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연구소 학술행사 2011-10-19   2344

[국제심포지엄_기사] “한국형 복지국가, 스웨덴이 정답 아니다”

 2011년 10월 14일에 열렸던 [국제심포지엄: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를 다룬 프레시안의 10월 17일자 기사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016174710&section=03

“한국형 복지국가, 스웨덴이 정답 아니다” 

 참여사회연구소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 심포지엄

기사입력 2011-10-17 오후 12:30:38

 

최근 복지국가 담론이 중심 화두로 떠오른 이유를 물으면 ‘정답’은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문제가 더이상 견디지 못할만큼 극도에 치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뒤집으면 복지국가로 옮겨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그만큼 많고, 갈 길이 험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복지국가 담론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어떻게’의 문제다. 정확히는 ‘한국에서 어떻게 복지국가를 실현할 것인가’다.

참여사회연구소,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이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국제회의장에서 연 국제 심포지엄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에서도 곳곳에서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시민과 유리된 정당,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조, 소수 재벌 중심의 경제 등 산적한 모순 속에서 과연 한국은 어떻게 복지국가로 이행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거대한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자체적인 논리”

이날 심포지엄의 첫 발표를 맡은 스벤 요헴 독일 콘스탄츠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주로 북유럽 복지국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 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벤 요헴 교수는 “북유럽 국가는 백여년에 걸쳐서 발전한 과정”이라며 “처음부터 너무 거대한 목표를 설정하려는 경향은 우려스럽다. 한국은 다른 나라로부터 배우되 하나의 모델에 고정시키지 말고 자체적인 정치 논리에 따라 나름의 경로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동아시아 복지국가론의 전문가인 뤼이젠더 대만 국립중정대 사회복리학과 교수는 한국과 대만의 대표적인 복지체제를 사회정책이 경제정책에 종속된 ‘발전주의적 복지체제’로 명명하고 “사회 민주주의와 노조가 취약하고 중도 보수주의적 성격을 띄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뤼이젠더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민주화가 복지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러한 특수한 경험을 반영해 ‘사회적 권리’라는 개념에 대한 동아시아 만의 해석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농민, 시민 등의 연대를 통해 헤게모니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는 “보수적인 국민 인식과 발전주의적 유산, 경제·노동구조의 신자유주의적 요소, 민간위주의 복지 인프라 등 한국 사회 내의 독특한 측면들을 생각할 때 한국은 동아시아적 특징을 지닌, 그러나 크게 발달하지 못하는 복지국가로 남거나 동아시아 특징을 가지면서도 강력한 복지국가로 나아갈 두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인 것 같다”고 정리했다.

“스웨덴 모델은 답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가장 이상적인 본보기로 꼽히는 ‘스웨덴 모델’을 두고도 한국에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재벌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가 주축이 된 현재의 한국 경제에서는 스웨덴 모델의 핵심을 이루는 ‘노사간 대타협’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를 “재벌과 국제금융자본의 지배에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중소기업이 희생 당하는 ‘배제적 이중화'”로 규정하면서 “지금 한국의 문제는 스웨덴식의, 재벌과 정규직 노동의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구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변에 놓인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은 정치적 정체성이 미약하고 자기 이익을 대변할 조직 역량이 적은 반면 가장 많은 조직 자원을 가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기업별 노조에 갇혀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재벌 대기업-정규직 노동간의 타협안은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문제, 그리고 중소-벤처기업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복지국가를 주창하는 진영 중 일부는 재벌 타협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 동맹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 동맹이다. 복지는 경제 민주화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는 시혜냐, 싸워서 얻느냐의 두가지 중 하나다”

이러한 진단은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의 한계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복지 정치’의 문제를 발표한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1998년 2월 노사정위원회가 정리해고와 파견제에 동의한 것을 사회적 대화가 망가진 계기로 꼽았다.

김교수는 “이 합의로 인해 노동자가 양보해야 하는 게 임금억제 수준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정리해고가 되면서 노동자들은 정치적 교환 대상으로서의 국가복지에 대해 부정적 체험을 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후 기업복지를 추구하는 기업별 노조체제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스벤 요헴 교수는 ‘노동조합이 약한 한국의 현실에서 복지국가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스웨덴도 초기에는 강력한 노동운동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 민주 정부가 수립되고 고용보험 제도에 노조가 포함되면서부터 강화됐다”면서 “현재 한국의 노조가 큰 영향력이 없고 당장은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노조들이 복지국가나 미래 담론에 참여하도록 시도하는게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고세훈 고려대학교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복지는 시혜냐, 싸워서 얻느냐 두 가지 중 하나이며 그 외에는 복지의 요건은 없다”며 “시혜의 전통이 없고 자본의 필요 안에서 유지되어 온 한국 복지가 더이상 발전하려면 노동의 요구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의 계급적 연대’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복지 담론만 융성하는 것이 정치적 실망이나 환멸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원석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 상임집행위원장은 “노동시장이 워낙 분절되어 있고 조직률도 떨어지는 추세고 노동 내의 연대성도 취약해 단기간에 복지국가의 비전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시민사회의 활발한 부문운동이 있는만큼 노동과 시민 간의 ‘생존권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쏟아지는 노동에 대한 비판에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노동은 꿈쩍하려다 엄청 깨지고 있다는게 더 정확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산별 노조의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답이겠지만 산별 노조만 해도 유럽식 산별노조로 가기는 어렵다. 한국식 산별 노조를 구상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채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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