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10월 2016-09-30   639

[읽자] 피할 수 없는 재난,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은?

 

피할 수 없는 재난,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은?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영화〈터널〉의 잔상이 가시기도 전에 현실에서 지진이 일어나니 어디까지가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에서 벌어진 상황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늘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국제 뉴스에서 다른 나라 일로만 접하던 위험이 언제든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각성은 각자의 삶뿐 아니라 사회의 구조까지 차츰 변화시키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차츰 변화해서는 다가올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울 터라 적극적인 대응과 전면적인 변혁이 시급하다는 데 있다. 글로만 배워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지만, 재난이야말로 겪어보기 전에 글이라도 열심히 읽어 대응의 방법과 변혁의 가능성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겪고 나면 너무 늦을 테니 말이다.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_한국인이라면 미리 알아야 할 지진학 열두 강좌 / 이기화 지음 / 사이언스북스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재난에서 살아남기_일본을 통해 배우는 재난안전 매뉴얼 만화 / 구사노 가오루 지음 / 이상미디어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
우선 이번에 벌어진 지진을 출발점으로 삼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가까이에서 많은 이가 함께 겪은 일이니 공감대가 크지 않을까 싶다. 앞서 권하고 싶은 책은 한국 지진학의 역사를 이끌어온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의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다.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 과정, 관측 방법 등 기초 지식을 차례로 설명하는데 ‘한국인이라면 미리 알아야 할 지진학 열두 강좌’라는 부제처럼 한국에서 벌어진 지진을 함께 다루는 방식이라 가깝게 읽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개인과 가정에서 재난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상식을 담은 책 『재난에서 살아남기 1, 2』를 펼쳐보자. 네 컷 만화로 구성되어 읽는 데 부담이 적다. 1권은 지진, 쓰나미, 정전이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을, 2권은 아이와 외출 중에,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 집에 있을 때처럼 부모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 요령을 알려주어 활용도가 높다. 특히 재난 시 비상식량 만들기가 눈에 띄는데, 구하기 쉬운 재료에 간단한 조리법으로 이루어져 요리에 취미가 없는 사람은 평상시 레시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_살아남기 위한 재해심리학 / 히로세 히로타다 지음 / 모요사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재난 불평등_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 존 C. 머터 지음 / 동녘

 

재난의 깊이만큼 이해도 깊어져야
재난은 당연히 현황을 파악하고 즉각 대응하는 게 우선이지만, 평소에 재난을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했는지에 따라 재난이 만들어낼 현실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는 재해심리학이란 개념을 바탕으로 재난을 마주한 인간이 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피해를 키우는 듯 보이는지 분석한다. 위험이 코앞에 닥쳐도 평소의 안전과 편리함 때문에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마음, 위험을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으니 상황을 관망하다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마음을 알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선 책이 재난이 각자의 마음에 일으키는 현상을 살펴본다면 『재난 불평등』은 재난을 사회현상으로 바라보며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문제가 되는지 분석하는 책이다. 재난이 워낙 압도적인 사건이라 자연현상만 눈에 들어오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에 쌓이는 재난의 피해는 시선 바깥으로 밀려나는 게 보통인데, 이곳에 눈을 돌리면 사회 격차와 불평등에 따라 재난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이 재난을 더욱 참혹하게 만드는지부터 재난의 고통을 나누고 이겨내는 데 어떤 협력이 필요한지까지, 재난이 전하는 새로운 고민이다.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재난, 그 이후_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에서 삶과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셰리 핑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이 폐허를 응시하라_대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 / 리베카 솔닛 지음 / 펜타그램

 

재난 이후, 무엇이 가능할까
재난은 말뜻처럼 예상하기 힘든 뜻밖의 상황이니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한다 해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재난을 예측하려 애쓰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건, 어쩌면 재난 이후를 대비하는 나름의 방법 아닐까. 마지막으로 재난 이후를 취재한 두 편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의학 전문기자 셰리 핑크의 『재난, 그 이후』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이후 상황을 수백 명의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복원한다. 대피 과정에서 벌어진 협력 기관 사이의 불통, 병원이 침수되어 누구를 먼저 구출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혼란 등 재난 관리 실패의 원인과 과정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더불어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전하는 책은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다. 이 책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북아메리카에서 벌어진 다섯 건의 대형 재난을 바탕으로, 재난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람들의 본성과 이들이 서로 나누는 경험의 의미를 되짚는다. 재난과 함께 떠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약탈과 폭동, 상실과 비애인데, 이는 권력과 미디어가 만들어 유포한 이미지일 뿐, 실제로는 강렬한 기쁨과 사랑, 연대의식이 오가고, 이를 바탕으로 재난 이전 사회의 부족한 지점이 드러난다는 통찰이다.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어느 때보다 강렬할 재난 이후, 정말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또 다시 같은 재난을 반복할 사회를 복원하는 데 머무를지, 시선은 다시 한국사회로 돌아온다. 무겁고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시기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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