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8월 2001-08-01   1000

대형할인마트 불매운동 나선 군산시민들

시민편익 접고 지역경제 살리기에 한목소리

전북 군산은 금강 하구를 끼고 충남과 인접한 인구 28만의 도농 통합도시다. 지리적으로 외진 관계로 도시 성장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금강 하구와 서해, 너른 평야를 갖춘 천혜의 자연환경에 번잡하지 않아 사람들이 정 붙이고 살기에 좋은 고장이다. 이 평화로운 군산에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할인점 이마트가 2001년 4월 개점했다. 프랑스의 거대 다국적 유통기업인 까르푸도 1만3000여 평의 터에 건축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황이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탓에 시장의 규모가 작고 상인들도 영세하다. 따라서 할인점들의 잇단 입점 소식에 재래시장과 영세상인들의 위기감은 대단하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대형할인점들의 실체가 드러나자 사람들은 두번 놀랐다. 그토록 빨리, 쉽게 들어온 데 놀랐고, 엄청난 규모에 놀란 것이다.

절박해진 지역 소상인들은 지난해 10월, ‘대형할인마트 진출저지를 위한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영세상인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유통상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분을 내걸었고, 지역 시민단체들도 합세했다. 홍보도 하고, 집회도 하고, 대책을 같이 논의하기도 했다. 군산 이마트측과도 협의를 했지만 뚜렷한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4월 이마트는 개점했다. 합법적으로 개점한 이마트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시민들의 동참 아래 진행되는 불매운동밖에 없었다. 대책위는 불매운동본부로 간판을 바꿔달고 정기집회 개최와 홍보 강화, 재래시장의 현대화 및 특성화 등을 실행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매주 토요일마다 300∼1000명이 참여하는 주말집회를 열고 열띤 홍보활동을 벌인 결과, 개점 초기 하루 6억 원대에 이르던 이마트의 매출액이 현재는 5000∼8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불매운동 초기에는 소비자의 편의와 영세상인들의 생존 및 지역경제 보호라는 두 가지 이익이 충돌해 많은 논쟁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마트의 초대형 규모로 말미암은 지역경제 파탄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었다.

이제 시민들은 집회하는 사람들 보기 미안해서도 이마트에 가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재래시장의 상인들도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 상인들은 조명 개선, 청결 유지, 난잡한 점포 정리, 불편함 설치, 친절 앞치마 착용, 불량품 환불대 설치, 시장 내 쉼터 설치, 상인 실명제, 정기 할인행사, 문화행사 유치 등에 힘쓰고 있다. 관청에서도 주차장과 공중화장실 설치 및 개보수 등의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군산의 대형할인매장 불매운동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주어 원주, 이천, 청주 등 여러 도시에서 견학을 요청해오고 있다. 이들은 공동으로 올 가을 정기국회에 중소도시의 대형할인매장진출제한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권태홍 차여자치군산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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