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2-07-23   1943

[인턴후기]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 세상

[편집자주] 참여연대에서 7/3(화)부터 8/14(화)까지 약 7주간 활동하는 10기 인턴들의 교육 및 활동후기가 차례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 하승우님의 ‘시민정치와 불복종’ 강연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 세상

작성 : 참여연대 10기 인턴 박선희 

 
내 동생이 군대를 갈 때, 엄마가 강조했던 말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뭐든지 적당히 해라.”

지난주 목요일 하승우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나? 중간이 좋은 건가?
 
하승우님의 강연은 ‘시민불복종’의 사례와 세상의 문제,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시민이란 무엇인지, 왜 인간이 중요한지, 어떤 것이 정의인지, 우리 사회는 어떤지, 어떻게 바꿔 나가야할지 등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시민불복종’이 화두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5월 촛불집회 때부터 다. 당시 촛불집회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정책’에 대한 거부와 반대의 뜻이었다. 이 집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시위문화가 주목받았는데 가면을 쓰고나오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족들이 함께 나오거나, 경찰에 포위되면 자발적으로 경찰차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평화를 강조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정의 감각”을 호소하는 행위로 평가 받았다.

사전을 찾아보면 ‘시민불복종’은 “특정의 법률이나 정책이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에서 정부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는 정치행태”라고 나온다. 또한 시민불복종은 단순히 거부하고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나 정부의 행위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데에 있다고 나온다.
 
하승우 강연

사실 ‘시민불복종’은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굉장히 간단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권리를 종종 간과하고 무시하는 ‘국가’에 대해 이를 지적해주는 행동인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이런 거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배가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

인터넷 쇼핑몰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다. 상품이 오지 않는다고. 혹은 택배회사에 전화를 한다. 택배가 배송되지 않는다고. 만약 후불제라면 당연히 상품 값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상품을 제대로 배송하지 않는 쇼핑몰 운영자나 택배회사를 욕하고 다닐 수도 있다. 이를 사회로 옮겨보면 전화를 하는 행위나 값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를 바로 ‘시민불복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을, 영토 내의 인간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고, 쇼핑몰 운영자와 택배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상품을 배송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는 크게 화를 내는 반면 국가가 제멋대로 행동할 때는 ‘어쩔 수 없지, 예산이 없다는데…’ 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상품 하나를 사는 것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살기 위해 납부하는 세금이 더 비싸다. 하승우님의 말처럼 우린 생각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원짜리 문자 한통을 쓸 때조차 2원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술에도 담배에도, 과자 하나를 살때도 소비세가 붙으니 실상 세금을 안내는 국민이란 있을 수가 없다. 소비자의 합리성에 기준한다면 결국 1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이 영토의 모든 인간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에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힘센 정부에 권리를 요구한다는 게 아주 어려운 것 같지만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신호등 옆에 신호가 바뀌기까지 시간이 표시되는 것, 노인과 장애인 기준으로 파란 신호등 유지 시간이 바뀐 것,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표시되는 것 등등 대개 생활 속의 작은 변화는 시민의 요구와 불만신고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치면 재판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도 하고(국민참여재판), 정치인이 대거 물갈이되기도 한다.(낙천, 낙선운동)
 

강연이 끝나고 확신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 놈, 적당히 하는 놈은 불편하게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기적인 세상에선 중간도 못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는 반값등록금 릴레이 일인시위에 참여해 볼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어쩔 수 없지”라 생각하고 있던 게 있다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함께하면 많은 것이 “어쩔 수 있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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