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5월 2009-05-01   1010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촛불 1년: “촛불의 열망은 아직 유효하다”




“촛불의 열망은 아직 유효하다”


인터뷰|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


『참여사회』 편집부


2008년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우병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고생들이 첫 촛불을 든 지 1년이 됐다. 이어 5월 6일 1,000여 개의 시민단체와 인터넷 카페가 모여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를 결성해 촛불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을 비롯해 한용진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가 구속됐다가 지난 4월 17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참여사회」는 5개월의 수배생활을 거쳐 4개월 여 동안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을 만나 촛불 1년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감옥에서 벗어난 기분은 어떤가?

그동안 참여연대의 여러 임원·회원들께서 면회를 오시고 걱정해주신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석방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큰 단절감을 느낄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나와 보니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조계사에서 농성할 때부터 구치소에 있는 동안 많은 회원,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를 받아서 비록 감옥 안에서 갇혀 있었지만, 고립되거나 외로운 생활이 아니었다. 지금도 감사드린다.



어떤 상황이 가장 힘들고 답답했나?

올해 초 용산참사가 일어났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더구나  참사현장에서 체포된 분들을 구치소 안에서 만났는데, 어떤 위로의 말을 꺼내기조차 미안할 만큼 그 상황이 참담했다. 그 뒤로 PD수첩 수사, 일제고사 관련 교사 해직, MB악법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 정부가 지난 촛불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 분노가 이는 한편 정상적인 통치 이탈의 행태를 보이고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또 한편 바쁜 활동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을 감옥에서 골똘히 고민도 해보았고, 그 고민을 외부와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감옥이라는 공간이 전에 비해 교정시설 인권기준 등이 많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단절이 있기 때문에, 마음과는 다르게 제한된 방식과 내용으로 외부와 소통해야 했다.



촛불을 밝힌지 1년이다. 촛불이 가져온 변화 중 시민권의 자각이 두드러진다. 촛불집회는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국민들이 지금에서야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 발전 경로를 걸으면서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해체되는 과정에서 누적된 불만과 분노가 작년에 촛불이 되어 분출한 것이다.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 문화적으로 자신의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컸는데, 제대로 분출될 통로가 없었다. 주류 사회는 물신화 경향이 강해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연 부자 되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욕구가 있었다. 광우병이란 이슈를 매개로 분출한 건강과 먹거리 문제가 점차 삶의 다양한 문제로 승화된 것 같다. 하지만 촛불 시위 과정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사람들이 가졌던 열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그 열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은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한국사회 역사에 길이 남을 저항이었지만 그런 형태를 이후에도 유지할지 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사람들이 촛불을 든 이유가 사회공공성과 같은 근본적인 이유라기보다는 내가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 마디로 결론 짓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욕망의 기초는 개인적인 욕망에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촛불을 결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의 한 가지는 삶의 대안, 삶의 안전 문제이다. 생활 문제가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후 시민운동에 있어서 그런 삶의 안전과 삶의 질 문제를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굉장히 제한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그런 문제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문제 해결과 사회적인 문제 해결은 맞닿아 있고 항상 연결되는 변증법적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분해서 볼 필요는 없고, 촛불의 성격을 분석할 때 (일면 맞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촛불 구호로 나온 공교육 문제나 대운하 문제 등 촛불 구호로 나온 여러 현안들이 직접적으로 자기 생활과 관계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요구로 공유·합의했다는 점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욕망이 있는 한편, 지금보다 나은 사회로의 발전에 대한 욕망도 함께 보여준 것이다. 일종의 연대정신을 보여준 촛불이었다. 이 연대정신을 키우는 것이 이후 시민사회운동에서 중요하고, 이 연대정신과 운동을 연결시킬 때 운동의 증폭과 확장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사회와 연대하게 하며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으로 끌어내고 포착하느냐, 이것이 시민운동이 부여받은 과제인 것 같다.



시민사회운동의 관성적인 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던 촛불이라는 평가도 있다.

