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9월 2019-09-01   1366

[읽자] 계절이 바뀌어도 모든 게 달라져도

계절이 바뀌어도
모든 게 달라져도

 

계절의 변화는 놀랍다. 지난해처럼 기록을 거듭하는 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었다. 그럼에도 입추와 처서를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어느덧 출퇴근 시간에 마주하는 햇살의 길이도 달라져 마음만 홀로 가을을 건너뛰어 겨울로 향할 지경이다. 이렇듯 변화는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바꿔놓기 일쑤고, 그렇게 때때로 달라지다 보면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들이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바로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때 말이다.

 

평소를 만끽할 수 있다면

평소라는 말을 언제 쓰는지 떠올려본다. “평소에 노력했더라면”, “그러게, 평소에 잘 하지 그랬어.”, “평소 같았으면 별일 아니었을 텐데.” 평소에는 평소를 생각하지 않다가 평소가 아닌 때에 이르러서야 평소를 돌아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평소는 지나치기 일쑤다.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착각하고는, 지나고 나서야 기억조차 나지 않는 머릿속을 뒤적이니, 때는 늦었고 평소는 사라지고 난 후다.

 

18년차 카피라이터 유병욱은 “평소의 관찰과 채집이 중요”하다며 “판단은 나중에 해도” 되니 일단 “섬광처럼 사라지는 생각의 단초들”을 가차 없이 포획하라고 말한다. 맞다. 그렇게 잡아두면 의미는 생기기 마련이다. 애써서 잡아두었으니 뭐라도 의미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평소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무언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게 흔히 말하는 창조와 창의의 순간일 터, 모든 것은 평소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 유병욱 | 북하우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독서, 평소의 음악, 평소의 여가.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어주는 존재들

평소와 딱 붙어 다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말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면, 살림을 첫손가락으로 꼽아야지 싶다. 살림을 돌보지 않고는 평소 같은 평소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에 살림을 잘 가꾸는 이라면 “깔끔하고 야무진 손놀림”으로 이루는 깨끗한 공간을 넘어서 “나만의 정서와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든 사부작거림을 포괄하는 개념”까지 나아가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신의 삶을 지켜줄” 공간을 이뤄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공간을 채우는 데에는 마음뿐 아니라 물건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김교석 작가는“일상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집안에 안온함을 가져다주는 물건들”을 살피고 고르는, 무엇보다 “사는” 삶을 바탕으로 쇼핑과 살림을 하나로 묶는다. 그 자리에 늘 있어주는 물건들이 살림으로 나를 이끌고, 정성 들여 가꾸고 돌보는 하루가 일상을 이루니, 이곳은 언제든 흔들릴지 모르는 삶을 받쳐주는 “안전그물”이라 하겠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오늘도 계속 삽니다 – 혼자라서 물건을 사기도 살림을 하기도 멋쩍은 1인 생활자를 위한 생활 제안 | 김교석 | 위고

“우리 모두 위로가 필요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공간에 작은 애정을 쏟기 시작한다면 그 공간은 반드시 따스한 온기로 당신을 위로해 올 것이다.”


 

아무래도 뭔가 여느 날과 다른 하루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나날들. 무언가에 휘둘려 자기 뜻대로 하루를 펼쳐갈 수 없는 이에게도,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이가 아무도 없어 하루를 어떻게 보내도 세계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에게도, 연속되는 하루는 이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오늘 내가 했던 일들이 정말 오늘 한 일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한 사람의 삶을 하루에 담아내고, 그 하루에 한 사람의 시작과 끝을 그려내는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에는 그래서 마침표가 없다. 이 하루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우니, 힘들면 잠시 쉼표에 기대 숨을 돌릴 수밖에 없겠다. 끝에 이르면 마침표가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마지막까지 마침표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나날들 어디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까.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마침표를 찾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다. 매일매일이 새로웠던 그때로.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 문학동네 

“낚시를 조금 해볼까, 그래 그럴 수 있겠네, 그러다 이내 생각한다, 아침마다 똑같은 생각이군, 매일 아침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하지만 달리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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