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6월 2011-06-20   1114

2011 참여사회 5대 중점과제-민생 살리기 캠페인

 

민생民生, 생사의 기로에 서다

 

김진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

 

#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초등학교 5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이 있다. 아내는 작년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A씨의 연봉은 4천만 원, 퇴직금과 세금 그리고 보험료를 제외하고 한 달에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백 90만 원 정도다. 2007년 대출을 받아 2억 3천만 원짜리 집을 장만해 대출 원리금으로 매달 102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두 자녀의 학원비·학습지 구독료로 매달 50만 원이, 여기에 식비·공과금·보험·적금 등에 지출되는 비용이 매달 120만 원에 이른다. 남는 돈은 18만 원 남짓. 여기서 통신료와 교통비를 빼고 나면 사실상 집안 경조사를 챙기기조차 벅차다. 문화생활이나 쇼핑은 어렵지만, 철마다 적어도 아이들 옷은 장만해야 되니, 카드 할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집값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대출금리만 올라 원리금 부담만 커지고 있다. 전세로 옮기면 사정이 나아질까 싶어 손해를 보고 집을 팔려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드물다. 가족 중에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넣고 있는 적금을 깨야 할 판이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면 단과반 학원에라도 보내야 하는데, 연봉이 오르거나, 아내가 부업을 시작하게 된다 해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몇 년 뒤에는 대학에 보내야 하는데, 그때까지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을지도 불명확하다.

  민생(民生)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참여연대는 1997년 3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작은권리찾기운동을 전개하여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 통신요금 인하 운동 등 시민들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갖가지 권리 침해를 고발하고 구제·보호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후 2007년 3월, 민생희망본부를 출범하여 작은권리찾기운동을 민생 전반에 대한 대응으로 확대하고 있다. 민생희망본부는 가계의 사부담을 대폭 낮추고 서민경제를 금융기관의 폭리 등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한 활동 그리고 자영업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왜곡된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재벌·대기업·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전세금이 폭등하는 등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서민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위 사례로 든 직장인 A씨의 경우와 같이 많은 시민들이 특별히 과소비를 하지 않아도, 혹은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아도 가계경제를 그저 유지하는 것조차 벅찬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파탄지경에 이른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를 2011년의 5대 중점과제로 정했다.

소득 줄고 지출은 늘어나… 심지어 빚까지, 왜?

2010년 말 기준으로 상거래 신용 등을 포함한 개인금융부채는 1천조 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1,172조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즉, 가계부채를 갚기 위해서 한국에서 일 년 동안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쏟아 부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더불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8%로, 개별 가구가 세금 등을 내고난 나머지 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데 써도 소득 절반 금액이 여전히 남아있다.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소득은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그런데 실질 소비지출은 늘고 있어 가계의 빚 갚는 능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가계부채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소득이 줄면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쓰기에 소득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심지어 빚까지 끌어다 쓰는 것일까.

  답은 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들은 음식·숙박(13.16%), 교육(12.45%), 식료품(12.26%), 교통(11.98%), 주거(9.36%) 등 의식주 및 교육과 관련해서 소비의 6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즉, 가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필수적인 부분에 소득의 많은 부분을 지출하다 보니, 소득이 줄어도 지출을 줄일 수 없었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세가격은 올해 1년 전에 비해 13%가량 상승해 전세난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등록금도 5년 새 30%가량 증가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필수 지출은 계속 증가한다. 필수 지출이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지만, 도저히 줄일 수 없는 부분이기에 결국 대출을 받게 된다. 가계 빚이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가계 빚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은 2003년 152조 원에서 2010년 284조 원으로 7년 만에 두 배 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한국사회에서 ‘내 집 마련’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저금리 기조 하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종의 투기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은 내 집 없이는 주거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전세는 언제 몇 천만 원씩 올려달라고 할지 모른다. 소득에 여유가 없으면 주거지를 계속 이동하거나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장기 전세로 공공주택에 들어가려고 해도 이는 하늘의 별따기다. 전체 재고주택 중 공공주택 비율이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20%를 상회한다. 이처럼 주거안정을 위한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을 끼고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것이다. 가계 빚이 증가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리해서 마련한 내 집 때문에 한국가계가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구조는 변동금리 조건이 90%가 넘고 35.6%가 3년 이하 만기구조, 46%가 일시상환 방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만약 집값이 하락하거나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급격히 가계 부담이 늘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사례로 든 직장인 A씨의 경우에도 지금은 원리금 부담이 102만 원이지만 금리가 오르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여유자금이라고는 18만 원 정도가 고작인데, 조금만 올라도 상시적인 적자가구가 되는 것이다. 몇 십만 원 넣고 있는 적금도 깨야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집값까지 하락해 버리게 되면 매물이 쏟아져 나와 손해를 볼 것을 각오해도 집을 팔수조차 없게 된다. 급증하는 금리에 원리금이 연체되고, 은행은 담보인 주택을 빼앗아가 버린다. 악의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 실제 미국 대공황 때, 그리고 서브프라임 사태 때에도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한국은 물가상승 압박으로 금리가 인상되고 있고, 집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

