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1월 2014-01-09   1738

[특집] 국정원 개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특집] 진실 정의 국민이 승리하는 갑오년 

 

국정원 개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한 해 국정원을 중심으로 한 국가기관들이 국민의 마음을 교묘히 조종하려는, 대국민 심리전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데 이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지난 해 12월 국정원 촛불집회 무대 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을 두고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 만큼이나 국가정보원을 정상화시키는 개혁 조치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특히 포괄적으로 또는 추상적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다 ‘디테일’한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세심한 검토가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여야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이라는 양대 과제 중 특검에 대한 검토는 뒤로 미루고 특위 구성에만 합의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진상 규명도 없이 어떻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느냐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착수된 국정원 개혁 특위의 활동도 우려대로 용두사미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참여사회 2014-01월호 참여사회 2014-01월호
나에게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이란? 표정과 한마디로 말해요!

 

 

국정원 개혁, 세 번째 기회 

 

지난 1996년 12월,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 대공수사권을 다시 부여하는 법안이 날치기로 통과된 이래, 국정원 개혁을 위한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실제 개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할 것인가? 

과거로 돌아가 보면, 벌써 10년 전에 참여연대는 한겨레신문과 공동으로 국정원 개혁 공동기획 기사 시리즈를 내보냈다. 공동기획의 제목은 ‘국정원 이렇게 바꾸자’였고, 세부 주제는 ‘국정원 대공정책실부터 폐지해야’, ‘전문 정보기관 돼야 – 수사권 이관’, ‘예산감시 통제 강화를’ 등이었다. 안타깝지만, 지난 연말에도 참여연대는 이 내용을 거의 반복하는 자료를 발표해야 했다. 

 

2003년에 한겨레신문과 공동기획 기사를 썼을 때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였다. 그때 참여정부는 사회적 신망을 받던 고영구 변호사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래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었고 참여연대는 국정원 개혁 방안을 공론의 장에 던졌다. 하지만 당시 집권세력도 국정원을 제도적으로는 전혀 개혁하지 않았다. 권력자의 선량한 의지를 잘 알아줄 것이라고 신뢰한 국정원 구성원이 국정원을 잘 운영하는 선에서 그쳤다.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이 참여정부 기간 동안 줄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원을 제도적 측면에서 개혁하고 민주적으로 통제받는 기관으로 바꿀 기회를 놓쳤다. 

 

기회는 2005년에도 한 번 더 왔다. 발단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이 감청 장비를 이용해 여야 정치권과 장관, 대통령의 친인척, 사회 유력 인사 등에 대해 도청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2006년까지 이어진 이 사건은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높였다. 하지만 국회에서도 여러 방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논의되었지만 모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고 난 뒤 두 번의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

 

그것의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일까? 2003년, 2006년 개혁의 파고를 피해간 국정원은 단순히 정보를 캐낸 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선을 넘어서, 특정 정파의 입장에서 국민들의 생각과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적극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주요 개혁 과제였던 대공수사권 이관과 국내정보 수집권 제한한 외에 법적 근거가 없는 작전기구 즉 사이버심리전단의 존폐 문제도 중요한 개혁 과제의 하나로 추가되었다. 

 

그런데, 지난 연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국정원 개혁안은 사이버심리전단을 폐지하는 대신, 사이버심리전단을 존속하되 정치 개입만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쳤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금지는 이미 현재의 국정원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므로 결국 사이버심리전단을 합법화해준 꼴이 되고 말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나 국내정보수집을 제한하는 문제는 2차 논의 과제로 유보되고 말았다. 국정원 내부제보자의 보호조치나 국회를 통한 국정원 예산통제 제도 등이 일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정원의 권한은 과거에 비해 더 강화되는 형국이다. 

 

 

국회는 국정원을 이렇게 바꾸어야 합니다

대북해외 정보수집 전문기관으로 바꾸자

1  국민을 상대로 하는 심리전 금지와 관련 조직 폐지 

2  국내정보(정치, 정책, 동향 등) 수집 금지

3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로 이관 

4  타 정부기관 간섭하는 정보보안업무 조정권을 청와대 등으로 이관

5  국정원 조직명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바꾸고 명칭에 맞게 조직 재편 

 

국회 등으로부터 통제받는 기관으로 바꾸자

1  국정원의 국회 자료 제출 의무 강화

2  국회 또는 감사원을 통한 국정원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실시

3  국정원을 예산을 기획예산처 예산에 숨기는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페지

4  민간 전문가 참여 전문 감독기구 설치

5  국회 정보위원회 위상 및 역량 강화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국정원 시국회의에 참여연대 실무대표로 참여한 2013년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의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 합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