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4-03-01   1473

[인턴 직접행동 후기]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

참여연대 13기 인턴프로그램은 세상에 고민 많은 20대 청년대학생 친구들 30여명과 함께 2014년 1월 6일(월)부터 2월 20일(목)까지 7주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 7주동안 우리 인턴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직접행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시민운동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 후기는 참여연대 13기 인턴 이현정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턴 직접행동 후기 : 노동조]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


* 욕심 많았던 우리,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갔던 날들

 

‘노동’이라는 주제에 나름 관심이 있어 모인 우리 조 여섯 명. 어떤 주제로 직접행동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노동 문제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데만 거의 열흘을 쓴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만, 그 때는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야근은 어때? 정말 많은 노동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잖아.” “난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으면 해. 현대자동차처럼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도 많고, 정규직 전환 직전에 계약을 해지하는 사업장도 많다고 들었어. “비정규직 하니까 인턴 문제도 있는 것 같아. 교육생인가, 아니면 노동자인가. 논란이 많잖아. 원래 취지는 수습‘사원’으로 뽑아서 정규직화 하는 거였는데 요즘은 그냥, 교육생으로 치부하면서 일이란 일은 다 시킨다고 하던데”

 

야근, 비정규직, 인턴, 근로장학생, 노동조합, 파업, 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 우리가 이야기 나눈 수많은 문제들만큼 우리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이 처한 잔인한 현실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 왔다. 다루고 싶은, 아니 다루어야 할 주제가 산더미여서 의욕이 한껏 솟아올랐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막상 다가가면 어려운 주제들이라 주눅이 들고는 했다.

 

결국 첫 주제는 야근이 되었다. 우리는 야심차게 정보공개청구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려고 했고 ‘야근을 하고 있는 정부중앙청사에 들어가자’, 아니다 ‘밖에서 야근하는 걸 계속 찍다가 몇 시에 불이 꺼지는지 지켜보고 있자’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 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설 연휴 앞에 회심의 카드 정보공개청구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모든 기획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했다.

 

 

* 우리는 학생. 학생의 입장에서 다가갈 수 있는 노동문제?

 

난항을 겪다가 결국 복지노동팀의 간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갈팡질팡 하고 있던 우리를 잡아 주었던 한 줄기 빛과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고민했던 것을 털어 놓으니, 여러 가지로 조언을 해 주시고 몇 가지 아이디어도 함께 제시해 주셨다. 우리가 학생인 점을 이용하여 학내로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전에 이야기 한 적 있던 ‘근로장학생’ 문제가 떠올랐다.

 

근로장학생은 노동의 대가로 장학금을 받는 장학생이다. 모든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며, 많은 학생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서 알바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노동의 대가를 임금이라 부르지 않고 장학금이라 부르는지, 왜 나의 동의도 없이 나의 손에 그 돈이 쥐어지지 않고 등록금에서 그 만큼을 깎는지, 왜 매달 돈이 지급되지 않는 건지, 시급은 왜 이렇게 낮은지, 쟤랑 나랑 같은 일 하는데 왜 쟤는 국가근로장학생이라고 시급은 나보다 훨씬 높은지……. 학교 마다 각각의 사정은 달랐지만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조사할수록 속속들이 나타났다.

 

‘근로장학생도 노동자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우리. 뭔가 야심찬 기획을 하고자 또 의욕이 한껏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우리조가 제일 잘할 것 같아’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 어떻게 전달할지를 거듭 수정해 나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립니다.” 지난해 말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이 세금 변호사를 하겠다며 팠던 명함에 있던 글귀다. 그래, 근로장학생의 소중한 돈을 지켜보자면서 우리도 명함을 주는 거야!

 

 

 

*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 드립니다

 

처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조사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방법적인 측면에 집착한 나머지 며칠 동안은 큰 진전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직접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너무 오래한 탓이었다. 결국 직접행동 3일 전에 우리는 어떻게든 잘 될 거야! 하는 마음으로 뭔가 만들기 시작했다.

