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4월 2010-04-01   839

경제, 알면 보인다_전문가와 중개인의 차이



전문가와 중개인의 차이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금융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개인들의 금융자산에도 커다란 지각변동이 생겼다. 2007년 펀드 대란 때와 같이 갖고 있는 예·적금을 전부 펀드로 갈아타는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여전히 적금이나 예금은 물가상승에도 못 미치는 이자율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속에서 펀드가입은 꾸준한 양상을 보인다.

현상으로 인해 최근 가계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투자 상품이 30%나 차지하고 연금 등의 보험 상품 구성이 23%에 달한다.

이렇게 금융투자 자산 비중이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적지 않다 보니 전문가를 통한 금융 투자 정보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투자 자산에서는 금융자산 외에도 부동산 자산까지 감안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 비중에서는 부동산 자산이 거의 76% 수준을 차지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많은 사람들 의식에 뿌리 박혀 있으면서 부자가 되기 위한 유효한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을 일순위로 꼽고 있는 현상도 여전하다.
결국 부동산 투자 자산까지 포함하면 개인 자산에서 투자자산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말 한마디에 매우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신문이나 서적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시장 동향과 전망 등에 낙관하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하면서 자산 구성의 의사결정 과정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한다.


중개인인가 전문가인가

문제는 사람들이 정보를 취하면서 참고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말 그대로 전문적인가에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금융전문가의 상당수는 금융회사 직원들이다. 언론을 통해 등장하는 전문가 중에서는 은행의 PB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가장 대표적인 금융전문가들이다. 개인들의 금융상품 선택의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고 전반적인 거시 지표에 대한 견해는 주로 경제연구소를 통해 정보가 제공 되고 있다. 그 외에도 보험회사 컨설턴트, 혹은 보험 대리점(일명 GA)의 개인 금융컨설턴트의 의견이 칼럼 등을 통해 전문가로 등장한다. 소비자들이 금융상품 선택에 있어 정보를 취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자사 상품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문제는 자사 상품의 안내와 홍보가 전문가의 전문 정보로 둔갑하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금융회사들 사이 투자 상품 판매에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금융 투자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가 판매를 위한 마케팅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투자 상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라면 상승에 대한 기대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보다도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의 정보는 언제나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사소하거나 하찮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금융회사 소속의 전문가들은 금융상품 중개에 따른 이익을 취하는 집단이다. 당연히 거래가 활성화 되어야만 중개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 전망이 부정적이어서는 안된다.

아무래도 매수세가 줄어들면 그만큼 시장의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개 수수료에 의존하는 전문가 집단은 투자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만에 하나 존재할 위험은 최대한 축소하는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런 면은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의 정체성은 본질적으로 거래에 따르는 중개 수수료에 의존하는 중개인이다. 소비자 중심의 중개인이라면 당장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겠으나 이런 중개인은 지극히 드물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장사치들의 이야기를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정보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규제 강화에서 시작

언론이나 재테크 서적 같은 형태의 정보 외에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투자 중개인들로 인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강요당한다. 만기가 된 적금을 찾으러 은행을 들렀던 어느 소비자는 은행원의 강권에 보험과 펀드에 가입했다. 사실상 은행 창구는 전문적인 금융상품 상담 장소로는 대단히 불안정하다. 대개의 경우 간단한 금융 업무를 보는 것으로도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창구에서 조차 펀드와 보험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 판매 권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설명을 충분히 들었을 리도 없고 창구 직원의 전문성도 검증할 수 없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은행 창구에서는 읍소에 가까운 상품 판촉이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적에 쫓기는 은행직원을 나무랄 수도 없다. 하루 종일 창구 업무를 봐야 하는 직원에게 과도한 실적으로 인사고가를 매기며 압박하는 현실에서 개인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결국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금융회사 전반이 직원들에게 과도한 실적압박을 주는 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그 상품이 적금이나 예금, 혹은 자동이체 등의 단순한 상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투자 상품이나 보험과 같은 어렵고 복잡한 상품까지 실적압박을 하는 것은 넓게 보면 소비자들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상품은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실적압박이 불가능하도록 법적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 외에도 70대 저소득층 노인에게 조차 버젓이 펀드 상품이 판매된 사례도 자주 접한다. 그 상품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리 전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재정상태가 매우 취약하다보니 펀드 하락 시 손해를 보고 급한 곳에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투자 상품 가입과정에서 전반적인 재정상황이 양호한지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도록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하다못해 비상 예금 자산 하나 없는 상황에서 펀드와 주식 투자가 가능한 현실, 심지어 그 펀드와 주식에서 빚을 내는 것까지 허용된 현실은 돈을 까먹으라고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동산 담보 대비 부채 비중을 규제하거나 소득대비 부채 상환 규모를 규제하는 것과 같이 투자 상품 혹은 보험 가입 비중이 전체 자산의 일정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문맹에 가까운 소비자들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위험한 판매 현실을 놔두는 것은 불법 의료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진짜 전문가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은 미시적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지만 어느 곳에도 판매를 위해 매인 곳이 없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투자 상품 가입을 제한하든가 아니면 판매 시장을 철저히 도덕적으로 관리하든가 둘 다 혹은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필요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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