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6월 2009-06-01   966

우리 동네 아시아_팔려가는 여성 탈북자




팔려가는 여성 탈북자


이금순 통일연구원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으로 촉발된 탈북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중국 등 제3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강제 송환 금지 및 난민 지위 인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여성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이미 많은 조사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제3국에 체류하는 전체 탈북자 중에 여성의 비율은 매우 높으며, 이는 성별 국내 입국자 비율(2008년, 78%)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왜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여성이 탈북을 감행할까? 사회주의 남녀평등을 표방해 온 북한 사회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사회가 매우 가부장적이며 여성들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식량난으로 중앙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친척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국경을 건너는 여성들이 급증했다.


비인간적 강제결혼·빈곤 ‘이중고’  중국의 산업화로 도시나 해외로 이주하는 중국 여성들이 증가하였고, 이는 빈곤층 남성들의 결혼상대자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여성 수요가 증가하였고 북한 여성들이 중국 남성의 동거자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은 탈북 여성들은 비교적 안전한 체류 방식인 중국 남성과의 동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여성은 외모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현지어를 못하기 때문에 단속 위험이 있는 식당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 여성들은 본인들이 중국 남성에게 팔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하나 상당수는 본인들이 누구에게 팔려 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중국 남성에게 인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혼인 경우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편과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들도 어쩔 수 없이 중국 남성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단속의 위험을 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성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중국 남성과 동거하게 되는 경우 비인간적인 강제 결혼 생활과 빈곤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쳐 나오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생활하면서 아이를 출산한다.

탈북 여성들은 정기적인 중국 공안의 단속, 주위의 밀고 등으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기도 하며, 보위부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 중국 남성과 동거한 사실을 빌미로 여성 비하적인 언어 폭력 및 신체적 폭력을 당하게 된다. 특히 임신 상태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 “조선을 더럽혔다”는 미명 하에 강제 낙태 혹은 강제 노동에 의한 유산을 경험하기도 한다. 강제 송환되어 심각한 처벌을 거치고 난 후, 상당수는 재탈북을 감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탈북 여성의 중국 내 체류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지어 습득 등을 통한 적응 능력이 향상되고 강제 결혼의 비율도 줄어들게 된다. 중국 내에서 적응 능력을 높이게 되면서 도시로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낮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중국 내 한국인 기업이나 가정에서 일자리를 얻어 기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또한 중국 남성의 동거 상대자로 거래되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노래방 및 유흥업소 등에 거래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민간 단체 혹은 중개인들의 도움을 받아 동남아 및 몽골 등을 경유하여 국내로 입국하는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 한국 입국을 새로운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탈북 여성들은 중국 남성의 도움으로 불법적으로 호구를 구입하기도 하나, 단속에 걸릴 경우 강제 송환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우 안정적인 신분과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행을 감행한다. 사실혼관계의 중국 남성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입국한 후, 국제 결혼 방식으로 상대 남성의 한국 입국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탈북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등 제3국 내 탈북 여성들의 체류 방식과 재이주도 매우 복잡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단순 지원’ 넘어서 ‘자존감 회복’ 도와야 탈북 여성들의 인권 침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등 제3국에서 장기간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가 많은 만큼 단순한 난민 여성 문제와는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근거로 미국 등 일부 수용국에 보호 신청을 하는 방법과 탈북 여성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이제까지 해외 체류 탈북 여성의 문제는 인신매매 등 인권 피해 사안으로만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탈북 여성들의 탈북 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들이 희망하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전혀 갖지 못하던 이들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나갈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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