 

피켓을 만들며 동시에 자료조사를 또 하고, 그 사이에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2013년에 근로장학생 실태 조사를 했다는 보도 자료를 접하고는 정진후 의원실에 다짜고짜 연락을 해서 자료를 부탁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직접행동 준비가 마무리 되어 갔고, 우리는 직접행동 당일에도 다들 일찍부터 나와 무언가를 계속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다들 말은 못 했지만 망칠까봐 속을 태웠을 것이다.

 

만들며 토론도 한 결과, 우리는 크게 세 단계로 문제를 짚어 나갔다.

 

1. 노동자의 정의와 근로장학생의 정의를 통해, 근로장학생도 노동자라는 것을 강조

 

2. 임금이 아닌 장학금을 달라: 국가장학금 중 근로장학금 지원 금액은 약 1865억. 전체 국가장학금의 6%에 해당하는 금액. 이를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지 않고 온전히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그냥 지급했을 때, 500만원을 기준으로 연간 4만 명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음.

 

3. 장학금이 아닌 임금을 달라: 모 대학의 근로장학생 시급이 1450원, 모 교대는 3750원. 그러나 이들은 장학생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함. 장학생이라는 이름을 떼고 차라리 학내 알바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함.

 

 

처음에 이 근로장학생 제도가 만들어 졌을 때는 다양한 직업 세계 체험이나 취업 능력 제고였다고 하는데 많은 근로장학생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단순한 학교식당 알바나 도서관 사서 보조, 조교나 행정조교로서 단순 업무를 할 뿐이었다. 우리 조 원 중에서도 4개월간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시급을 받았는데 매달 받지 못하고 학기가 끝날 무렵 4개월분을 한꺼번에 받는다던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시급을 받았다던가 하는 경험을 한 사람도 있었다.

 

소중한 돈, 그 돈은 나의 임금일 수도 아니면 받지 못한 나의 장학금일 수도 있었다. 당신의 임금도, 장학금도 지켜내야 한다고 우리는 외치고 싶었다.

 

20140217_인턴 13기 직접행동 (12)

 

* 그 돈을 지키고 싶어 거리로 나서다

 

직접행동 당일, 긴긴 오전오후를 보내고 각자의 손에 바리바리 무언가를 싸들고는 버스에 올랐다. 아침부터 너무 무리 했는지 시작도 전에 꾸벅꾸벅 졸면서 신촌으로 향했다. 오후 네 시, 신촌 거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꼭 지나가는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조원들이 조금 쭈뼛쭈뼛하는 것 같았다. 에잇, 모르겠다, 하며 소리 지르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예상 외로 사람들은 우리가 준비한 피켓을 유심히 보았다. 명함도 생각보다 잘 받아 주었다. 그리고 회심의 역작, ‘강태공이 되어 근로장학금으로 학생을 낚아 보세요! 이벤트. 어항에 담긴 학생들이 곧 물고기이고 생활비, 학비 등등 알바 자리가 필요한 학생들은 장학금이라는 말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도, 그 성격이 노동자와 더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산재 인정은커녕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하는 학생들을 낚는다는 컨셉이었다. 소소하지만 뭔가 재밌어 보였는지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낚은 물고기에는 근로장학생은 어떤 것인지 적어서 줄에 걸어 두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근로장학생을 학생, 노동자, 청년, 착취당하는 사람, 보호 받아야 할 사람 등으로 생각했다. 참여하셨던 분 중에 한 어르신께서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적어주시기도 했고, 외국에서 오신 분은 시민이라고 해주셨고, 또 직접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학생은 ‘나’라고 적어 주셨다. 늘어가는 물고기의 수만큼이나 많은 시민들이 꾸준히 참여했다. 우리의 설명을 들으며 때론 깊은 공감을 해 주시기도 했고, 때로는 직접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의문점을 제시하며 현장에서 함께 토론을 하신 분도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우리 조원들이 함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이 주제를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었다는 그 자체였다. 예상했던 두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참여가 이어져 추운데도 집에 갈까 말까 근데 더 하고 싶은데……하며 집에 가는 것을 망설였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지나가고, 즐거웠던 직접행동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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