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4월 2010-04-01   1253

참여연대는 지금_예스맨 프로젝트 시사회 후기


정신 나간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손민정 휴먼파탈

이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에서만 살아가기 어려운 줄 알았더니 미국에서도 살기 영 갑갑한 모양이다. <예스맨 프로젝트>를 보면서 뒤로 넘어가면서 깔깔 웃었지만 웃고 나니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보팔 사건’ 피해자는 구제받지 못했다. 예스맨이 엿을 먹인 군수산업체 할리버튼과 정유 업체 엑손은 여전히 미국 굴지의 기업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있을지언정 대단한 이윤을 얻고 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예스맨보다 더 기괴한 행위를 일삼는 기업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추악한 모습을 감추고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한다.

기업 또는 정부 관계자를 사칭해 더러운 면을 비꼬는 이들의 장난 혹은 운동을 일부 언론과 해당 기업들은 극악무도하다고 매도했다.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예스맨의 행위는 결코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다. 예스맨의 장난으로 일반인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고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아픔이 알려지고 관심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오히려 그들은 고마워했다. 예스맨이 아니었다면 거대한 기업과 정부의 결정으로 사람들의 아픔을 알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치유의 목적? 의미를 찾는 것? 이들의 행위를 규정하는 시각과 방식은 여러 가지지만 어쨌든 예스맨의 행위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예스맨은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최악의 산업재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던 다국적기업 다우를 사칭해 3억 명이 시청하는 BBC 뉴스에서 120억 달러 규모의 피해 보상을 약속한다. 이 사기극 이후 예스맨의 행위를 다루는 600개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얼마나 짜릿한가. 하지만 그것뿐 600개의 기사로 바뀔 만큼 주식시장은, 미국은,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 부럽다. 이들이 한 행동을 한국에서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단지 시위 한 번 나가서 사진이 찍혔다는 이유로,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고, 정부 정책을 힐난했다고, 기업 불매운동 좀 했다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응분의 보복이 기다린다. 심지어 좀 웃자고 풍자한 영상에 대해서 정색을 하며 그들의 대단한(?) 명예 훼손을 제기한다.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게 되리라는 한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어떤 행위를 해도 그 이상의 보복을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와 웃음을 찾는 것은 진정 돌아버리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 예스맨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한편 예스맨이 벌인 이색 활동 중에 예스맨이 원하는 미래 사회의 내용으로 전부 이루어진 가상의 <뉴욕타임스>를 배포하는 활동이 있었다. 예를 들면 1면 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는 식이다. 실제의 <뉴욕타임스>와 똑같은 크기, 디자인으로 날짜와 내용을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하루아침에 미국이 바뀌었다고 오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들은 뉴욕 시민에게 예스맨의 <뉴욕타임스>를 호외로 나누어주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까발린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도 모두 끝난 이후 주최 측에서는 예스맨이 제작한 <뉴욕타임스>를 돈을 받고 판다고 했다. 그때는 왠지 최면에 걸린 듯 아무 생각도 못하고 뉴욕타임스를 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재고 따질 것 없이, 당장 교통비가 없을지라도, 밥 한 끼를 굶게 되더라도 예스맨의 <뉴욕타임스>를 가지는 게 세상을 바꾸고 싶은 내게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미국 시민들에게는 공짜로 나눠주면서 왜 우리에게는 돈을 받고 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최 측의 상술이든 그 돈으로 예스맨을 지원하든 신문 한 부에 만 원은 좀 심했다. 그래도 돈을 내고 산 것은 내 자신. 내 자신이 이해가 안 가지만 세상은 이해가 안 가는 것 투성이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예스맨은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내 마음을 움직였다. 예스맨이 한 일은 바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시민사회운동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논리를 앞세우기 전에, 의미를 찾기 전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을 가진 정신 나간 사람들에게 그 정신 나간 생각을 집어치우지 말라고, 더 미쳐보자고 하는 주술이다.

하지만 모든 활동가가 예스맨처럼 활동한다면 결코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법률가는 법으로, 언론인은 기사로, 정치인은 정치로, 학자는 연구와 학문으로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자신이 바꾸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변화의 낌새가 보이기는커녕 엉켜버린 매듭이 더 꼬이고 있다는 허탈감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예스맨보다 더 정신이 나간, 돌아버린 한국의 누군가를 기대하게 된다. 아니, 우리사회에 예스맨이 나타나기를 바라기보다 예스맨이 없어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지난 3월 22일 월요일 씨네21북스에서 마련한 <예스맨 프로젝트> 영화 속 주인공인 앤디 바클바움과 함께 하는 시사회에 참여연대 식구들이 초대를 받았다. <씨네21> 관계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제주 풍경화

지금, 이 자리에서 제주를 꿈꾸다

『제주 풍경화』 정원선 | 더난출판사 | 2010년 3월


제주도하면 그저 ‘올레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섬의 내면과 거기 붙박여 살아온 이들의 삶이 궁금한 여행자에게, 색다른 제주 풍風·경景·화話를 선물한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훌쩍 떠나 쉬고 올 수 있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 가족을 위한 색다른 관광지, 연인을 위한 아름다운 여행지, 친구들과 추억 쌓는 즐거운 장소,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멋진 섬, 제주를 소개한다. 제주의 찬란한 바다와 오름, 산과 길뿐 아니라 제주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감성적인 필체로 담아냈다.

독특한 점은 저자가 모든 장소를 버스만 이용하고 직접 걸어서 가보는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숙소와 식당도 섬에 붙박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 위주로 소개했다. 

또 하나, 『제주 풍경화』는 소비하고 써버리고, 쓰레기만 잔뜩 남기고 돌아오는 여행처럼, 대형 자본에 돈을 몰아주고 주는 현지인들을 외면하는 여행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새로운 여행을 꿈꿈다. 섬을 돌아보면서 자기 삶을 아울러 돌아보고, 섬사람들와 유대를 맺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를 숙고하게 이끄는 ‘착한여행’처럼 말이다.




지은이 정원선,

시시각각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온라인 콘텐츠 기획과 서비스 일을 하면서도 5년 내내 꼬박 1년 중 3분의 1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보내고 있다. 저자 또한 이 시대의 직장인으로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받는 통에 숨을 돌리러 이 땅의 이곳저곳을 다니게 됐다.
처음에는 관광이었으나 차츰 여행이 되었고, 삶의 형식으로 뿌리내렸다. 저자는 삶의 거처를 제주에 두자는 신념으로, 도시의 더깨를 덜어내고 간결하게 섬 주민으로 살고자 변모하는 중이다.  닉네임은 진광불휘眞光不輝. “진짜 빛은 찬란하지 않다”는 뜻.




※ 해외여행 사례로만 알고 있던 공정 여행, 윤리적 여행을 국내여행에 처음 끌어들인 이 책. 좬제주 풍경화좭. 저자는 수익금 일부를 제주도민과 제주 환경을 생각하는 제주참여환경여대, 제주 4·3연구소, 제주 꿈꾸는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참여연대, 고래동무를 위해 기부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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