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4월 2014-04-07   2338

[특집] 한국 사회의 빈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한국 사회의 빈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수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참여사회 2014-04월호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시간을 되돌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경제를 두고 시간을 되돌려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면 언제로 돌아가야 할까? 소득 양극화라는 심각한 문제가 싹트기 시작한 때는 외환이기 이후이다.”

 

1% 대 99%의 소득 양극화, 빈곤의 다른 이름

 

소득 양극화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빈곤의 다른 이름이다. GDP가 성장하는 만큼 한국 경제의 규모도 커지고, 전체적인 삶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소득 층위 맨 꼭대기층 사람들과 맨 아래층 사람들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굳이 맨 꼭대기층과 맨 아래층을 비교할 필요도 없다. 맨 꼭대기층과 그 꼭대기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1% 대 99%의 사회로 가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다층적이고 구조적이다. 개인 간의 연봉 차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기업과 가계 사이에 양극화가 발생한다. 기업 내에서는 다시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발생하고, 기업 간의 격차는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이렇게 종적으로는 기업과 가계, 횡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양극화가 진행 되고 있다. 그래서 꼭대기에는 재벌 대기업이 존재하고 아래에는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자영업자와 같은 근로 빈곤층과 실업자들이 존재한다.

 

기업 vs 가계, 노동자의 양극화 심화

 

이러한 다층 구조의 양극화 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기업과 가계, 기업과 노동자의 격차 확대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997년까지는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증가율이 동일하다가 이후 둘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생산성이 1% 늘어날 때 실질임금의 상승을 보여주는 실질임금 생산성 탄력을 살펴보면, 1981년부터 1997년까지는 0.76이었으나 1997년 이후 2010년까지는 0.59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생산성이 1만큼 증가하면 노동자의 임금이 0.76만큼 증가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0.59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생산성 증가분은 어디로 갔을까? 기업은 생산성이 늘어나는 만큼 이익을 거두지만,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몫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2000~2010년 연평균 기업소득 증가율은 25.5%에 달했지만, 가계소득 증가율은 5.7%에 불과했다.

 

참여사회 2014-04월호
출처 : 『리셋코리아』, 정태인 외, 2012, 미래를소유한사람들

 

양극화를 초래한 신자유주의 정책

 

이러한 양극화는 외환위기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에서 금융까지 모든 시장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경제 주체 간의 격차를 확대시키고 이는 필연적으로 소득 양극화를 가져온다.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는 ‘부채를 통해 부족한 소득을 메울 수 있다’거나 ‘기업이 잘 되면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성장의 성과가 노동자와 가계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은 금융시장 개방, 부채와 거품 경제, 수출 중심 성장, 고환율,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감세 등의 정책으로 나타났다. 친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참여정부, 국민정부에서도 이런 정책들이 실시되었다.

 

참여사회 2014-04월호

○금융시장 개방, 가계부채와 자산거품 조장 

 

1998년 외국인 주식 지분 소유 제한이 철폐되고, 자유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서 금융시장은 완전히 개방되었다. 이는 외국자본의 유출입 심화와 이는 경제 전반의 불안전성을 가져왔다. 또한 외환위기 후 은행들의 매각과 통폐합 과정에서 늘어난 외국인 소유의 은행들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영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업이 아니라 가계를 중심으로 한 소매영업이 본격화되면서 가계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자산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었다. 정부 역시 신용카드 발행 확대, 주택담보대출 확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건설경기 조성 등의 정책으로 이를 방조했다. 소득은 정체되고, 경제는 침체되자 건설 경기와 주택 경기 호황이라는 거품경제를 만들어냈다. 국민들의 소득을 올려주는 대신 빚을 늘려주고, 그 빚으로 집을 사게 하여 경제를 굴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수출중심 성장, 고환율, 노동유연화

 

외환위기 이후 살아남은 재벌 대기업은 국내적으로는 노동 유연화를 통해 임금 비용을 줄이고, 국외적으로는 상당 부분의 생산 기지와 하청 관계를 해외로 돌리면서 수출을 확대하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정부는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의 수출을 도왔다. 고환율은 수출 물건의 값은 싸게 해주고, 수입 물건의 값은 비싸게 만든다. 대기업은 싸게 물건을 판매해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되지만, 정작 국내의 국민들은 수입 물가의 상승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 또한 1987년 이후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확보해왔던 각종 노동 보호 장치들을 모두 해체해 대기업의 노동유연화를 도왔다. 2011년에는 구조조정촉진법 도입으로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쉽게 만들었다.

 

○부자를 위한 법인세, 소득세 감세

 

감세 정책은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됐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2억 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을 13%에서 10%로 낮추고, 2억 원 초과에 대해서는 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었다. 소득세는 각 구간 별로 최소 8%에서 최대 35%에 달하던 것을 각각 2% 낮추었다.

 

정부는 법인세를 감세한 만큼 기업의 투자가 늘고, 소득세를 감세한 만큼 소비가 늘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는 늘어나지 않았다. 1980년대 기업의 한계투자성향은 0.94로, 기업의 소득이 1억 원 늘어나면 투자는 9,400만 원 늘어났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0.29로 급락했다. 정부가 아무리 기업의 세금을 깎아 줘도 그 중의 29%만 투자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법인세 최고 등급, 소득세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도 안 된다. 1%를 위한 감세를 해주고, 경제 활성화를 바라느니 나머지 99%의 소득을 올려주거나 복지를 확대해 전체 소비를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가계를 부유하게 하라, 소득주도 성장이 해법

 

그렇다면 양극화를 해소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1%와 99%가 가진 몫의 불평등이 심해서 문제라면, 1%가 가진 것을 99%에게 나눠주면 된다. 이를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단순한 해결책은 임금 상승이다. 노동하여 먹고 사는 모든 이들의 생활에서 기본이 임금이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생산성 상승만큼 실질임금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적절한 증세 방안이 결합되어야 한다. 소득이 증가해야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어야 내수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2012년 『리셋코리아』를 출간하여 한국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글은 『리셋코리아』의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

 

이수연 『협동의 경제학』 공저자. 협동조합 팟캐스트 <공존공생> 진행자. 참여연대 회원. 공부와 연구를 통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도록 하는게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노력 중이다.

 

2014. 4월호 특집 – 빈곤과 자살

09 특집 ‘자살’이라 쓰고 ‘사회적 타살’이라 읽다 이선희

12 특집 한국에는 빈곤이 없다고? 신명호

15 특집 한국 사회의 빈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수연

18 특집 세 모녀는 복지로 구제받을 수 있었을까? 문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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