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획]’부동산정책 어찌 할까(3)믿기 어려운 부동산 통계[2005-09-16]

[기획]’부동산정책 어찌 할까(3)믿기 어려운 부동산 통계

2005-09-16 오전 11:30:09

정부는 과거에 새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펴며 그 근거로 부동산 가격 동향 등 각종 통계수치를 제시하곤 했다.

또 공급을 확대해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투기꾼들의 가수요 때문이라면서 이들의 투기 차익을 차단하기 위한 ‘세제 강화’ 방안도 빼놓지 않는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세제강화와 공급확대 방안이 결합한 정책은 성공해야 정상이었다.

“정부 통계, 정작 중요한 대목는 없거나 틀리거나”

그러나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정부가 갖고 있는 통계를 살펴보면 정작 중요한 통계는 없거나 엉터리이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기 힘들고 통계 자체에 대해 비판하기도 힘들다”면서 “따라서 통계와 수치를 앞세운 정부의 정책이 기대한만큼 실효성이 없는 이유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고 지적한다.

우선 최근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당시만 해도 정부가 제시한 부동산 가격 동향 통계대로라면 현 정부의 명운을 걸었다는 부동산 대책을 굳이 내놓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의 설명을 들어보자. 부동산 정책 발표 당시 2002년 이후만 제시된 정부 통계를 보면 이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그에 앞서 크게 하락했던 99년까지 포함하면 과거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 부동산 대책 발표에 앞서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관료들은 물론 이해찬 총리,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부동산 가격이 오른 곳은 일부 지역일 뿐 전국적으로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설명은 정부 통계에 의해 뒷받침됐다. 이런 식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002년에 전년 대비 무려 30.8%나 올랐다. 2003년에는 10.2% 올랐으나 2004년에는 1% 하락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99년에 30%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99년 수준과 비교해 최종적으로 10~20% 오른 것에 불과한 게 된다.

또 전국 평균을 내면 땅값 상승률은 3%도 안 돼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 주장을 충실하게 뒷받침해주는 통계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헌동 본부장은 “정부 통계가 맞다면 이번 8.31 대책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대응책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김 본부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면적으로는 전국토의 11%에도 못 미치는 수도권의 땅값이 건교부 발표 공시지가 총액의 62.47%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면 전국 대부분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그는 더욱 구체적으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예를 들어 “통상 3배 정도 올랐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라면서 “타워팰리스 3차, 아이 파크, 분당 파크뷰 등 2001~2002년 사이에 분양된 아파트들이 분양가 대비 현재 3~4배 정도 오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아파트 평당 가격, 실제로는 5년만에 두 배

14일 참여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린 <8.31 부동산 대책의 성격과 과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용창 교수(세종사이버대 부동산자산경영학과)도 국민은행 조사를 인용해 “2005년 7월28일 현재 전국 아파트 평당 가격은 평균 637만 원이며, 서울은 평당 1210만 원, 서울 강남구는 2578만 원”이라며 “2000년 5월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650만 원, 강남구는 1009만 원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5년여 만에 가격이 두 배 정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도 이날 토론회에서 “98년 분양가 원가연동제 당시 서울의 평균분양가가 평당 463만 원, 경기도가 평당 300만 원대였는데, 현재는 서울시의 평당 분양가가 2000만 원을 넘을 정도로 급상승했다”고 지적한다.

“공시지가는 시가의 절반에도 못미쳐”