촛불 들고 나온 사람들의 절실함과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점이 그것이다. 촛불 과정부터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가장 많이 토론되고 있는 것이 소통인데, 여전히 운동이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석하여 미래를 준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난 10년 동안, 특히 시민운동이 안주했던 면도 있었다. 법제도 중심의 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제기한 많은 의제가 제도로 받아들여졌는데 이는 일종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하다. 그런데 모든 운동이 그렇듯 성공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운동 의제의 제도화 이후 다음 단계는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작년 초까지 한국사회운동의 변화의 좌표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촛불이 먼저 튀어나와 버려 새로운 모색을 위한 후속논의를 하지 못한 채 촛불로 휩쓸러 갔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주행이라고 표현되는 정치 위기는 심화되었고 사회적인 단절과 분열, 보수와 진보, 계층 간 세대 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 대립과 갈등이 더 심해졌다. 최근 합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만나서 사회발전에 대해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제안도 있는데, 실현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시민운동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의식과 마음 깊숙한 곳에 촛불 정신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다시 표현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끄집어내 함께할 것인가 하는 점이 시민사회운동의 과제다. 그래서 1년을 좀 차분하게 맞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 촛불 1년을 기념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것 못지않게 지난 촛불의 성과와 한계, 교훈과 과제를 차분히 되새기면서 긴 호흡으로 우리사회의 미래에 관한 논의를 진지하게 열어가는 1주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이 참여연대에 끼친 영향과, 이 촛불의 의미를 반영하는 참여연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여러모로 참여연대에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압수수색 당하고 상근 간부 중에 안진걸 팀장과 제가 수배되고 구속되는 경험도 했다. 촛불 과정에서 우리 회원들과 시민들이 참여연대의 진정성에 대해서 충분히 느끼셨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진정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참여연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등록금 문제라든지, 실업문제에 대한 민생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중요 과제들과 맞닿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운동력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작년 촛불 과정에서 시민들의 새로운 시도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이미 경험했으니,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가다듬어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더욱 넓힐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아야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대안적인 삶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참여연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식인들과 사회단체들이 논쟁을 축적하는 흐름을 보았을 때 참여연대가 노력은 하는 것 같으나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참여연대가 대표적인 운동단체로서 대안적인 생산과 생활의 양식에 대한 진보적인 단위의 토론과 합의에 참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기어이 미국산 쇠고기를 유통시켰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깊었는데, 지금은 조금의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수입업자들이나 정부가 기대한 만큼 늘지 않는 것 같다. 작년 촛불을 거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걷히지 않고 있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도록 정부가 해명한 것도, 뚜렷한 안전망을 마련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이나 전문가들이 감시를 계속해야 한다.

현재 1년밖에 안 된 정권의 대통령 지지율이 20~30%다. 역대 정권의 권력 말기 징후와 다름없어 보인다. 국민들은 정부에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1년 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의 골자를 보면, 부자와 기득권특권층을 살리고, 서민이나 노동자들은 희생시키는 경제정책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를 계속 해간다면 한국경제가 직면해 있는 경제상황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고, 국민들의 불만들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정부의 실적적인 본격적인 정치위기는 그 지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촛불은?

작년에 신년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대책회의 상황실장을 맡으리라는 계획은 없었다. 당시 광우병대책회의가 구성되고, 거의 모든 시민단체를 망라하는 틀로 구성 되고, 한국 시민운동의 대표적인 단체인 참여연대의 한 임원으로서 역할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상황실장을 맡게 되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광우병대책회의가 촛불 집회를 실무적으로 주관하고, 그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것은 나중 문제이고, 당장에 시민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가지고 거리에 나앉았는데 운동이 무언가 책임 있게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직책을 맡게 되었다.

수배생활을 했던 것과 구속이 되어 지금 보석으로 나올 때까지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지난 5월 촛불집회 과정에서, 거리에서 대중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에너지가 고양되고, 20여 년동안 해왔던 운동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운동이란,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을 해결하고 치유하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앞으로 운동할 때나, 죽을 때까지 촛불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경험은 제 삶과 운동에 굉장히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촛불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요구를 내건것이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고,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고, 그 열망은 아직 유효하다. 당장 그것이 제2, 3의 촛불로 외화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삶의 현장 곳곳에서 다른 여러 형태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 운동이 사람들의 삶의 현장과 순간에 함께 하면서 어떻게 모아내느냐가 촛불 시민과 시민사회운동이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