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7월 2011-07-06   1832

참여사회가 눈여겨 본 일-“고엽제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고엽제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미군 고엽제 불법 매립 캠프 캐롤에서 캠프 페이지까지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

 

지난 5월 중순 퇴역 주한미군 스티븐 하우스가 경북 왜관의 캠프 캐롤 기지 내에 고엽제 드럼통을 묻었다고 증언했을 때, 한국사회는 순식간에 공포에 빠졌다. 고엽제가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아직도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들의 자식까지도 피해를 보았다는 것 정도는 한국사회에서 상식에 속한다. 베트남 국민들이 고엽제 때문에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도 잘 안다. 베트남에서 5만 명 이상의 기형아가 발생하였으며, 300백만 명이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 정확한 수치는 몰랐지만 심각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이옥신, 인류 최악의 독성 물질

조금 헷갈린다. 고엽제가 묻혔다는데, 누구는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가 묻혔다 하고 누구는 다이옥신이라고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맞다. 고엽제는 미군에 의해 개발된 전쟁용 농약인데, 퍼플, 블루, 오렌지, 화이트, 핑크, 그린 이렇게 여섯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에이전트 오렌지와 블루는 베트남 뿐 아니라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서 대량 살포된 고엽제이다. 에이전트 오렌지에는 불순물로 다이옥신이 미량 함유되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베트남 국민들, 한국과 미국의 군인들에게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다이옥신은 인류가 개발한 물질 중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1kg의 에이전트 오렌지에는 2mg의 다이옥신이 함유되어 있다. 겨우 0.000002%의 다이옥신 때문에 고엽제가 악명을 떨치게 되었으니, 다이옥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다이옥신은 폐암과 혈액암,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며, 불임이나 유산을 일으키는 생식독성물질이고, 기형과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이며 환경호르몬이다.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소름끼치는 사실이 있다. 에이전트 오렌지보다 에이전트 퍼플Agent Purple에 다이옥신 성분이 더 많이 들어있는데, 에이전트 퍼플은 한국전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기 망정이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발생할 뻔 했다.

 

미국 1971년 고엽제 살포 금지, 1978년 한국에 불법 매립

주한미군 맹독성 고엽제를 무단 매립하고, 이 같은 범죄사실을 34년 동안 철저히 숨겨 왔다는 그 무서운 고엽제가 경북 왜관에 묻혀있다는 것에 놀라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매립시점이었다.

  미군에 따르면 에이전트 오렌지를 베트남에서 사용한 것은 1961년 1월부터 1971년 1월까지였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에서 기형아 출산이 급증했다는 보고와 베트남에서 귀환한 미군들의 질병 및 귀환병 2세의 질병에 대한 보고가 잇따랐다. 1970년에 하버드대 베세루손 교수가 실태조사를 한 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급기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는 ‘베트남에서의 고엽제 영향에 관한 위원회’를 설립했다. 더 이상 고엽제를 살포하다가는 미군 병사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고엽제 사용은 1971년 공식 금지되었다. 갑작스럽게 고엽제 사용 중단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대량으로 남은 고엽제 처리방식이 문제로 부상했다. 미군은 베트남 다낭기지의 페이서 아이비라는 곳으로 남은 고엽제를 모두 모았고, 그것을 태평양의 존스톤 섬으로 옮긴다. 1971년부터 1977년 초까지 미군은 다양한 고엽제 처리방식을 검토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맹독성 고엽제를 처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78년이라는 시점에 주한미군이 캠프 캐럴에서 고엽제를 무단으로 매립한 건은 중대한 환경범죄에 해당한다. 주한미군의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정확한 조사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으로부터 공식적 사과도 받아내야 할 것이다.

