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세계의 창 4_서브프라임 사태와 거품의 붕괴


세계의 창
서브프라임 사태와 거품의 붕괴
               :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알리다

조혜경 _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하나의 유령이, 서브프라임이라는 유령이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름 붙여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유령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이라는 유령을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비관론자들은 1929년 미국발 금융위기와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대공황의 재현과 장기 경제침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을 하는 반면, 낙관론자들은 1-2년 안에 사라져버릴 단순한 착시현상으로 보고 있다. 양극단의 견해가 상존하는 가운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불거진 금융시장의 위기는 세계경제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진단하고 그것이 주는 교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자 귀에 익은 레퍼토리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대한 경고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인류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융투기의 연장선에 위치지우고, 그 원인을 시공을 초월한 인간의 탐욕적 본성에서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금융위기를 막을 방도는 없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거품을 키워가는 경제주체들의 비이성적 행태와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경제학의 철학적 원리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합리적 경제인이 왜곡되지 않고 바로 세워진다면 금융위기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는 어떤 개인이나 금융기관의 잘못된 선택과 결정 탓이 아니라, 월가(Wall街: Wall Street)로 대표되는 미국의 금융자본주의 작동 메커니즘이 실패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장이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으로 전염되고 세계경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미국 자본주의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 위치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를 둘러싼 논의 가운데 최대쟁점으로 부각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테제’의 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미국의 고통이 곧 세상의 고통이 되는 현 시기 세계경제구조가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입증되고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의 위기’이다. 월가의 위기란 80년대 이래 월가가 실천해 온, 실물경제와 금융을 성공적으로 분리해 낸 금융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위기를 의미한다. 이번 위기로 인해 미국 국내에서 금융자본주의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과 전면적 비판이 정치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인지가 관건이며, 만약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제시될 것이지가 핵심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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