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0-08-02   1715

[인턴후기] 두 번의 기자회견을 다녀와서


이글은 지난 7/7,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규명과 국정조사를 촉구,
이어 한나라당에 천안함 국정조사 요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후기입니다.
참여연대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인턴들의 화끈한 여름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일곱번째 이야기]


두 번의 기자회견을 다녀와서


6기 인턴 김한솔



참여연대 인턴을 하면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기자회견’. 7월 1일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의 기자회견, 7월 7일 민간인 사찰 관련 기자회견, 7월 8일 천안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7월 12일 ICL(취업 후 상환제) 금리 인해 요구 기자회견 등등. 내가 밖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다는 민생팀에 들어갔기에 더 자주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인턴들이 함께 많이 갔던, 민간인 사찰과 천안함이라는 두 가지 기자회견에 대한 후기를 적어보겠다.



첫번째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규명과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우선 7월 7일 아침 11시, 우리 6기 인턴들은 모두 정부종합청사로 걸어가 피켓 하나씩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논평과 기자회견문이 담긴 프린트물을 받아 읽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정치에 관심은 많지만, 그 관심이라는 것이 ‘수박 겉핥기’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한 논리적이고 잘 정리된 글을 읽게 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2010년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나중에 수습할 것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변명해대는 일부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태도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마주하게 되니 경악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피켓을 들고 있던 팔은 아팠고,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기자회견에 집중해야만 했다.




 현재까지도 민간인 불법사찰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여러 진술들이 엇갈리고 있고, 정부도 이 일을 자신들이 타격을 입지 않는 선에서 끝내려 노력하고 있기에 이 사건이 제대로 결론을 얻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그때까지 이렇게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의 몰상식한 행태를 잊지 말고 계속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직접 기자회견에 참여함으로써 쉽게 이 사건을 잊어버릴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번째
한나라당에 천안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다음 기자회견은 7월 8일 여의도의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이뤄졌다. 이 기자회견은 사전에 간사님들께 주의를 받고 출발했는데, 오히려 그 주의사항이 왠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천안함 사태가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특히 참여연대는 그 사건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엄청난 일들이 있었기에 간사 분들은 조금 걱정하는 기색도 있으셨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나라당 당사 앞은 정말 좁고 차가 많았으며, 결정적으로 더웠다. 그리고 경찰버스가 있었고, 많은 숫자의 경찰들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설마 우리가 난입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는 반발심이 들었지만, ‘그들이 무섭다는데 어쩔 수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처음에 우려했던 것 같은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에 이상한 아저씨가 자꾸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시는 것은 꽤나 신경이 쓰였다.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뭐하고 있는 짓이냐, 감옥에 가서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을 차린다, 고문이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다, 혼을 좀 내봐야 한다, 왜 한나라 당 앞에 와서 시끄럽게 구느냐, 너희들이 뽑아 놓은 민주당 애들한테나 가서 말해라, 선거에서 이겼으면 된 거 아니냐” 등등등등. (물론 여기 ‘인용’해 놓은 말들은 매우 ‘순화’된 표현임을 감안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천웅소 간사님이 사전에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무관심, 무시로 일관했다. 하지만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어떤 간사님이(어떤 분이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있냐”고 농담하셔서 그제야 좀 얼굴을 펼 수 있었다. 우리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셨던 그 아저씨는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 어디론가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으셨다. 그 아저씨 덕분에 새삼스레 깨달았던 것은, 근거라거나 논리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상대하기보다는,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열 받을 정도로 우아하고 느긋하게 조근 조근 얘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짧은 에피소드가 끝나고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자 분들이 오지 않아서 아쉽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이런 요구 사항을 널리 언론에 알려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목을 빼고 기자들이 더 안 올까 하는 기대를 가져봤지만, 네댓 명만이 기자회견을 지켜봐주었다.




안진걸 국장님의 사회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고, 천안함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김민영 사무처장님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필요성을 역설하셨다. 다음으로 발언하신 이태호 처장님은 천안함 사태에서 의문시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시며 현재 정부가 천안함의 실태라고 내어놓고 있는 설명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가를 비판하셨다. 한창 말씀을 하시면서 감정이 고조되셨는지 끝에 가서는 목이 살짝 잠기셨다. 그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정말이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이 묵직하게 막혀 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렇게 두 귀를 꽉 막고는 다른 사람의 지적에 질색하며 뻔히 보이는 진실을 외면하려 하는지. 이렇게 답답한 사람들에게는 계속 귀찮게 하며 진실을 요구해야만 한다. 그들은 권력을 지닌 ‘높으신’ 분들이기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우리 의견을 그들이 받아들이도록 하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기자회견의 마지막은 ‘[한나라당에 보내는 공개서한]천안함 국정조사 요구 수용을 촉구합니다’라는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현재까지 우리가 요구했던 국정조사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지니고 끊임없이 요구한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작은 외침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 믿는다.


 기자회견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해보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우선 야외에 계속 서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피켓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직접 참여를 해봄으로써 얻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 두 기자회견 이후로도 참여할 수 있는 기자회견에는 계속 참여했고, 앞으로도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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