 

한미공동조사단, 불법 매립 진실 회피, 은폐 들통 나…

스티브 하우스 씨의 증언이 있고 얼마 후 미군과 한국정부는 공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예전의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비하면 상당히 신속한 조치였다. 그러나 미군은 공동조사라는 미명하에 사건을 은폐하고 대충 무마하려는 생각이 곧바로 드러났다. 더욱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왜관지역 주민들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공동으로 대책활동을 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계기는 한미공동조사단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이야기이다. 한미공동조사단을 믿지 못하게 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군의 고집으로 불필요한 조사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다이옥신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토양내부에 매립될 경우 거의 이동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토양내부에서의 반감기는 8∼12년 정도로, 30년이 지난 현재 오염농도는 1/16에서 1/8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매립이었으므로 여전히 매립위치에는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될 것이다. 따라서 매립추정지역에서 토양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하면 다이옥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미군은 드럼통의 매립부터 확인한다며 레이더 조사를 들고 나왔다. 다이옥신이 물에 녹지 않는데도 지하수부터 조사하였다. 지하수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고, 레이더로 드럼통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염려 말라는 조사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다.

  둘째, 미군이 이미 조사를 다 해놓고서도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1980년대에 이미 캠프 캐롤 기지의 환경오염 조사가 이루어졌다. 1992년 공병단 조사보고서에는 고엽제 매립에 대한 증언이 기록되어 있다. 1992년과 2004년, 2009년에 지하수와 토양 오염조사가 진행되었고, 다이옥신 또한 조사되었다. 그러나 미군은 한미공동조사단에게도 이 조사결과들을 제출하지 않았다. 최근 정보공개요구에 따라 보고서 몇 개가 공개되었고, 홍희덕 의원을 통해 또 다른 보고서들이 공개되었다. 미군은 모든 것을 알면서, 한미공동조사단에서는 모른 척 숨기고 있다는 것이 다 드러났다.

  셋째, 미군이 숨겨야만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보고서들은 다이옥신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캠프 캐롤 기지가 물류센터 같은 곳이기 때문에 100종의 화학물질이 저장되어 있었고, 이러한 물질들이 무단방류, 불법매립 됨으로써 토양과 지하수가 어마어마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혈액암을 일으키는 피씨이PCE, 티씨이TCE 같은 발암물질이 먹는 물 기준치의 1000배를 초과하였다.

  비소와 수은 같은 중금속도 수백 배 수천 배로 기준을 초과하였으며, 디디티DDT라는 맹독성 농약이 여전히 토양과 지하수에서 검출된다는 것도 드러났다. 애초에 한미공동조사단이 구성되었을 때, 미군은 지하수에서도 다른 물질은 분석하지 말고 다이옥신만 분석하라고 요구하였다. 다른 발암물질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던 것이다.

 

30년 만에 밝혀진 경악스러운 미군 범죄

캠프 캐롤 기지 내에 화학물질 저장소, 매립지, 엉성한 폐수처리장 등이 복합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군은 이 문제를 1992년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후 환경조사를 통해서 문제를 계속 확인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실은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미군 자신은 발암물질 지하수를 수십 년간 식수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 사실을 주민들에게는 비밀로 한 때문이다.

  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41구역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3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41구역의 지하수는 2004년 조사에서 피씨이라는 발암물질이 기준의 1100배를 초과한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파트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던 지하수에서 피씨이가 음용수기준의 2.6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이 이 지하수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미군이 환경오염을 정확히 인식한 그 시점이었다. 

  주민들이 속상하고 분노한 것은 조사보고서에 드러난 미군의 시각이었다. 조사보고서들은 기지 내 토양과 지하수가 심각히 오염되었으나 미군이 지하수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은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미군은 그렇게 살뜰히 보호하면서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위험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었던 것이다. 분노한 주민들은 한미공동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으며, 지난 6월 30일 고엽제 대책위의 진상조사단과 함께 독자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미군, 1969년 춘천 캠프페이지에도 고엽제 살포

부평기지, 춘천기지, 군산기지 등 곳곳의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섰다. 캠프 캐롤에서 있었던 일이 다른 기지에서 없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규모의 기름유출사고 등을 경험한 바 있는 지역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정확한 사실을 알고자 나서고 있다.

