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3월 2010-03-01   870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2010 지방선거와 시민참여: “말 해!”



“말 해!”
20대! 핑크빛 유람단 광주부산 원정기



‘TOEIC 900이, 등록금 천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이가? 이 나라에서 20대 못해먹겠다, 진짜’ 지난 1월 참여연대 대학생 인턴 친구들 몇몇이 모여 술잔을 나누던 자리. 누군가 소리쳤습니다. 모두가 불행한데, 이런 채로 세상이 돌아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던 중 내린 결론은, “20대들 스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우리 투정 좀 부려야 돼. 정치인들한테 좀 더 요구하고, 말해야 돼. 그게 우리 권리니까.” 선거에 관심 없고 투표율도 낮은 20대는 언제나 정치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어진 제약들 아래서 순응하고 경쟁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낮은 토익 점수에 욕을 퍼부을지언정, 그게 왜 욕먹을 일인지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울, 그래서 나섰습니다. 마침 올 6월엔 세상을 바꿀 절호의 기회, 지방선거거가 있다는 이야길 들었거든요. 20대에게 자신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간단한, 하지만 너무도 중요한 선거와 투표행위를 통해서. ‘젊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보자!’

핑크빛 종이를 들고, 핑크색 후드를 두르고! 용감, 단순하게 지난 1월 28일, 첫 캠페인에 나섰어요.

“20대 여러분, 외쳐주세요. 여러분이 생활에서 느끼는 바람, 불만 말하는 순간. 그게 곧 정치가 됩니다. 세상을 바꿉니다.”

서울에서 시작한 캠페인은 생각보다 큰 호응 얻었습니다. 말 안 해서 그렇지, 우리 20대들 하고픈 말 얼마나 많았다고요. 등록금부터 아리수 물 냄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서울에서 들을 수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요구가 늘어갈수록 들었던 의문. 광주 충장로나 부산 서면을 걷는 20대는 지역선거에 대해 어떤 목소릴 내고 싶을까. 우리가 모르는 지역 20대 들만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광주와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지역 언론에 연락을 돌렸습니다. 몇 군데서 흥미 있단 이야길 들었어요.

팜므파탈의 인터넷 클럽 폴리세움(http://club.cyworld.
com/polisseum)에 부랴부랴 글을 올리고, 광주와 부산에 사는 참여연대 20대 회원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광주,
따뜻한 바람, 남도엔 벌써 봄이 찾아온 모양이라며 재잘재잘 떠들었어요.

금세 도착한 전남대, 광주에서의 첫 번째 캠페인 장소였습니다.

전남대 캠페인에는 갓 스물 된 참여연대 회원, 전남대 10학번 새내기 범상윤도 함께했어요. 

“여러분, 목소리를 외쳐주세요. 이번 지역선거, 우리가 원하는 광주시장 후보를 만들어요.”

하나 둘 20대가 모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되요?’라고 묻는 친구부터 ‘수고가 많소잉~’이라고 격려해 주는 친구까지. 백여 명의 친구들이 목소리를 모아 줬어요. 구수한 사투리를 따라하고 웃고, 춤추며 신나게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두 번째 장소 충장로로 이동하는 길. 버스 안 라디오에선 우리 얘기가 나오네요.

“오늘 전남대 캠퍼스에서 20대들이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와우!! 우리를 지켜보는 어른도 있구나. 신나는 마음을 안고 20대가 가장 많이 모인다는 충장로로 향했습니다. 두 시간 만에 200장이 모였습니다.



부산,“부산에선 말 끝에 ‘~예’를 붙이면 된단다. 안녕하셨어예, 반가워예. 이렇게.” 진주 출신 인턴 김성구의 코치를 따라 어색하게 말끝마다 ‘예’를 붙여 봅니다. 여기선 폴리세움 클럽에서 캠페인 활동을 보고 연락해준 20대 친구 김한별을 만났어요.

명성대로 서면에는 엄청난 인파와 상점이 즐비합니다. 이 정신없는 거리에서 바쁜 발걸음을 잠시나마 멈추고서 펜을 들고, 고민하고, 마침내 핑크빛 종이에 소망을 적어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일거란 거 알기 때문에 20대의 목소리가 담긴 종이 한 장은 너무 소중했습니다.

경성대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를 보고 밝게 웃어주는 20대. 건너 상점에서 식사하다 말고 나와 요구를 적어준 20대. 쓰다 말고 “니들도 적어라 마”라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준 20대 등, ‘모두가 함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신이 났습니다.



핑크빛 원정대. ‘너희들은 이번 원정에서 무엇을 얻었니?’ 지금 우리가 들고 온 건 수백 장의 요구안뿐입니다. 이 요구들은, 정치를 한다는 누군가에겐 부담이고 묻고 싶은 현실일 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에겐 한 장 한 장  젊음으로 그린 희망입니다. 그리고 절박한 희망입니다. 줄어든 등록금, 마땅한 일자리, 좀 덜 경쟁하는 삶…, 수많은 20대가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간절함이면 세상이 바뀔 거란 기대도 얻어 왔습니다.

이 핑크빛 목소리들을 2월 26일 각 정당에 전달했습니다. 요구안을 기초로 그동안 외면당했던 20대의 문제가 쏟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요구하고, 그것이 공약으로 받아들여지고, 거기에 투표하고, 약속을 지켜보는 것.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큼은 20대도 꼭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대 화이팅!”  

                                                       -참여연대 8기 인턴 20대 정치참여팀 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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