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재벌-권력 얽히고 설킨 ‘그들만의 혼맥’ (2004.01.14)

한국 권력층이 서로 사돈을 맺으면서 얽히고 설켜 있음을 보여주는 혼맥도(婚脈圖)가 TV로 공개됐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13일 밤 ‘문제는 지도층이다’에서 사회 지도층을 분석한 ‘권력 게놈 지도’를 소개했다. 이는 참여사회연구소가 각종 인물 데이터베이스와 문서자료, 1991년 이후 일간지에 나온 인물 동정란 등을 통해 작성한 것으로, 52개 재벌가의 친·인척과 3,000여명의 정·관·언론계 지도층을 망라한 것이다.

혼맥의 핵은 LG그룹이며,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언론 3사가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LG그룹 창업 일가는 57년 삼성그룹과의 혼사로 재벌간 사돈맺기의 효시가 됐고, 이어 현대·대림·두산 등 재벌가와 사돈을 맺었다. LG그룹은 실세 정치인들과도 사돈이 돼 큰 줄기가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 장녀와 혼인한 데서 출발한 재벌과 언론사간 혼맥은 현대, LG, 유력 정치인을 거쳐 조선일보로 연결된다. 삼성 이건희 회장 차녀와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 차남도 혼인했으며, 조선일보는 태평양, 롯데(농심), 효성 등을 거쳐 이명박 서울시장 쪽에 연결됐다.

재벌가 일원이 ‘소위’ 지도층이 아닌 사람과 결혼한 비율은 50대는 33%, 40대는 27%, 20~30대는 13% 등으로 점차 줄었다.

네티즌들은 이런 ‘계층 고착화 및 대물림’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종현’이라는 네티즌은 “마치 복권 인생 같다. 우리 사회는 실력보다는 행운을 더 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고, ‘이주범’이라는 네티즌은 “우리나라엔 그들을 견제할 세력이 전혀 없다”면서 “100년 전 우린 한 명의 절대군주를 가졌지만, 오늘 우리는 그런 군주를 수백~수천명 모시고 평생을 살아간다”고 밝혔다.

〈최우규·김중식기자 ban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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