  가계 빚에는 담보대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용대출도 있다. 신용대출을 받는 목적의 74.8%가 가계생활 유지와 사업자금 마련이다. 이런 신용대출이 제2 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A씨를 가까운 미래로 조금 옮겨보자. 둘인 자녀가 대학을 가야 하는데 중간에 퇴직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직업훈련 등 사회안전망이 일천한 한국에서 A씨가 다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퇴직금을 받아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뿐이다. 사업자금이 부족한데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은 문턱이 너무 높다. 결국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로 메운다. 그런데 평생 장사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는 A씨는 초기에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가계 생활은 유지해야 하니 결국 신용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가 생기게 되면 신용등급은 여지없이 추락한다.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캐피탈로 점차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연 40%가 넘는 고금리의 대부업체에로 까지 밀려나게 되면 사실상 예전 경제 상태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 쯤 되면 민생이 생사에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 누구라도 직장인 A씨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가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주거안정을 한번 이루어 보겠다고, 자녀 등록금 마련해 보겠다고 빚을 끌어다 쓴 직장인 A씨만의 잘못일까?

  당연히 아니다. 2010년 9월 기준으로 서울의 중간정도의 집값은 4억 3,760만 원 정도다. 그런데 한국의 중산층 가구의 연소득은 3,673만 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중산층이 서울의 중간정도 하는 가격의 집을 사기위해서는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11년을 넘게 모아야 한다. 소득 2분위로 내려가면 24.4년이 걸린다. 이렇게 높은 집값은 투기적 가수요와, 정부가 건설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풀어낸 결과다. 투기꾼과 건설업자들을 위해 애꿎은 다수의 시민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높은 집값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살기 위해, 빛 질 수밖에…

가계부채 상황이 이미 심각했던 2010년에도 정부는 규제를 풀어 ‘미분양도 많고 집값도 안 오르니까, 빚 더 내줄게 너희들이 집 좀 더 사라’고 부추겼다. 덕분에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10조 원 증가했다. 그런데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전세금이 폭등했다. 내 집 마련도 어렵고, 전세도 힘드니 공공임대주택이라도 많으면 들어가겠는데, 전체 재고주택에 고작 4%다. 선진국은 20%이상이다. 주거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내 집 마련해서 주거 안정하겠다는 데 산더미 같은 빚을 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교육비도 문제다. 한해에 천만 원이 들어가는 미친 등록금, 지난 10년(2001~2010)간 대학 등록금은 국립대가 82.7%, 사립대는 57.1%가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1.5%)의 2~3배 이상 인상되었다. 그리고 세계 1위의 사교육 시장도 얼마 되지 않는 가계의 소득을 더욱 마르게 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세워 놓고도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여당 새 지도부가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두고 볼 일이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면서 정부는 미래세대의 교육까지 시장으로 밀어 넣어 가계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 외에도 가계소비의 7%를 차지하는 통신비도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구당 이동전화요금은 월평균 10만 3천 원에 이른다. 통신사들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유지비용은 높지 않음에도. 여전히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한 통화도 사용하지 않아도 1만 2천 원가량의 기본요금을 꼬박꼬박 내야한다. 시장원리에 따르자면, 사용자가 많을수록 가격은 떨어져야 하나, 가입자가 5천만 명을 넘어선 이동통신시장만큼은 시장의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민생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들어섰다. 가계 빚을 늘리는 주요 원인인 집값·전세난·등록금·통신비는 필수 지출항목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살기위해서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위기에 처한 사회의 수많은 ‘직장인 A씨’를 구하기 위해 ‘민생 살리기캠페인’을 시작했다. 민생 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올해 참여연대는 ① 가계부채의 제도적 사전·사후 대책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과잉대출 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② 전세난 해결책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 ③ 등록금 부담 해결을 위해 매일 오후 12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으며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 등과 함께 반값 등록금 공약 시행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④ 이동통신요금의 인하를 위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스마트폰 요금에 대한 담합 조사를 요청하고, 기본요금 인하를 위한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 활동만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수많은 ‘직장인 A씨’를 구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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