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학술행사 2014-06-10   999

[토론회 후기]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진보교육감 승리, 결코 야당 위안거리 아니다”

[토론회]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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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는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에게 어떤 시사점을 남겼으며,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에서 진보진영이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참여연대와 참여사회연구소는 2014년 6월 10일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와 진보진영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파장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정당, 시민단체, 학계 등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패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보수대연합’의 등장…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패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은수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초상 치를 줄 알았는데 환갑잔치하게 생겼다”는 새누리당 당직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선거는 사실상 야당이 실패한 선거였다고 평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들 각각은 대단히 선전했지만, 그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히려 지난 10년간 정당별 득표율을 살펴보면 2004년 총선 당시 45.4%(당시 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에서 2014년 40.1%로 하락한 것으로,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새누리당은 2004년 당시 35.8%에서 2014년 47.2%로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당 득표율이 상승했으며, 전체 보수층의 거의 모든 표를 독식했다. 은수미 의원은 이를 ‘신보수대연합’의 등장이라 칭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각 후보의 경쟁력을 앞세워 선거를 치른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철저하게 정당선거 전략을 고수했다. 새정치연합에 비해 각 후보들의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의 차이가 현저하게 적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뿐 아니라 새누리당은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고, 이는 곧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새정치연합의 패배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른바 ‘패배의 구조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은수미 의원은 여당의 역량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며,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차기 선거에서 강력한 후보를 내세울 역량이 있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시민과의 참된 소통을 통해 정당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승리는 요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월호 참사의 분노를 담아내지 못했던 선거지형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분노의 최대 수혜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었으며, 소수정당들은 사표심리와 세월호로 인한 선거운동 중단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선거를 치러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승수 위원장은 이번 선거가 세월호 참사가 던져준 정치적 시사점이나 의미 등을 충분히 반영된 선거로 보기 어렵다고 평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나타난 시민의 분노가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결국 세월호가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이런 견해에 동의했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에 안긴 충격과 파장은 굉장히 크고 강렬했다. 국가가 국민 안보보다 정권 안보에만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하지만 그 문제제기의 범위가 너무나 거대해서 국민들이 느낀 상실감이나 분노가 이번 선거에서 가시적으로 반영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이 사무처장은 진단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가 별다른 정책 쟁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선거였다고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에 던졌던 여러 과제들을 정치권이 정책쟁점으로 만들어냈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야권과 진보의 실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정국의 주도권은 여권이 장악해나갔다. 야권이나 진보진영은 정치, 도덕적 이슈를 중심으로 ‘찬반구도’를 조성하는 것에만 익숙했고, 거창한 담론이 아닌 대중의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쉽고 간명한 정책쟁점’을 만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후보, 최문순 후보, 안희정 후보의 선전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이들 3인은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어서는 포용성을 보여주었고, 일상의 실재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삶의 정치에 주목함으로써 승기를 쥐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감선거에서의 승리는 야권 또는 진보진영이 대중적 열망을 효과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데에 따른 역설적인 현상이라는 게 이철희 소장의 해석이다. 정당기호도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의 압승이라는 건 명백하게 의식적 투표이며, 이는 역설적으로 야당이 담아내지 못한 표가 교육감 선거로 쏠려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의 결과는 야당의 위안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했다. 

 

덧붙여 이철희 소장은 여당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담보하는 시대적 담론이 부재했다는 점에서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진보의 역량을 얼마나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의 무능이 당내 리더십이나 지도부의 교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지도부가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녹색당 같은 소수정당들의 아젠다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사라진 정당 내 풀뿌리 조직의 복원, 정치관계법 개정을 통해 정치의 울타리를 좀 더 개방하고, 열려있는 정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이 소장은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이 좀 더 개방적인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백해영 (사)마을 이사장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야권 단일을 강조하지만 막상 내부적으로는 당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울타리가 깊게 쳐져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선거가 양당제로 진행되는 것은 분화를 통한 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체되어 있는 정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기존의 선거 룰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걸기 어렵다고 보았다. 

 

시민의 참여공간을 넓히는 것, 시민사회 운동진영의 과제

 

한편 시민사회진영의 비전에 대해서 패널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활 속에서부터 정치공간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현재 시민사회든 정당이든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면이 너무 협소해졌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녹색당이나 시민사회가 시민들을 조직하는 역량이 약화된 상황임에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분노한 대중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시민사회의 과제는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혹은 움직이고 싶어하는 대중을 위해서 ‘마당’을 깔아줘야 하는 것이고, 또한 그 ‘마당’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대중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해영 이사장 또한 다양한 작은 단위의 시민조직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사회 내 각종 다양한 연대들도 앞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는 보다 인간적인 연대를 구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참여연대가 그간 해왔던 권력감시운동도 단순한 대변형 운동을 넘어, “시민참여형 대변운동”의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의 참여연대 운동방식은 전문가와 활동가그룹의 결합으로 각각의 의제에 대응하는 센터를 구성해서 활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반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조직된 여러 소모임들과 연대함으로서 대변형 권력감시 운동에 시민참여를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감시운동 과정에서 부딪치는 거대한 장벽, 즉 ‘안보’나 ‘재벌’에 관한 지배적 담론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문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보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역시 시민의 참여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여러 활동들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못내는 와중에도 많은 시민들이 시민단체를 가입하고 후원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녹색당 같은 소수정당 운동의 필요성을 인정해주는 시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비록 그것이 당장의 투표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권력감시의 필요성이나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증표일 것이다. 

 

이날 토론 사회를 본 윤홍식 교수의 정리 발언처럼,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한국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누가 주체가 되어서 어떻게 정치세력화할 것인가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그 방법은 기존정당의 개혁이나 새로운 정당의 실험, 혹은 시민운동을 통해서 모색할 수도 있다. 이제 총론 토론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토론을 이어가면서 그 길, ‘진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글은 2014년 6월 12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더 자세한 내용은 참여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하는 반년간지《시민과 세계》25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7월 출간 예정)

 

 

세월호와 지방선거 그리고 진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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