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3월 2006-03-01   937

친환경 울진의 미래를 기대한다

원자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인 경상북도 울진에서는 지난 여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린 농업관련 엑스포로 28개국이 참여하고 25일의 행사기간 동안 68만 명이 찾는 성과를 올렸다. 원자력발전과 친환경농업 모순되어 보이지만 원자력발전소로 시작된 반핵운동과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원전과 반핵운동

울진의 반핵운동은 역사가 깊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충격으로 전세계적으로 원전 반대운동이 일어났을 때 울진에서도 반핵운동이 시작되었다. 환경운동연합의 김혜정 사무총장도 울진의 반핵운동을 통해 처음 환경운동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88년 대학 재학 당시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울진반핵운동청년협의회를 창립하며 환경운동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80년대 후반 시작된 울진의 반핵운동은 지금까지 20여 년 간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91년 울진을 핵폐기장 후보지 가운데 한곳으로 선정하자 주민들이 20여 일 동안 집중적인 반대운동을 펼쳤다. 94년에는 5월말부터 6월까지 지속적인 시위를 통해 과학기술처로부터 핵폐기장 설치 철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1년에는 울진 원전 7, 8, 9, 10기가 추가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청 앞 철야농성, 서명운동, 서울 명동성당 앞 농성, 울진 원전 앞 수요집회 등을 1년 넘게 계속했다. 울진이 핵폐기장 4개 후보지에 포함되자 2003년 1월 9일 군수와 군의원, 사회단체 대표 등 100여 명이 울진원전반대범군민대책위를 발족하기도 했다. 또 최근 방폐장 설치와 관련, 지자체에서 유치동의안이 부결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 지역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키려는 운동 또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울진에는 산양, 매, 담비, 삵, 노랑무늬 붓꽃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이 95%인 왕피천 유역 일대 102.84㎢ 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녹색연합, 울진참여자치연대 등의 활동으로 지난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단일 보전지역으로는 국내 최대규모로 2002년 지정된 동강의 1.6배 규모이다.

이규봉 울진참여자치연대 운영위원은 이 지역의 시민운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울진은 반핵운동 덕분에 군 단위의 시민운동이 비교적 활발합니다. 반핵운동 이외에도 울진참여자치연대는 지방의원들의 관광성 외유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최초로 제기했고 울진군수의 판공비사용내역 청구소송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기본권리 지키기 운동의 일환으로 FM 청취권 확보운동을 벌여 기지국 설치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왕피천 여름생태학교를 전교조 울진지부 등과 함께 7회에 걸쳐 열었고 녹색연합과 연대하여 왕피천 생태조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왕피천의 자연을 파괴하는 댐 건설과 온천 개발을 반대하는 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습니다.”

친환경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미래

그는 원전이 울진을 지켜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울진의 인구는 지금 5만 3,000여 명으로 2003년 6만 3,000여 명이었던 인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많이 줄었습니다. 농촌인구의 감소가 울진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원전 건설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입되었던 인구가 다시 빠져나가면서 최근에 급격히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원전 건설 중에는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지역주민들은 단순건설노동자로 잠시 고용 될 뿐 완공되면 곧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 원전이 더 많이 지어져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추가 건설을 해도 일자리는 임시적일 뿐 그것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것은 대부분 외지인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시민운동이 이런 현실을 알려야 합니다. 원전 건설 지원금이 들어오지만 설비 투자 등에 사용될 뿐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세운 편의시설들도 직원아파트 근방에 설치되어 직원들이 이용할 뿐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울진은 해안선이 82㎞, 총면적 989㎢에 임야가 86%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반농·반어 지역이다. 그렇지만 원전 건설 이후 생겨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울진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유통에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규봉 운영위원은 울진의 시민운동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고 했다.

“울진의 반핵운동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울진을 만들자는 고향 지키기 운동입니다. 반핵운동을 위해서는 핵의 위험성을 부각해야 하지만 그것은 지역 이미지를 해칩니다. 그러나 진실을 숨길 수 없다는 데에 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운동이 ‘환경을 지키는 울진’입니다. 친환경농업과 깨끗한 바닷가, 왕피천 등 울진에는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자연환경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생존의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친환경농업과 천혜의 자연환경은 원전으로 생긴 어두운 이미지를 극복하고 지역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울진의 최후의 승부수다. 다행히 울진군도 친환경농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치단체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울진의 새로운 미래가 기대된다.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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