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0월 2004-10-01   840

국가보안법 없어도 충분하다!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무덤으로

17대 국회의 우선 개혁과제인 국가보안법이 대통령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한층 가중됐다. 이에 필사적으로 폐지반대입장인 한나라당, 여론을 고려해 형법보완을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싸움은 계속된다. 그동안 상처로 묻어두었던 지난 50년간 국가보안법의 흔적이 하나둘 꺼내지면서 국가보안법은 폐지함이 마땅해진다.

<편집자주>

요즘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보고 있자면, 영화 ‘에이리언’이 떠오른다. 속편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에이리언을 살려내듯, 대체입법 또는 형법 보완이 국가보안법 남용 역사의 또 다른 속편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개폐논의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8월 23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정하고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폐지를 권고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2004년 8월 27일과 8월 30일 나란히 형식논리로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을 역설하고, 오히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입법 논의에 대해 말도 안되는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열린 우리당 내부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며 국가보안법을 일부 손질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2004년 9월 6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천명한 후, 국가보안법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안(파괴활동금지법안) 등을 통한 국가보안법 폐지 보완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형법 보완을 주장하는 입장은 한마디로 북한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각종행위를 내란죄로 처벌하고 간첩활동 등을 처벌하기 위하여 반국가단체규정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입법안으로 제안된 파괴활동금지법안도 북한을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침해하는 활동을 하는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열린 우리당이 이렇게 나가자, 한나라당에서는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안이 국가보안법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굳이 폐지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며 국가보안법 개정으로 나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확히 지적하고 있듯이, 불행히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안은 국가보안법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도외시한 채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만을 염두한 논의라 아니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

짧지 않은 기간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변론하면서 드는 개인적인 생각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통일이 쉽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등 민주.진보적 대안 모색이 현실적으로 많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가장 큰 문제는, 평화통일의 동반자인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국가단체인 북한은 한마디로 범죄단체이기 때문에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하면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돼 처벌의 대상이 된다. 실제, 검찰이나 법원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보는 이유도 국가보안법 폐지, 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 북한의 노선과 같은 것을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반국단체인 북한은 범죄단체이기 때문에, 북한과 연대하여 통일을 하자며 구체적인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현재 법 체계하에서는, 아무런 기준도 없이 어떤 사람, 어떤 단체에 대해서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하여 북한과의 교류를 인정하면서도, 또 다른 어떤 사람, 어떤 단체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으로 교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한편,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매우 모호한 주관적인 요건을 가지고 행위를 처벌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소위 사상이 불순하다고 판단된 사람에게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국회 도서관이나 국립중앙 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책도, 소위 사상이 불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직까지 검찰과 법원은 불순한 사상의 가장 대표격을 ‘사회주의’로 보고 있기에, 보건의료의 사회화를 주장하다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진보의련’ 사건이 보여주듯, 사회주의 사상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에 비판조차 이적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국가안보 위해 필요한 건 평화체제 구축

국가 안보,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진정한 안보는 평화체제 안에서만 가능할진대, 과연 북한을 반국단체, 범죄 단체로 보고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제시하지 않고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만약, 지구에 외계인이 오면, 흔히 영화에서 묘사되는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존재일거라고 한다. 외계인이 온다면 최소한 몇 십만 년 걸려서 지구에 도달할 것인데, 평화로운 사회가 아니면 그 기간 동안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평화체제 구축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사회가 평화롭고,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형식적인 법률을 폐지했다고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갖고 있는 반통일, 반민주, 반인권적인 요소들을 전부 없애야지만 가능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안은, 북한을 외국이 아닌 내란목적 단체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거나 준적국으로 규정하고자 하는데, 이에 의할 경우, 반통일.반민주.반인권 역사의 속편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미국의 국가기밀을 외부로 누설한 로버트 김을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으나, 우리 형법은 미국이나 중국으로 국가기밀을 누설한 자를 간첩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안보 형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보안법에서 처벌하고 있는 행위들을 처벌하기 위하여 형법을 보완하거나 대체입법을 제정하는 것은, 되풀이 해서 이야기하지만, 국가보안법의 근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것으로 반통일.반민주.반인권적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만으로 국가안보는 충분하다.

이상희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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