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관계-족벌언론으로 이어지는 혼맥관계, ‘기득권 대물림’

참여사회연구소, 52개 재벌가 혼맥관계 조사

한국사회에서 ‘기득권 대물림’이 정말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참여연대 부설기관인 (사)참여사회연구소는 1987년 이후의 30대 재벌기업에 관한 DB를 구축하는 ‘재벌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한 방송사의 의뢰로 ’52개 재벌가의 혼맥관계’를 조사해 거대한 ‘혼맥도’를 만들어 냈다. 이 ‘혼맥도’를 통해 드러난 것은 무엇인가. 편집자 주

(사)참여사회연구소 재벌연구팀은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1987년부터 30대 재벌기업에 대한 DB를 구축해 그 결과를 분석하는 ‘재벌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MBC 의 요청으로 ’52개 재벌가의 친인척과 3000여 명의 정관계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지도층의 혼맥도’를 작성하게 되었다.

11명의 박사급 이상의 연구진과 20여 명의 보조연구원들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각종 인물DB와 문서자료는 물론 1991년 이후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일간지에 나온 인물동정란을 통해 혼맥관계를 추적해 이뤄졌다. 그 결과 재계· 정계·관계·언론계·학계 등 사회지도층을 총 망라하는 거대한 혼맥도가 완성되었다.

이번 혼맥도를 통해 한국의 상류층들이 혈연으로 맺어진 일종의 계약을 통해, 그들만의 기득권을 구축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현황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기득권 대물림’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한국사회 상류층 혼맥의 핵은 LG그룹

우선 복잡한 혼맥도를 관통하는 줄기를 찾을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 상류층 ‘혼맥의 핵’은 LG그룹이다. LG그룹의 소유주 그룹은 1957년 삼성그룹과의 혼사로 재계 통혼의 효시 역할을 했으며, 이어 삼성·현대·대림·두산·한일·한진·금호 등 굴지의 재벌과 직접 사돈을 맺어 왔다. 그뿐 아니라 해당 시기의 실세 정치인들과도 직접적인 사돈관계를 맺어오며 상류층 혼맥의 큰 줄기를 형성해 왔다.

두 번째는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언론사 3사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맥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차녀와 혼인한 것부터 출발한 이 혼맥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 현대그룹,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LG그룹을 거쳐 결국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에게로 연결된다. 또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동아일보와도 혼사로 연결되어 결국 삼성을 중심으로 ‘조-중-동’ 언론3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세 번째는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보는 맥이다. 조선일보 역시 태평양, 롯데(농심), 조양상선, 김치열 전 내무부 차관, 대전 피혁, 효성그룹을 거쳐 이명박 현 서울시장의 자제에게 연결되어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혼맥관계에서는 또다른 맥을 파생시키고 있다. 흔히 서로 반목관계에 있다고 생각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사돈관계에 놓여 있었다. (후에 이혼함). 마찬가지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이 혼맥들로 연결되며 이 혼맥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권노갑 전 고문에게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몇가지 예시들만 보더라도 이른바 한국의 상류층이라고 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서로간의 혈연맺음을 통해 ‘기득권의 재생산’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족벌언론으로 불리우는 언론사들과도 질긴 유착의 관계를 갖고 있음도 드러났다. 이들이 이러한 질긴 인연을 통해 부의 축적은 물론 권력의 안정화 및 세습을 공고하게 만들어 특권을 공유해 왔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시대흐름에 따라 변하는 정략결혼 추이

이러한 계약 관계는 시대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이다. 60∼70년대에는 정계와 재계가 만나는 정략결혼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IMF 이후 1990년대 후반에는 재벌3세대끼리의 혼사가 대부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이미 스스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힌 대기업들이 각종 비리사건을 포함해 권력의 몰락과 부침이 잦은 정치인들과 혼사맺기를 꺼리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참여사회연구소 재벌연구팀의 이번 조사는 1월 13일에 방영되는 MBC ‘PD수첩’을 통해 공개된다.

자료문의 : 참여사회연구소 02-764-9581 (담당 : 이경미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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