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7월 2009-07-01   976

시대의 얼굴 노무현을 기억하다-1998년 11월: 노무현의 개혁정치 대망론




노무현의 개혁정치 대망론



손혁재 정치학 박사, 본지 편집위원


11월에 <손혁재가 만난 사람>의 대상자로 노무현 의원을 결정한 편집위원회가 내게 준 제목은 ‘노사분쟁의 해결사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의원이 한 달이 넘도록 질질 끌어온 현대자동차 노사 갈등을 극적으로 중재한 직후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의원을 노동전문가로만 봐야 하는가. ‘정치개혁의 선봉장’으로서의 노무현, ‘새로운 정치인의 유형’으로서의 노무현이 그에게 주어진 더 큰 역할이 아닐까?

정말 그렇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 했던가. 끊임없이 부닥치는 선택의 상황에서 최선의 길만 선택하는 정치가 상지상上之上이라면 결과적으로 최악의 길만 골라서 간 하지하下之下의 선택도 있을 것이다. 200만을 육박하는 대량실업 시대, 실업대란이라는 말을 젖먹이 아이도 알아들을 정도로 일반적인 상황이 되고 정리해고의 차가운 칼날이 온 노동자의 목줄을 겨누고 있는 이때 정치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현대자동차 사태가 경찰력의 투입 없이 해결됨으로써 대기업이 무자비하게 정리해고의 칼을 휘두르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뒤이은 만도기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선택은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정부의 정책이 바뀐 것 아니냐, 만도기계 사태는 자율과 대화와 타협이라는 신노사문화를 정면으로 깨뜨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노무현 의원은 선뜻 긍정한다.

“그렇죠. 신노사문화라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표방했던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게 처리된 것 같아요.”

신노사문화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대통령의 뜻과 어긋나는 선택이 일어났을까. 노무현 의원은 노사관계가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제문제라든가 치안이라고 하는 공안문제와 뒤섞여 있다는 것.

“노사문제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정부 안에서 다른 생각을 안고 있는 사람들, 경제관료들, 공안관료들의 영향을 참 많이 받고 있는 거죠. 김대중 대통령이 통치에 경험이 있는지 몰라도 정치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 정치를 해나가는 것 아닙니까? 좋게 말하면 시행착오인데 관료 사회가 신노사문화에 잘 적응돼 나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고 있는 겁니다.”



현 정부 내 개혁세력 취약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노동정책이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싫어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노사문제를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공안의 논리로 바라본다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 노무현 의원은 법논리를 인용해서 다소 길게 설명한다.

“법 제도, 입법이든 사법적 적용이든 행정적 집행이든 간에 무엇이든 정치적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고 정치적 상황에 맞춰 운용돼야 하는 것인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순전히 법조항만을 갖고 이제는 법의 권위를 바로잡겠다, 불법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공안통들의 사고방식이죠. 그들은 노동문제를 사회 안정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아이가 울 때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가 왜 우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졸려서 칭얼대는 것이면 토닥거려 재우면 되고, 배가 고파 운다면 젖을 먹이고, 기저귀가 젖었다면 새 기저귀로 갈아 채우면 아이는 울음을 그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울 때 왜 우는지 살펴보지 않고 울음소리를 못 내게 하기 위해 아이의 입만 틀어막는 엄마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사정책은 아이의 입부터 틀어막고 보는 수준이었다. 숨이 막힌 아이는 엄마의 손을 깨물고, 손을 깨무니까 아이를 또 때리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옳은 말입니다. 아이가 울 때 아이가 우는 이유를 따져서 젖 줄 생각을 하는 것은 정치적 접근이고, 아이가 울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입을 막아라’라고 하는 것은 법실증주의 법률만능주의자들의 형식법 논리적 사고인 거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형식법논리가 상당히 강한 힘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 만도기계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법적 근거가 확실한 것인가.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고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당한 파업에 불법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순간 노 의원의 얼굴에 난처한 빛이 스쳐갔다. 인터뷰 도중 노 의원이 가장 조심스럽게 말한 부분이 바로 이 문제였다.

“우리가 갖고 있는 실증법적 제도로서는 만도기계 파업은 불법파업입니다. 신노사문화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나 파업 자체는 불법이죠.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형식논리로서도 합법인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요. 단지 파업이 절차상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느냐, 더 중요한 건 결국 법도 정치적 현실과 더불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거니까, 신노사문화를 지향하는 정부가 적절하게 조치한 거냐 하는 것은 종합적으로 다루기에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노무현 의원은 다소 장황할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았다. 그만큼 조심스럽기 때문이리라.

