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서평1_신자유주의 시대의 해부, 역사로부터 대안을 구하다

서평: 신자유주의 시대의 해부, 역사로부터 대안을 구하다

유철규_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고삐풀린 자본주의] 김수행, 정상준 옮김, 2007, 필맥

『고삐 풀린 자본주의』(Capitalism Unleashed: Finance, Globalization and Welfare, 김수행․정상준 옮김, 2007, 필맥)는 2006년에 출간되었다. 지금 세계를 뒤 흔들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에 나온 책이다. 서평이 통상 새로 나온 책을 대상으로 하기 마련이라고 한다면, 시기상 좀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과 이후에 읽는 맛이 서로 다르기에 다시 살펴볼 만하다.  

  아쉽게도 저자인 앤드류 글린(Andrew John Glyn)은 2007년 12월 22일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윌슨 노동당 정부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1969년부터 옥스퍼드 대학에서 38년간 강의했다. 주된 이론적 관심영역은 스미스, 리카르도 등 영국 고전 경제학 특히 마르크스 경제학에 두어져 있었다. 제자이자 연구 동료였던 서트클리프(Bob Sutcliffe)는 그의 사망에 붙이는 컬럼(The Guardian, 2008.1.1)에서 글린이 학문적 연구를 그 자체 최종 목적으로 보지는 않았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으며, 세상을 이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에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이론가였으며, 1984-5년 영국의 탄광 파업 때는 통계에 근거한 분석을 통해 탄광산업에 대한 석탄기업협회와 대처(Thatcher)정부의 거짓 주장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의 연구자적 재능은 엄청난 양의 통계자료를 검토하고 가공하여 그 의미를 드러내는 일에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글린의 연구 영역과 관심은 대단히 넓었지만, 가장 잘 알려진 저술들은 최근의 자본주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현실을 진단하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서트클리프와 함께 쓴  British Capitalism, Workers and the Profits Squeeze(1972)나 암스트롱(P. Armstrong), 해리슨(J. Harrison)과 함께 쓴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Capitalism Since 1945,  1991, 김수행역,1993)가 유명하다.

  저자의 마지막 책이 된 『고삐 풀린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2000년 중반까지 주요 서구경제(OECD)와 일본경제의 변화 과정을 다루는데, 1945년부터 대략 1980년대 중후반까지를 대상으로 했던『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자본의 수익성과 자본-노동의 분배관계에 중점을 두고 통계자료를 통해 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려는 저자의 특징은 여전히 이어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가 연대기적으로 써졌던 반면, 이번 책은 자본에 대한 도전(1장), 긴축․민영화․규제완화(2장), 금융과 주주의소유권(3장), 세계화와 국제관계(4장), 노동자 계급의 후퇴(5장), 성장과 안정(6장), 복지와 소득불평등(7장)이라는 주제별로 구성되었다. 저성장, 고실업, 악화되는 분배, 대중의 삶의 질 악화, 불안정한 금융시스템과 같은 세계자본주의 현재 모습을 한꺼번에 드러내기에는 연대기적 서술이 부적절했을 것이다.
  1장은 미국경제의 헤게모니아래 전례없는 고성장과 저실업을 누렸던 ‘황금기(Golden Age)’가 어떻게 그 성공의 결과로 스스로 초래한 모순에 의해 종언을 고하게 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1970년대 초 이래 현재까지의 자본주의가 ‘고삐풀린(unleashed) 자본주의’라면, 2차 대전이후 25년간의 황금기는 ‘고삐 채워진(leashed) 자본주의’(고삐채우기의 시작은 1930년대 대공황기 부터였다)의 시기였다. 전후 장기 호황은 그 자체의 결과로 경제적 혼란(조직 노동자의 강화된 저항, 미국과 달러 헤게모니에 대한 유럽과 일본의 도전, 생산성증가율의 둔화, 1차산품의 가격상승과 인플레이션의 가속화, 환율의 불안정)을 초래했고 그것은 자본주의의 작동에 심각한 장애가 됐다. 이 요인들이 자본의 수익성을 압박하여 결국 투자유인을 약화시켜 자본주의의 활력이 상실된다. 글린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명제, 즉,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의 세력이 강해지면 이윤에 압박이 커져 불황에 빠진다라는 명제가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이 때 호황은 실업자의 증가로 자본가 계급이 다시 세력과 통제력을 회복해야 시작될 수 있다.

  황금기의 특징이 그 정반대로 전환되기까지 경제정책과 경제행위의 거대한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가 자본과 시장에 대한 사회적 고삐(사회적․정치적 규제와 통제)의 해체로 상징된다. 2장 긴축․민영화․규제완화, 3장 금융과 주주의소유권의 장들은 그 전환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부문 기업의 운영에서 자본을 소유한 이들의 세력이 회복된 점, 그리고 금융부문의 중요성이 높아진 점이 변화의 핵심이다. 4장은 점점 통합되는 국제경제의 실상과 교역재 부문에서 강화된 국제경쟁을 다룬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세계화의 경쟁을 상당정도 제조업에 국한시킴으로써 통상적으로 논의되는 수준보다 세계화의 영향을 낮게 평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경제의 통합은 황금기를 거치면서도 이미 강하게 진행되던 것이며, 여전히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비교역재(예를 들어 개인서비스부문)의 존재가 세계화의 영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평가를 낮춘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세계화의 압력 속에서 여전히 “실질적인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마지막 7장의 주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자본을 소유한 자들의 세력 회복은 곧 노동자 계급의 조직적, 정치적 힘이 축소되고 그 지위가 약화되는 과정으로 나타났다(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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