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비정규직 2022-12-08   540

[운동본부 기획 보도자료 6] ‘노란봉투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4

“노동법의 시각으로 노조법 2조·3조를 다시 쓰자”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약칭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노조법 2·3조 개정 관련 주요 내용과 쟁점을 총 7회에 걸친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기획보도 여섯 번째 주제는 ‘노동법의 시각으로 노조법 제2조, 제3조를 다시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입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자료 3쪽부터 이어지는 「운동본부 기획 보도자료 ⑥ 노동법의 시각으로 노조법 제2조, 제3조를 다시 써야 하는 이유」 전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요약

안전운임제 일몰제(효력 상실) 폐지와 적용 품목․차종 확대를 요구하며 전면 파업 중인 화물연대를 향한 정부의 전방위적 탄압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압박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행보를 이어 왔다.

지난 6일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피해를 입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넓히고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한하는 취지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도리어 노동조합 활동을 옥죄고 탄압하는 데 혈안인 형국이다.

이를 두고 입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뿐만 아니라, 지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당시에도 ‘불법파업’, ‘막대한 경제적 손실’ 운운하며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정부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지난해 ILO 제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와 제29호(강제노동 금지) 협약을 비준한 바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헌법 정신과 ILO 결사의자유 협약 등 국제조약을 노골적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기획보도자료를 내고 헌법이 정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이 하위법인 법률(노조법)로써 오히려 침해 또는 제약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본질적, 구조적으로 종속적이기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실질적 노사대등을 확립하도록 하는 접근방식을 우리 노동법은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자본주의 시장 체제 안에 놓여 있는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은 허구적인 개념일 따름이며,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3권’이라는 특별한 보호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노조법은 노동3권의 온전한 실현을 보장하는 대신, 통제 위주의 억압적인 법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노조법 제1조에서 노동3권의 ‘보장’과 노동관계의 ‘공정한’ 조정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조항에서 노동3권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절차와 형벌규정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러한 헌법 위배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동법의 본래 정신을 구현할 수 있게 노조법 2조·3조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조연민 변호사는 “근대 시민법 원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의 자유로운 개인과 개인 사이의 대등한 관계를 전제한다. 그러나 노동법이 포착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종속노동은 이와 전제를 달리한다. 노동법은 이 점을 직시하고서, 시민법을 수정하여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에 서도록 하는 목적에서 태동했다. 그런데 현행 노조법 제2조, 제3조와 이에 대한 법해석은 노동법적 시각을 결여하고 있어 노동3권의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위상과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 노조법 제2조 개정을 통한 원청 사용자성 인정 제3조 개정을 통한 쟁의행위 손해배상 제한의 구체화는 노조법에 그 본질에 맞는 노동법의 시각을 되찾아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운동본부 기획 보도자료 ⑥

노동법의 시각으로 노조법 제2조, 제3조를 다시 써야 하는 이유

시민법에 대한 수정으로서의 노동법

근대 시민법 원리는 개인 간의 대등한 지위를 전제한다. 각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자기 책임의 원칙 하에 법률행위를 하며, 법 앞의 평등 앞에 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내용이 인격의 자유와 평등, 사적 소유권의 보장, 계약의 자유 및 과실책임주의, 국가의 불간섭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법원칙으로서 논의될 수 있을지언정, 자본주의 체제라는 현실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관계를 적정하게 규율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예컨대 위와 같은 원칙을 노사관계에 적용하면, 사용자에게 일방적 자유를 보장하는 결과만이 도출될 뿐이다.

시민법은 법 앞의 평등 이전의 봉건제 사회, 즉 신분 관계를 대체하면서 새롭게 사회를 규율하는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것이다(이른바 ‘신분에서 계약으로(from status to contract)’). 모두에게 ‘이제 너희는 신분 관계에서 탈피했으니, 자유롭게 계약관계를 맺고 경제생활을 하라’고 한 것의 결과는, 판매할 것이라고는 자신의 노동력뿐인 상황에서 어떠한 방어막도 없이 시장에 내던져진 노동대중이었다. 이 때 시민법은 적자생존, 약육강식과 다른 의미일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빠른 가속화가 낳은 제반 문제들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경부터 (기존의 ‘정치문제’와는 다른 성격의, 새로운 문제라는 의미에서) 이른바 ‘사회문제(the social problems)’라 명명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들은 시민법이 전제하는 구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 하에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도 다른 법체계를 필요로 했다. 이에 시민법을 수정하는 법영역으로서 사회법이 태동하였다. 노동법은 바로 이러한 사회법의 가장 대표적이고도 중요한 예시이다.