“여당의 한편에 있는 사람으로서 참 난감한 문제이긴 한데요. 만도기계 노동자들을 명동성당에서 만났습니다. 다른 일로 갔다가 만났는데 그들의 주장은 이런 거지요. 회사 자체는 흑자인데 6,000억 원을 한라중공업이라는 부실 계열회사에게 빌려주었기 때문에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거죠. 지난 2월 임금 30% 삭감을 전제로 정리해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합의를 무시하고 ‘1,000명 나가라’ 일방적으로 통고하니까 파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정리해고를 놓고 노동쟁의를 할 수 있느냐 그것이 쟁의대상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것이 워낙 엄청난 문제이기 때문에 쟁의 대상이라고 차마 말할 용기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없다고 할 만큼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을 뿐이지, 쟁의대상이라 보는 견해도 얼마든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견해도 나와 있지요. 워낙 상황이 어려우니까 그것이 미칠 사회적 여파가 크기 때문에 정리해고도 쟁의대상이라고 감히 주장하지 못할 뿐입니다. 만도기계 노동자들이 출퇴근 파업을 했다고 해요. 작업현장을 완전히 점거하지 않고, 주문이 있는데 주문에 응할 수 없을 만큼 재고가 부족한 부분은 조업하고, 재고 여유가 있는 부분은 조업을 거부하면서 농성하고 정상적으로 출퇴근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을 못하게 하더니 새벽에 공권력을 투입하더라, 공권력 투입의 요건이 전혀 성립되지 못한 것이죠. 풍문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합의될 수 있는 것을 일부러 합의하지 않고 이렇게 일을 처리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길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노 의원은 자신이 빠져나갈 길을 확인해 두는 걸 잊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노동자들의 주장일 뿐, 이를 증명하지도 사태를 단정하지도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제기를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여전히 딜레마지요. 정부의 신노사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필요하지만, 여당의 한 사람으로서 무작정 노동자의 편만 들 수도 없고요.”

현대자동차 사태를 해결하고 돌아온 노무현 의원은 재계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리해고문제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해결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노 의원은 재계가 신노사문화를 공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 안의 경제통과 공안통들이 신노사문화에 대한 재계의 공격을 방어하지 않았다”는 것.

만도기계 사태가 신노사문화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처리된 것은 정부 안의 세력 관계에서 신노사문화를 주장하는 개혁세력이 밀린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현정부 안에서 개혁세력의 기반이 얼마나 약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노 의원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득권자들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정권 약화되면 개혁 못합니다”

물론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저항은 이미 예상했던 것. 따라서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어떻게 제압하느냐 하는 것이 개혁 프로그램에 있어야 했고, 결국 이 개혁 프로그램이나 개혁 주체세력에 문제가 있고, 또 우리 사회 전체에 개혁의 기풍이 약하지 않느냐 하는 우려들이 시민단체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노 의원은 “국가가 부도난 상황이므로 모든 개혁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개혁주체세력이 바로서지 못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노무현 의원은 이 문제를 지역주의로 풀어나갔다.

강한 지역주의 때문에 새로운 권력의 주체 형성이 장애에 부닥쳐 있다는 것이다. “개혁주체들이 보면 답답하겠지요.” 따라서 노 의원은 동서로 형성된 전선을 뛰어넘는 정치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이 정부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솔직히 말하면 정권은 개혁보다 정권의 유지가 먼저입니다. 개혁을 통해 정권을 강화시킬 수 있을 때 개혁을 하는 것이지 개혁을 통해 정권이 약화된다면 개혁은 못하는 겁니다. 정권이 유지되고 개혁이 있는 것이지 정권이 무너진다면 개혁도 없는 것이죠.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문제는 다시 탈지역주의. 그러나 탈지역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노무현 부총재가 선봉대로 지역주의 돌파의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지역주의적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고, 이 정권이 실패하면 개혁 주체가 새로 형성된다는 기대를 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지역주의 극복이 이 정권 최대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혁은 그 사회의 가장 심각한 모순과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역주의의 극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개혁이죠.”

그렇다면 개혁은 의외로 쉬워질 수도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지역주의의 폐해를 한탄하고 그 극복을 힘주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의원은 이를 단호하게 부정한다.

“지역주의를 조장하면서 개혁을 얘기하는 것만큼 토양을 메마르게 하는 것은 없지요. 밭에 자갈을 퍼다 부으면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농사를 짓겠다는 것인데, 지역주의 토양에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역주의 극복을 누구나 다 말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지역주의의 덕을 보려고 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역주의 토대 위에서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치세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주의의 기득권자들이고, 정말 지역주의와 맞서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노 의원의 논리에 따르면 개혁세력이란 자갈을 주워내는 사람들이나 자갈을 갖다버리지 못하게 감시하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일 텐데 자갈을 들이붓는 속도가 훨씬 빠르니까 그게 문제일 터. 노무현 의원의 역할이 자갈을 누가 갖다 버리나 감시하거나 자갈 한두 개 집어내는 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주의는 이기주의입니다.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오랫동안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원상복귀가 되면서 권력에서 밀려나게 되니까 그 현상을 과장시켜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기적 타산의 발로인데, 이건 논리나 설교로 극복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제도를 좀 바꿔보는 것이 필요할 텐데 대통령이 제시한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바로 지역주의 극복의 강한 욕구를 표현한 겁니다. 그게 실무선에서 조금씩 효과가 적은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게 문제죠. 그런데 유감스러운 건 시민세력이나 언론이 꼭 필요한 개혁이라 하지 않고 객관적 보도만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노 의원이 생각하는 지역주의 극복의 방안은 무엇일까? 지역차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지닌 정치인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