이렇게 가격 동향 통계가 부실하다면 정부의 공시가격 통계에 대한 신뢰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공시가격이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2009년까지 1%까지 올리고, 1가구 2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율을 2007년부터 50%로 상향조정한 이른바 ‘세제 방안’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조사해 지난 5월31일 발표한 전국의 개별공시지가 총액은 2176조 원지만 김헌동 본부장은 “올해 초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건물값을 뺀 땅값만 3500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경실련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건물가치가 거의 없는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단지를 전부 조사한 결과 이 아파트 지분에 대한 건교부 공시지가는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특정 아파트 단지에 국한된 조사이기는 하지만, 표준지를 선정해 시가 반영률을 90%로 높였다는 건교부의 공시지가와 시가의 편차가 아직도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이 은마아파트 31평형의 시세가 9월 10일 현재 7억6000만 원으로 올 1월보다 1억9000만 원이나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시점과의 차이는 훨씬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건교부 관계자도 “조사 시점 당시의 시가에는 상당히 근접했으나 그 뒤 가격이 많이 뛰었을 경우 현재 시가와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건교부의 공시지가는 조사시점의 시가와 비교해도 50%에도 못미친다”고 반박했다. 경실련 조사 결과 은마아파트 34평형은 공시지가 조사 시점인 지난해 말 시가가 7억 원까지 떨어졌으나 현재 9억원대로 올랐다.

그러나 공시지가는 평당 1600만 원에 불과하다. 아파트 지분 17평으로 이 아파트의 평당 땅값을 구하면 4000만원이 넘어 공시지가와의 차이가 두 배를 훨씬 넘는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재개발 대상이라 건물값이 거의 없지만 건물값을 1억원으로 쳐줘도 평당 3500만 원으로 공시지가와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종부세 실효세율 1%라는 것도, 이러한 주장이 맞다면, 사실상 0.5%에 불과하게 된다. 또 정부의 공시가격이 시가와 동떨어져 있어 보유세 비중을 거래세보다 높이겠다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취지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9년까지 실효세율 1%를 적용한 종합부동산세수가 1조80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교부의 공시지가 총액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택의 경우 종부세 대상 공시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나대지는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내렸음에도 종부세 세수 규모가 거래세 규모보다 작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헌동 본부장은 “5%의 세대가 60%의 사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행정자치부의 통계를 감안할 때 공시가격이 시가와 동떨어져 있어 실제로는 고가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제외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종부세 대상자가 전체 970만 주택보유세대의 1.6%에 불과하다.

“1가구2주택자 양도세 강화 방안, 실효성 의문”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방안도 50%로 세율을 대폭 인상했다고 하지만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99년 이후 20003년 6월까지, 수도권 지역별로 적용 기간은 다르나, 미분양 주택이나 선분양 아파트를 계약금만 내고 구입하면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59평형(전용면적 47평형.분양가 7억9140만 원)은 현 시세가 최고 22억 원에 이르지만 내년 9월까지는 양도차익인 14억 원에 대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전용면적 50평 이하이면 아무리 고가 주택이 되도 양도세 면세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수십만 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기타 예외 사례까지 제외될 경우 1가구2주택 해당자 72만 세대 중 실제 양도세 중과 대상자는 28만 세대에 불과하다.

김 본부장은 “게다가 2007년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다는 것은 그해 말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보라는 신호로 해석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초과소유주택을 매물로 서둘러 내놓게 하는 압박 효과도 떨어진다”면서 “양도세는 주택을 안 팔면 그만이고, 종부세는 임대소득만으로도 충당하고도 남는데, 이것을 두고 ‘세금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엄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높은 분양가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는 건설업체들에게 정부가 미분양까지 걱정해줘 2003년 6월까지 양도세 면제라는 엄청난 특혜까지 준 결과가 4개월 뒤 내놓은 10.29 대책”이라면서 “건설업체와 관료들의 유착 관계로밖에 볼 수 없는 희한한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정부 통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길은?

반면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 경제학과)는 부동산 통계의 부실 논란과 관련해 대안을 제시하는 접근법을 보여줬다. 전 교수는 “공시지가가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타당한 지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통계가 틀렸다고 공격만 하면 정부는 방어적이 될 뿐”이라고 말한다.

전 교수는 “차라리 시가 반영이 미흡한 공시지가를 감안해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를 1%에서 1.5%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부동산 관련 세금 중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거래세 비중은 높은 반면 보유세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 부동산 세제 비교’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로 영국(3.3%), 미국(2.8%), 일본(2.1%)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우리나라의 보유세 비중은 지나치게 낮아 올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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