  사실 고엽제에 의한 다이옥신 문제는 캠프 캐롤보다 더 우려되는 미군기지가 있다. 바로 춘천에 있는 캠프 페이지이다. 캠프 페이지에서는 1969년 즈음에 비무장지대에 고엽제를 뿌리는 헬기부대가 출동했던 곳이다. 고엽제 드럼통을 저장했다가 경유에 고엽제를 배합하는 작업을 수행하였고, 헬기의 고엽제 살포기에 고엽제를 싣고 비무장지대에 뿌리고, 다시 돌아와서 헬기를 청소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고엽제는 토양을 오염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빗물을 타고 개천을 따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거쳐 강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베트남의 다낭 기지라는 곳이 캠프 페이지와 유사한 곳이었다. 다낭 기지에서는 다이옥신 오염 조사가 꼼꼼히 이루어진 곳이다. 다이옥신의 이동성이 낮기 때문에 다낭 기지의 저장소, 배합장소, 항공기에 싣고 내린 장소만 주로 오염되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시설들에 연결된 하수관로를 따라 주변 호수까지 오염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캠프 캐롤은 고엽제가 매립되었으므로 그 위치에서 외부로 다이옥신이 확산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캠프 캐롤에서는 매립위치만 확인하고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작업만 하면 될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캠프 페이지는 고엽제가 사용된 곳이다. 더 큰 오염이 광범위하게 발생하여 기지 외부까지 확산되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캠프 캐롤의 고엽제 매립 사실 확인을 빨리 마치고, 또 다른 기지 조사에 시급히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엽제 매립 범죄행위, 미국은 사과부터 해라”

1999년 오시바Oshiba라는 미군 대위가 작성한 한국기지 오염실태 논문에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온다.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미군은 현재 어떠한 조치도 취할 생각이 없다. 그 이유는 한국정부의 환경규제가 아직 미약하며, 미군에게 환경복원을 요구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력이 더 발전하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미군은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을 고려하여, 한국의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군은 여전히 낡은 태도를 고수하는 듯하다. 과거처럼 기지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면 된다고 믿는 것 같아 아쉽다.  만약 앞으로도 미군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현재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미국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앞으로 굴욕적인 소파협정SOFA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무시하고 직접 들어가 조사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진다면 한국정부도 더 이상 지금처럼 미군에게 굽실거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참에 소파협정은 반드시 개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미군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도 미군 허락 없이는 자료공개도 못하게 만든 소파협정, 발암물질 지하수를 알고 있으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미군에게 책임도 묻지 못하는 소파협정, 이젠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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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주요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례>              자료 : 녹색연합

분류            건수                   주요 사례

기름유출         30               ● 1998년 3월 경기 의왕 메디슨 기지 지하유류저장탱크 

                                          배관  노후로 기름 200갤런 유출
                                       ● 2001년 1월 서울 용산 기지 인근 녹사평역에서

                                          기름 유출로 지하수, 토양 오염 확인
                                       ● 2001년 5월 강원 원주 캠프 등 유류탱크 배관 파손으로

                                          200갤런 유출
                                       ● 2009년 2월 강원 원주 캠프 이글 한강 지류

                                          섬강 상류로 기름 유출

불법매립        5                 ● 1999년 9월 경기 평택 오산 공군기지 13년간

                                          건설폐기물 불법 매립
                                      ● 2011년 5월 경북 칠곡 캠프 캐럴 고엽제 500여 통 매립

무단방류       6                 ● 2000년 2월 서울 용산 기지 포름알데히드 470병

                                           한강 방류

토양오염       3                 ● 2009년 8월 전북 군산 직도 사격장 구리, 납 등

                                           중금속 오염

기타             3                 ● 2007년 3월 전북 군산 미군기지 기름 유출로양어장 피해

(석면, 야생동물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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