“부산 가면 사람들이 헷갈려 합니다. 호남 당이지만 영남 사람이니까. 영남 사람들이 제가 힘깨나 쓰는 정치인이 되는 데 대해 불안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왜 우리 편을 안 들고 저쪽 편을 드느냐에 대해서 유감은 많고 섭섭함을 표시하지만 말입니다. 호남 사람들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요. 그래도 호감을 갖고 있지요. 이렇게 국민회의가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호남 아닌 타 지역 사람들이 당내 입지를 강화시켜 나가려는 집요한 노력, 이것이 바로 개혁입니다. 노무현이 당내에서 강한 발언권을 가지려고 하는 노력들이 정치적인 야심이 아니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거지요.”



지도자의 조건은 신뢰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건 이른바 타 지역 사람들이라는 게 5·16과 유신 때부터 5공 6공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노 의원은 “나머지는 국민들이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한 발자국 옆으로 비켜선다.

“개혁의 걸림돌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국민의 의식변화입니다. 개혁을 바라면서도 개혁에 수반되는 고통이나 이런 것들은 용납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 같은 것들이죠. 개혁은 엄청난 변화인데,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변화를 싫어하는 정서….”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전망은 없는 것일까.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전망은 밝습니다. 아직 민주적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욕도 강하고 재능도 뛰어납니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만 있으면 우리 사회는 잘 굴러 갈 겁니다.”

그럼 이같은 지도자는 어떻게 나타날까? “개인의 역량이나 지도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같은 비합리적 요소들이 해소돼야 호감을 갖고 지지하는 가운데 지도자가 등장하는 거지요.”

훌륭한 정치적 지도자의 조건을 묻자 노 의원은 웃었다. “그거 알면 제가 하지요.”

노 의원이 생각하는 훌륭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신뢰이다. “신뢰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받지 못하면 어떤 일도 성과를 얻지 못하죠. 몇 마디 거짓말, 몇 가지 이데올로기로 국민을 통치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이제는 무조건 잘난 사람이 아니라 잘못이 있어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신뢰의 바탕은 공정성이라는 게 노무현 의원의 생각이다. 공과 사를 구분해서 공적 발언에 책임을 지고, 손해가 되더라도 공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 다음으로 꼽는 조건은 성실성이다. 이밖에 판단력, 자기 이익을 포기하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이다.


정치는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신뢰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정치 불신이 높은 때가 아닌가? 이 불신의 끝에는 부정부패가 있을 것이다. 노 의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정치인들이 문민 통제를 받아온 역사가 없지요. 대중에 의한 정치적 통제가 낮은 나라일수록 정치가 부정하고 부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노 의원은 우리 사회가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품성이나 선비정신, 청렴의 요구수준이 너무 높은 것도 정치불신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요구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라 부정부패로부터 자유스러운 정치인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노무현 의원의 대답은 다소 의외이다. “부정한 대가로 거래하는 형태로부터 자유스러운 정치인이 많습니다. 지금의 <정치자금법>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정치인이 많지 않을 뿐이죠.”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자금법>이 악법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부패방지법 제정 문제로 넘어갔다. 부패방지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부비리 고발자 보호와 고위비리공직자수사처 신설이 필요하다. 노 의원은 두 가지 모두 찬성한다고 말한다. 국민회의가 특별검사제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하여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검찰 조직의 강력한 로비, 검찰 내부의 반발이나 자기방어 노력에 걸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특검제는 정치적으로 참 편리한 제도입니다. 국민회의가 특별검사제를 반대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적 사정 등 온갖 시비가 많은데 특별검사제를 만들어 놓으면 표적사정 시비도 안걸리고 얼마나 편하겠어요? 야당에게 특별검사 추천하라 해놓고 검찰이 조사한 자료를 다 갖다주면 일 잘할 겁니다. 특별검사에게 걸릴만큼 국민회의는 해먹은 것도 별로 없거든요. 몇 년 뒤에는 어떻게 될른지 알 수 없지만…. 최악의 경우 ‘정권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다 턴다’ 이런 관행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훨씬 사회가 깨끗해질 거예요. 정권이 바뀌면 나도 털린다. 그러면 조심하겠죠 뭐…. 정권은 시비 안걸리고 사정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거지요.”

노 의원은 한때 시민운동에의 투신도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4·11총선 떨어진 뒤 박원순 변호사에게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 참여연대에 일자리 하나 달라고 했는데, 못했어요. 아직 정치적 자산이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하면 지지가 많이 나오잖아요(웃음). 정치도 중요하니까 정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정치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정치에서 길이 막히면 참여연대같은 시민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사회를 바꿔낼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고민 끝에 노 의원이 얻어낸 결론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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