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22-02-16   587

[취약노동자 노동 공약] ③ 비정규노동자 권리 개선 위한 대선 정책 요구

언제 실업상태에 놓일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과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낮은 임금, 사각지대가 넘쳐나는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인 노동관계법 적용 차별.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주민·여성·청년·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가 놓인 노동현실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었습니다. 대선 후보자들이 취약노동 문제를 외면하면서 취약노동자를 위한 노동 공약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선 후보자들에게 취약노동자들을 위한 공약 마련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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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에 관한 입장과 철학, 격렬한 논쟁 기대한다

[취약노동자 노동 공약③] 비정규노동자 권리 개선 위한 대선 정책 요구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엔 “위기 극복과정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었던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도록”이라고 또렷이 쓰여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를 지나 25년째, 이른바 진보 보수 정부를 번갈아 왔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는 불평등과 양극화 해결책이다. 지금 대통령 선거가 있는 이때, 우리는 이 숙제를 풀어줄 정책적 대안에 대해서 골몰하고 있을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의 질과 노동기본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력 대선 후보의 소속 정당에서 내놓는 노동정책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관리하는 것으로 후퇴했거나, 여전히 기업활동의 요소로서 관리해야 할 대상이기만 하다.

 

우리 헌법 32조는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라고 한 헌법의 요청을 ‘노동시장의 형편’, ‘국민적 공감대’, ‘노사관계 자율성’, ‘법률적 해석’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 유보하는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산업노동학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유력 대선후보-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에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정규직 노동문제에 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내고 받은 답변은 노동문제를 둘러싼 각 후보의 입장과 철학의 차이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안철수 후보 측은 답변을 안 함).

 

그런데 문제 해결에 공통의 인식도 꽤 많이 보였다. 그것은 ▲ 상시적 업무,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 비정규직 고용불안정 수당 지급 ▲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처우 법규정 폐지 ▲ 차별시정 신청권자 범위 확대 ▲ 도급-파견 구분 법제화를 통한 위장도급 방지 ▲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는 전국민고용보험제 ▲ 전 국민 상병수당 도입 ▲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정책이었다. 누가 집권을 하던 이 같은 노동정책과제는 곧바로 논의에 부쳐져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에서부터 다뤄져야 한다.

 

반면에 노동정책에 관한 입장과 철학이 다른 부분에선 격렬한 논쟁이 있기를 바란다. 어차피 해법을 달리하는 정책과제는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국정 철학에 관한 논쟁이 함께 되어야 한다.

 

노동기본권 보장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

 

첫째, ‘일거리 정책’과 ‘일자리 정책’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누구나 ‘좋은 일자리’를 말하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거리를 뿌리’는 것 이상 나가지 않는 것으로 정책 차이를 별반 볼 수가 없다. ‘좋은 일자리’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작년 정부 통계로는 임금노동자가 54만 6천 명 증가해서 고용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하지만, 그중에 비정규직이 53만 8천 명 증가한 것이었다. ‘위기 극복과정’에서 불평등‧양극화가 고착하고 심화하는 조짐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공공부문 사회서비스분야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고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거리’를 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은 꼭 되짚어봐야 할 일이다.

 

둘째, 우리나라 법‧제도가 노동권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 노동법과 제도는 역동적인 우리 사회에서 생산된 제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가 주도의 수출·대기업 육성 전략의 하나로 꾸려진 제도이기에 정작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제도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것은 노동조합에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라 과거 정부 주도로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사회적 대화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셋째, 노동기본권 보장은 사용자 책임인가, 국가(정부) 책임인가? 세상 치사한 일이 자기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거다. 그런데 유독 노동기본권 문제만 나오면 국가(정부)는 쏙 빠지고 사용자 부담을 들어 어렵다는 얘기를 유행가 부르 듯하다. ‘나는(대통령은) 공감하는데, 우리나라 사용자는 아직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수준이 못돼!’ 이런 말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노동기본권 보장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정부)의 책무이다.

 

넷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기본권 보장에서 배제되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는 종래의 우리 노동법‧제도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 노동이었다. 그래서 신중한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604만 명, 플랫폼 노동자 220만 명으로 이야기한다. (중복도 있지만!) 규모가 이 정도라면 마냥 신중할 문제는 아닌 상황을 웅변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경우에도 사용자 형편을 많이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고려가 5인 미만 사업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 원청 혹은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주의 비용 절감과 이익에 복무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형편 봐주는 언사로 핵심을 흐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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