네트워크에서 국회에 청원한 ‘시민이 선정한 10대 문제 사업’의 예산 삭감은 매우 미약했다. 나라예산네트워크는 온라인 시민 투표를 통해 선정한 10대 문제 사업에 대해 7,660억 원 삭감을 요구했지만 770억 원이 삭감되는 데 그쳤다. 시민이 선정한 10대 문제 사업은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되었던 코리아에이드 사업, 새마을운동 ODA 사업, 4대강 사업 관련 수자원공사 지원 등이 주된 사업이었으나 국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직무정지를 위해 참여연대가 전액 삭감을 청원한 청와대 예산 약 1,800억 원 대해서도 28억 원만 삭감했다. 청와대 예산 중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146억 원 가량은 용처가 불분명한 말 그대로 대통령의 쌈짓돈임에도 약 7억 원 삭감되었을 뿐이다.

 

통인뉴스-김용원

 

법인세율 정상화, 이번에도 달성 못해

이번 예산안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받았던 것은 법인세율 정상화였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이 성립되면서 야3당이 공통적으로 주장했던 법인세율 인상은 이번 예산안에서 주요 쟁점이었다.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조세 관련 논의에서 상식으로 통용된다. 게다가 1998년 이후 국민경제에서 기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법인세율 정상화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필요한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결국 법인세율 정상화를 달성하지 못했다. 대신에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확보(1조 9천억 원 중 8,600억 원)하고,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신설(과세표준 5억 원 초과 시 40% 세율 구간 신설)했다고 하지만 법인세율 정상화 실패를 덮기에는 미흡한 결과다. 

아쉬움이 가득한 2017년 예산안이지만 그럼에도 400조라는 돈이 적재적소에 쓰인다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절감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2017년 예산의 70% 가량을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밝혔으며, 2017년 예산안이 통과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내년 예산의 추가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400조가 어떻게 쓰이는지 꾸준히 감시하고 문제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국회가 자신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여연대 또한 계속해서 예산이 적절히 사용되는지 감시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