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2월 2006-02-01   330

황우석과 국가주의 감수성

재림한 영웅이 창궐했던 동시대의 신화가 져물고 있습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철저한 허구이자 사기극임을 천명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신화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황우석 신화가 정말 끝난 것인가는 아직 의심스럽습니다. 황우석 신화에 부역했던 이들의 반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황우석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부와 미디어는 벌률적 결론이 나올때까지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 역시 그리 신뢰되지 않습니다. 대형 의혹에서 반복되어 왔던 ‘꼬리자르기’와 ‘덮어씌우기’가 진행중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황우석 신화는 아직 진행중입니다.

황우석 신화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요란하게 입증했습니다. 이성은 의지불문하고 광기와 파시즘을 끊임없이 견제해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우석 신화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광기와 파시즘의 정서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교과서입니다. 황우석 신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광기와 파시즘을 바라봐야 합니다.

‘국익’, ‘민족’, ‘선진’, ‘과학’ 등 우리 사회의 합리적 이성과 상식의 작동을 막아서고 있는 맹목적 추종의 대상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인터넷은 여전히 황우석을 추종하는 이들로 차고 넘칩니다. 그들은 이성의 역할을 총체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일제에서 미군정으로 다시 기나긴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민족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 없이는 살아낼 수 없는 세월이었습니다.

따라서 미국 심장부에 태극기를 꽂으면서도 조국을 잊지 않았던, 국익의 수호신을 자처했던 황우석은 누군가의 영웅이 아니라 계급, 계층, 연령, 남녀노소를 초월한 존재였습니다. 말하자면 황우석의 연구는 난치병의 절멸과 한민족이 중심되는 인류의 내일에 관한 서사시였습니다.

우리가 황우석 신화를 끝내야 하는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황우석 신화를 통해 우리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국가주의 감수성과 마주서야 합니다. 국가주의 감수성과 마주서는 일은 불편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괴로운 과정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주체적 의지를 지닌 개인이 될 수 없을 겁니다. 2006년에는 민족과 국익을 넘어서는 평화롭고 평등하며 평온한 감수성들과 연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완군 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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