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서평 3_멸종위기의 서양늑대와 양치기, 뒤늦게 나타난 자본주의의 종말


서평
멸종위기의 서양늑대와 양치기, 뒤늦게 나타난 자본주의의 종말

박승옥 _ 시민발전 대표

엘마 알트파터 저, 염정용 역《자본주의의 종말》
 (동녘, 2007)

1949년 석유회사 에소는 <뉴요커>지에 이런 광고를 실었다.

“보다 나은 삶, 보다 많은 석유 사용!”

이것은 정확히 맞는 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선진 공업국이 이룩한 풍요는 일찍이 역사상 어떤 문명, 어떤 사회의 인류도 경험하지 못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값싼 석유가 준 선물이었다. 물론 에소와 록펠러는 천문학에 가까운 수가 아니라 천문학의 수만큼 돈을 벌었다. 그 돈을 바탕으로 록펠러재단은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 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에 돈을 대 석유로 만든 농약과 석유 화학비료를 집어넣어 생산량을 늘리는 ‘녹색혁명’을 기획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석유와 록펠러는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오늘날 한국인들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압축 근대화, 압축 산업화의 혜택, 철철 넘치고 또 넘치는 풍요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나날이 먹다 버린 음식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도 소비생활 수준만큼은 제3세계 인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대 어느 제왕보다도 호화롭다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도 겨울에 수박을 먹을 수는 없었을 터이니까 말이다. 

이같은 현대 화석연료 문명, 석유문명의 지속불가능성을 분석하고 이의 대안으로서 재생가능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많이 있어 왔다. 그렇다면 과연 석유를 해, 바람, 물, 바이오가스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면 이같은 현대 산업문명의 풍요는 우리의 다음다음 그리고 또 다음다음 세대까지도 여전히 지속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수많은 서구의 환경운동가들, 에너지 전문가들, 예컨대 《에너지주권》이란 책을 쓰고 독일 연방 하원의원과 세계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 의장을 지낸 헤르만 쉐어와 엘마 알트파터가 갈라진다. 알트파터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알트파터는 석유문명이란 자본주의, 유럽 합리주의와 삼위일체이며 석유 고갈은 곧 자본주의 체제의 고갈과 서구 합리주의의 고갈이고 또한 석유 정점(Peak Oil)이란 자본주의와 서구 합리주의의 정점이라고 설파한다.

알트파터는 자본주의 자체를 정조준한다. 사실 이런 태도는 서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학문 풍토에서도 매우 솔직하고 이례에 속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 비판은, 그것도 사회주의의 전통을 되살려 마르크스의 주장을 분석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의 소수자 목소리로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이른바 주류 학자들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이미 검증된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소리높여 부르짖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그 우수성과 지속가능성이 입증된 역사의 패권자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었다. 학자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마르크스주의 운동가들도 철저한 시장 만능주의자들, 자본주의 교도들로 떼 지어 전향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알트파터는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역한다. 그가 그동안 성장과 시장이라는 신화 속에서 삼성의 이건희처럼 제왕으로 군림해왔던 자본주의의 내부 구조를 정면에서 폭로하고 역사의 법정에 다시 세워 기소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산산이 부서지고 무너진 마르크스의 동상을 다시 세워 놓는 헛수고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으로서의 마르크스 사상을 다시 성찰하고 되새김질하는 재형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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