그러므로 노동법은 자연히 시민법과는 다른 관점에서 노동을 바라본다. 노동법이 다루는 노동은 인류가 존재한 이래 유구하게 이어져 온 모든 형태의 노동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이다. 이 노동은 본질적, 구조적으로 종속적이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포착하려면 상호대등을 전제하는 시민법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법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즉 노동법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우열의 관계, 종속의 관계를 규율한다. 독일의 노동법학자인 후고 진츠하이머는 이를 ‘종속노동’, 즉 인간이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권력관계 하에서 제공하는 노동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그 종속된 관계의 실체를 그대로 직시하고 이것을 규율대상으로 삼아 종속성 속에 묻혀 있는 노동자를 발견하려 하였던 것이 노동법의 태동이다. 그 방식으로서 노동법은 크게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설정하여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무효화하는 방식과, 노동자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실질적 노사대등을 확립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노동법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접근방식이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 노동관계와 노동법의 특수성, 독자성을 사고하지 않고 모든 면에서 평등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자유로운 관계를 상정한 채 노동과 노사관계를 바라본다면, 이는 노동법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즉 자본의 노동력 활용이 착취에 이를 정도로 무한히 허용되고, 이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단결과 행동은 범죄화되었던, 수백 년 전으로의 복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인지, 우리 헌법 용인하는 바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자명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의 원청 사용자성, 쟁의행위 손해배상에 대한 이해는 노동법의 관점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시민법적 시각에 치중된 모습을 보여 왔다. 더욱이 이는 노동조합을 불온시, 범죄시하는 오랜 고정관념과 결합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을 – ‘기본권’이라는 이름이 실로 무색하게도 – 무력화, 사문화시키는 위헌적인 해석과 관행을 낳아 왔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분신에 대한 한 ‘명문대’ 교수의 다음과 같은 인터뷰 발언이 이상과 같은 ‘노동법적 관점의 실종’ 사태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두산중공업은 채권자이고 배달호 씨는 채무자입니다. 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그 부담 때문에 자살한 것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 회사가 왜 책임을 져야 합니까? 회사에 어떤 책임이 있습니까? 나는 이 사건을 그렇게 봅니다.”(하종강(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시민법과 사회법의 차이와 노동법” (https://news.kdha.or.kr/news/articleView.html?idxno=10936)

노동법적 관점의 복권을 위한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 필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노조법 제2조, 제3조의 내용은, 그 이해와 해석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우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명확하게 이를 규정한 해외 입법례가 다수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법은 일견 형식상으로는 노동기본권을 강하게 보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헌법이 이와 같이 정하고 있는 취지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보다는, 하위법인 법률로 그 범위나 의미를 축소하거나, 법률을 해석할 때 헌법과 노동법의 시선이 아닌 시민법의 잣대가 우선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노조법상 원청의 사용자성과 관련하여 종래 법원은 이른바 ‘근로계약관계론’의 입장에 서 있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서의 사용자성 역시 개별적 근로관계에서의 그것처럼, 근로관계의 존재를 명시적·묵시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는 것이다. 만약 사인과 사인 간의 대등한 관계라면 이러한 해석이 타당할지 모른다. 모두가 평평한 운동장에서 자유의사로 법률행위를 하고 법률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부러 어떠한 의무를 지우는 것은 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특히 오늘날의 중층화되고 다변화된 간접고용 노사관계의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원·하청 사용자 간에도,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에도 대등하지 않은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원청은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탈피하기 위해 실상은 하청 노동자에게 영향력과 지배력을 미치면서도 계약관계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포착하여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현대중공업)은 ‘실질적 지배력설’에 입각하여 노조법상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확대하였으나, 아직까지 노조법 전반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법 제2조 개정은 이와 같은 타당한 해석에 규범력을 부여하여, 노동법을 노동법답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다음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현행 제3조는 우리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정한 취지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노동3권은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효력을 발하는 구체적 권리이고(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그러한 헌법적 권리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적법하다. 그럼에도 현행 제3조는, 마치 쟁의행위는 원래 어떤 경우에나 배상해야 할 손해를 야기시키는 것처럼 전제하고, 그것을 심지어 “이 법에 의한”이라고 하여 헌법도 아닌 노조법상의 요건을 갖춰야 비로소 면책된다는 취지로 읽히고 있어 문제가 있다. 집단적 노무제공을 통한 업무저해를 기본적인 표지로 하는 쟁의행위가 기본권이라는 것의 의미는, 그 행위로 인해 업무가 저해되더라도 그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의 결과로 보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은 쟁의행위 그 자체와는 별도의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야 정합적인 해석이 된다. 그런데 이 점을 현행 노조법은 전혀 구체적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는 언제고 “이 법에 의한”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선제적, 전략적인 손해배상소송 위협을 통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기본권을 위축, 침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이라는 단결체의 행위이다.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에 따라 노동조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책임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이 원칙적으로 귀속되는 주체는 노동조합이고(내부의 책임 분담은 노동조합이 내부규율에 따라 정하면 되는 문제이다),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는 쟁의행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일탈행위에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는 것이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의 본질에 부합할 것이나, 현실에서는 노동조합의 위세를 꺾을 목적으로 주요 임원, 간부, 조합원들을 피고로 삼는 손해배상소송 관행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같은 대상을 어떤 렌즈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천차만별로 다르게 보인다. 지금까지의 노조법 제2조, 제3조는 그 스스로 노동법임에도 노동법이 아닌 시민법의 렌즈가 덧씌워져 왔다. 초점이 맞지 않은 시선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간접고용 노동자는 기본권을 잃어버리고, 손해배상의 피고, 가압류의 피신청인이 된 노동자는 안온한 삶을 빼앗겼다. 더 늦지 않게 노동법의 시각으로 노조법 제2조, 제3조를 다시 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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