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10월 2016-09-30   1472

[통인뉴스]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직선제를  제안합니다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직선제를 
제안합니다

 

글. 김희순 사법감시센터 간사

A후보 : 노인 상대 금융사기 예방교육 및 관련 범죄 처벌 강화
B후보 : 소년원 개혁, 청소년 재범률 최소화
C후보 :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적극적 기소와 엄벌

당신은 A, B, C 후보 가운데 과연 어떤 후보에게 당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는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가 뭔지 생각해보게 되는가? 또는 이런 공약이 생소하고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위 공약은 실제 미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선거 공약 중 일부이다. 그렇다. 검사장을 선거로 선출하는 곳이 있다. 한국처럼 검찰총장 1인의 지시에 따라 2,100여 명의 검사들이 전국 곳곳으로 인사이동을 하고 상명하달식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에서 가장 시급하거나 중대한 현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은 검사장이 주민들의 감시 하에 검찰권을 행사한다.

 

피라미드형 검찰 조직구조에서
‘정치 검찰’ 발생

한국은 어떤가. 한국 검찰은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입은 지 오래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검찰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되어 ‘정치 검찰’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권력 눈치 보기 수사, 제식구 비리 감추기, 그리고 정부 비판적 세력에 대한 표적·보복 수사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여전히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김형준 등 전·현직 고위직 검찰 출신들의 비리사건이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터지고 있다. 얼마인지 가늠조차 힘든 100억 원대 부정축재 규모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며 시민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독립성만이 아니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검사동일체원칙(檢事同一體-原則, 검찰 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상하 복종 관계에서 하나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활동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견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현재의 검찰 체계를 유지하는 한 지금과 같은 ‘정치 검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검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고심 끝에 참여연대는 지난 8월 17일 <‘국민의 검찰’ 만들기 방안 모색 토론회>를 통해 18개 지방검찰청 지검장 주민직선제를 제안하였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자는 제안이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그 기본원리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이다. 검찰총장 1인이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방검찰청 검사장 18인이 나누어 가짐으로써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뿐만 아니라, 권력이 아닌 자신을 선출한 주민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 ‘정치 검찰’의 근간을 흔들자는 것이다.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평검사들도 2년마다 이뤄지는 인사 시즌마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검찰조직도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검찰 권력을 민주화하는
검사장직선제

그렇다면 차라리 검찰총장을 직선으로 뽑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만큼이나 최강의 실권자인 검찰총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은 피라미드형인 검찰조직을 더욱 초집권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며 국회와 대통령과의 권력균형이라는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검찰총장 직선제는 현 검찰 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아예 58개 지방검찰청 지청장 모두를 직선으로 뽑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지방법원 및 지원(支院)의 관할구역 재조정,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이나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등 지극히 어려운 정치적 협상과정이 예상되므로 이 또한 최선의 선택이라 볼 수 없다. 다만 향후 본격적인 자치검찰시대로 가려면 이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세 번째 방안으로 5명의 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직선으로 뽑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고등검찰청의 기능이나 역할의 실체가 없어 행정이 중복되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고검 폐지가 논의되고 있으며, 서울고검이 서울, 경기, 인천, 강원도까지 관할하는 등 선거구와 정치적, 행정적, 문화적 생활감각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고검 검사장 직선제 또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검사장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검찰이 지금보다 더 ‘정치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표를 의식하게 되어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어긋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선되기 위해 ‘표’를 의식하는 것과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정치 검찰’의 행태는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선거를 통해 검찰권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이뤄지고 일상적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짐으로써 검찰권의 행사는 지금보다 더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다.

물론 선거 그 자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불신과 낮은 투표율, 지역유지와의 유착 등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는 검사장 주민직선제만의 문제는 아니며 선거제도의 한계를 개선해나가고 민주주의가 성숙해짐과 더불어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선출하는 방안이 현 ‘정치검찰’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가장 유용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여 교육감 선거를 하는 것처럼 지방검찰청 검사장 선거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다. 검찰권을 남용하는 검사에게 선거를 통해 그 책임을 묻고 추궁할 수 있는 사회,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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