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세계의 창 1_오바마 리더십, 왜 흔들리나?

세계의 창_오바마 리더십, 왜 흔들리나?

안병진_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

지금 워싱턴 정가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와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

진보의 상징인 폴 크루그먼 교수와 대표적 보수 정치인이며 한 때 초당적 내각의 일원으로 거론되기도 했던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이 최악의 경우 오바마 시대의 미래에 대해 내린 공통의 결론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미국의 파산’이다.

오바마 시대의 실패가 단지 대통령 지지율의 추락이나 재선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파산이라는 충격적 결론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는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직면하지 못한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지금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늘날 미국 대통령직이 감당해야할 끔찍한 무게감에 새삼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겠다.
 
오바마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어떤 이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22일 부시 시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어두운 유산을 청산하는 데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그의 이중성을 비난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의 그 어느 역대 대통령이 의회도 통제하기 어려운 괴물로 자라난 미사일방어(MD) 체제나 관타나모 기지에 대해 그만큼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적이 있는지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21세기 현실에서 미국의 대통령은 낭만적인 슈퍼맨 영웅주의보다는 영화 <다크나이트> 속 배트맨의 고뇌에 더 가깝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또 어떤 이들은 오바마가 우연히 경제적 위기나 이라크 전쟁의 수렁 속에서 당선된,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임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바마의 탁월한 인수위 활동과 내각 인선, 예산안 ‘광속’ 통과 등에 환호성을 보낸 것을 쉽게 잊어버린다.

오바마가 부단히 비틀거리는 보다 근본적 뿌리는 다른 곳에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오늘날 오바마 정부의 혼과 콘텐츠를 상징하는 두 권의 책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미국에 대한 애국적 혼을 담은 <담대한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비서실장이 미국 최고의 정책통 브루스 리드와 공저로 미국 개혁의 미래 비전을 총결산한 <플랜>이다. 이 두 권의 책은 거친 당파성과 무모함에 의해 일그러진 미국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오바마와 측근들의 진정성과 내공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신드롬이 불기 전 그 책을 읽었던 필자를 무척 놀라게 했던 것은 그 두 권의 책 어디에도 미국의 보수와 진보가 초당적으로 수용한 시장 근본주의가 얼마나 민주공화국을 극심히 타락시켜왔으며 오늘날 미국이 어디까지 망가져 있는가에 대한 냉엄한 현실인식을 발견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마 오바마의 비서실장 램 이매뉴얼이 오늘날 자신의 책을 다시 펼쳐본다면 그 책에 ‘금융규제’ 와 ‘이라크 전쟁 반대’ 라는 핵심 키워드가 존재하지 않음에 무척 부끄러울 것이다.

이 점에서는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당시 오바마 후보는 극단적이었던 부시 시대에서 벗어나 미국이 국내외적으로 당파성을 버리고 건전한 상식을 회복하고 견제와 균형을 부분적으로 강화한다면 잃어버린 위대함을 되찾을 수 있다고 소박하게 믿고 있었다.

오바마와 측근들이 취임을 앞두고 위대한 진보주의자였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하고자 했던 것은 상징적이었다. 루즈벨트나 케네디는 모든 개혁적 대통령들의 영원한 꿈이다.

그들과 같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자 강렬히 원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그린스펀, 루빈 등에 의해, 월가의 균형예산에 대한 협박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마키아벨리가 고전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지도자는 시대의 제약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균형예산으로 상징되는 대중적 보수주의 시대가 종료되면서 운명의 여신은 오바마에게 위대한 성공으로의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나 그의 측근들이 아직도 깨닫고 있지 못한 냉엄한 사실이 있다. 자신은 루즈벨트들이나 케네디와 같은 범주의 성공적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여기서 루즈벨트들이라는 복수형은 두 명의 위대한 대통령을 가리킨다. 하나는 위대한 보수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이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진보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이다.

이하 생략

정기구독 : 1년 27,000원 (낱권 정가 15,000원)
과월호 판매 : 낱권 1만원
구독문의 : 참여사회연구소, ☎ 02-764-9581
하나은행 : 162-040805-00504 예금주 – 참여사회연구소 시민과세계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