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서평 4_인권과 시민권은 어떻게 등장하고 발전해왔는가

서평: 인권과 시민권은 어떻게 등장하고 발전해왔는가

정해구_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정치학


신진욱 지음,『시민』, 책세상, 2008; 최현 지음,『인권』, 책세상, 2008
 

서구의 경우 근대적 시민의 등장과 보편적인 가치로서의 인권 개념의 등장은 근대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이루어졌다. 그런 점에서 서구에서 그 역사는 짧지 않다. 그러나 근대 진입이 뒤늦게 이루어졌고 그 전환도 일제의 식민지배를 통해 이루어졌던 우리의 경우 시민과 인권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였다. 민주화운동의 전개와 더불어 그 용어들이 비로소 자주 사용될 수 있었고, 인권과 시민권의 제도적 보장이 그런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도 1987년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 이후에 가서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87년 민주화로부터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우리 국민은 시민으로서 충분한 대우를 받고 있고 그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가? 그런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를테면, 작년 이맘때쯤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광우병 우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쳤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에 귀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시위 주도자들을 탄압하고 나섰다. 또한 보수정권으로서 이명박정부는 공공연히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나서 이를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명박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와 정책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퇴행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래에 발간된 두 책, 즉『시민』과 『인권』은 그 주제의 역사와 내용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한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시사해주고 있다. 물론 그 두 용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개념과 내용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실천되어왔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두 책은 그것을 우리에게 자세히 소개해주고 있다.

시민의 개념사와 사회사

우선『시민』의 저자는 시민에 대한 개념의 역사와 사회의 역사가 분리될 수 없음을 밝히고, 따라서 시민의 개념사와 사회사가 각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되어왔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최초로 시민과 그 개념이 등장한 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공화정 시대였다. 당시 시민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갖고 정치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함께 참여했고 이를 통해 시민의 개념을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당시 시민의 개념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공동체에 참여하는 특정한 지위의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개념이었다.

그러나 1789년의 프랑스혁명은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모든 인간에게 시민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는 보편적 의미의 근대적 시민 개념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구성되는, 국가와는 구별되는 시민사회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근대 초기에 실질적으로 시민계급을 구성했던 것은 주로 경제적인 차원의 부르주아계급과 문화적인 차원의 교양시민계급이었다. 이후 시민권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시민은 점차 모든 인간들을 포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19세기에 들어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시민사회가 자본과 노동 등 계급적으로 분열되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냉전적 대치가 강화됨에 따라 시민과 시민사회의 개념은 한때 잊혀진 개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말 공산주의체제가 붕괴함으로써, 또한 권위주의체제가 민주화됨으로써, 그리고 기존의 민주주의체제에서도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참여민주주의가 요구됨에 따라 시민과 시민사회 개념은 다시금 부활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말은 시민과 시민사회가 ‘재발견’된 시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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