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7월 2001-07-01   405

별들의 전쟁 멈춰라

미국 NGO들이 부시정권에 나린 경고장

미국의 NGO들은 부시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계획(MD)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벌어진 집회에서는 "군비경쟁을 멈춰!"라는 함성이 터져 나올 정도. 미국 현지에 집회에 직접 참가했단 한 활동가로부터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듣는다.

우주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과욕이 미사일 방어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새로운 군비경쟁을 반대하는 미국 시민들의 목소리도 전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현지시각)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는 전국 40개 주에서 모인 500여 명의 평화운동가와 시민들이 미사일 방어계획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Stop the New Arms Race(새로운 군비경쟁을 즉각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피스액션(Peace Action), 피스링크(Peace Links),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회(Physicians for Social Responsibility), 20/20 비전(20/20 Vision), 새로운 방향을 위한 여성행동(Women’s Action for New Directions) 등의 단체가 함께 주최하였으며, 백악관 앞 집회를 시작으로 토론회, 국회의원 방문, 기자회견 등 3일 간의 행사로 이어졌다.

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10일 오후 2시,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이들은 ‘평화공원’이라 부른다)에는 미사일 모양의 대형 풍선과 연단, 방송장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위도 잊은 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워싱턴 DC에 도착한 여행복 차림의 참석자들이 각종 피켓과 종이뭉치를 든 채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누가 당신더러 우주전쟁 꿈 꾸래?”

보스턴에서 막 도착한 한 활동가는 “이번 시위는 동부, 특히 워싱턴 DC에서 미사일 방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시위”라면서 “지금은 1981년 레이건 정권의 강경 정책에 맞서 전국적으로 반전운동의 불길이 타오른 지 20년 만에 미국 진보운동이 다시 상승곡선을 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2시간 동안 가수들의 노래와 군국주의자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만담, 학생들의 공연, 18명에 이르는 각 단체 관계자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미사일 방어계획은 허황하기 이를 데 없으며 새로운 군비 경쟁을 불러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피스를 대표해 나선 고든 클락 씨는 백악관을 가리키며 “어느 누가 저 사람을 말도 안 되는 우주전쟁의 꿈을 꾸라고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습니까? 누가 저 사람을 우리 혈세를 털어 끔찍한 군비경쟁을 하라고 저 자리에 앉혀 놓았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여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저녁 5시, 국회의사당 근처 감리교 건물에서는 전국의 평화운동가 50여 명이 둘러앉아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그 동안 지역에서 꾸준히 평화운동을 벌여온 활동가들도 많이 참석해 이번 행사를 주최한 워싱턴의 주요 단체들과 약간의 견해 차이를 빚기도 했다. 지역의 활동가들은 워싱턴의 단체들이 NMD(national missile demand 국가미사일방어) 문제만을 부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 배경에는 TMD(theater missile demand 전지역미사일방어) 계획에 찬성하며 단지 NMD 계획의 기술적 문제와 비용만을 문제삼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사일 방어계획에 총체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평론』에 글을 실어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칼 그로스만 교수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란 실제로 우주적인 ‘공격’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말에 불과하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미 그들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가져온 많은 자료를 공개했다.

전지구적 연대로 미국정부의 전횡 막자

우주의 군사화와 핵무기를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의 부르스 가그넌 씨는 “우리의 진정한 힘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국회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의 삶터로 돌아가 사람들을 조직하여 그들로 하여금 국회의원을 압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을 위한 국제행동센터(Global Re-source Action Center for the Environ-ment)의 앨리스 슬레이터 대표는 자유발언을 통해 “우리가 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전지구적인 연대의 힘이다. 나는 필리핀의 한 활동가를 알고 있는데 그들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연구와 행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운이 미국정부의 전횡을 막는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의원들을 만나 MD체제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짧은 면담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내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혜를 모았다. 토론을 마무리할 즈음, 핵무기 철폐를 위한 글로벌 리더십(Global Leadership to Abolish Nuclear Weapons)의 수잔 피어스 씨가 “우리는 개인 자격으로 의원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뒤에는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당당하고 자신있게 우리의 주장을 전하자”고 말해 참석자들의 자신감을 북돋기도했다. 참석자들은 각자 사는 곳으로 흩어져 미리 약속된 의원들을 찾아갔다. 이들의 손에는 행사의 취지를 밝힌 각종 자료와 민주당 알렌 하원의원이 발의한 전략무기감축을 골자로 하는 법률제안안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의원이나 의원 보좌관에게 미사일 방어 계획에 반대하는 주장을 전달하고 법률안에 찬성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시민사회에서 MD는 핫 이슈

집회는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자리에는 ‘전략무기유연화법안’을 제안한 알렌 하원의원과 민주당 블루맨 나우어 의원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워싱턴 중심의 단체들과 지역의 풀뿌리 평화운동단체들의 견해 차이 즉, NMD와 TMD를 분리해서 대응할 것인가, 미사일 방어계획을 반대하는 주요 근거를 어디에 둘 것인가(기술적인 문제와 비용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군비 경쟁을 부르는 군국주의에 총체적으로 반대할 것인가), 민주당 의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의 쟁점을 남겼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문제를 전 미국인의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킴으로써, 이후 미국 시민사회에 치열한 논쟁의 불길을 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김박태식 참여연대 정책실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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