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3-01-21   2599

[인턴후기] 소셜미디어와 연애하기

[편집자주] 1월 2일부터 2월 5일까지 진행되는 참여연대 11기 인턴들의 시민사회에 대한 교육 및 직접행동의 후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연애하기

작성 : 참여연대 11기 인턴 함혜란

이 날도 역시나 바람이 세 찬 아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느티나무홀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은 자꾸 조바심이 났습니다. <MBC프리덤>을 연출하신 김민식 피디님의 강연을 들으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작년 MBC 파업 사태를 지켜보며 접하게 된 UCC <MBC프리덤>의 마지막 장면을 저는 참 좋아했습니다. 수많은 MBC조합원들이 계단에 앉아 ‘MBC 프리덤’을 외치는 장면에 왠지 모를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고, 음악이 꺼진 뒤 울려퍼지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라는 구호가 오래도록 귀에 울렸습니다. ‘언론사 파업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를 이렇게 신나고 공감가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언론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궁금했습니다. 내조의 여왕, 뉴논스톱 등 달콤한 로맨틱 드라마를 만들던 프로듀서가 어떻게 해서 <MBC프리덤>을 연출하고  MBC 노동조합부위원장이란 자리를 맡게 되셨는지.

‘소셜미디어와 연애하기’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강연은, 대선 이후 피디님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피디님은 ‘당분간은 그냥 좀 아프기’로 하고 한동안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려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듣는 강연이라는 사실을 듣고 ‘청년이 곧 희망이다’는 생각에 인턴들을 위해 강연을 마음먹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김민식 PD

본격적으로 매스미디어의 한계와 SNS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2011년 처음 종편이 시작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종편으로 인해 방송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그 장막이 거둬진 지금 종편의 영향력은 미비하고, 오히려 2011년을 흔들어 놓은 미디어는 다름 아닌 ‘나꼼수’라는 팟캐스트 방송이었습니다.

‘미디어는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더한 것이기에, 예전에는 네트워크를 가진 곳이 독점하여 미디어를 생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든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미디어의 생산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라는 설명이셨습니다. 저 또한 피디님이 그 예로 든 팟캐스트 방송 ‘김종배의 이슈털어주는남자’를 공중파 뉴스 대신해 듣는 경우가 많아, 쉽게 공감이 갔습니다.

기성 미디어를 찾아가지 않아도 스스로 방송이 가능한 시대가 찾아옴에 따라, 한 명 한 명이 매스미디어가 될 수 있는 현재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피디님은 Twitter와 Blog에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 그 첫번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Twitter의 빠른 확산성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의 전파를 우려할 수 있다고 하여 비판받는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디님은 여기에 대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꿀 무기를 하나씩은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Twitter가 액션의 매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Twitter는 리액션의 매체이기 평소 팔로잉하는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알티를 통해 반응하는 것으로부터 Twitter의 시작이라는 말씀도 덧붙여주셨습니다.

이어 요즘 포탈에 정보를 검색할 때 뉴스만큼이나 유용한 정보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 블로그입니다. 그만큼 블로그는 이제 또 한 축의 미디어의 흐름을 형성하는 매체입니다. 이미 파워블로거이기도 하신 피디님은 한 때 포탈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고 엉뚱한 소문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상위에 링크되 있으면, 열심히 좋은 글을 써서 그 글을 뒤로 밀어내셨다고 합니다. 그 부분에서 모두 웃음을 터트렸지만, ‘미디어의 흐름은 더이상 거대 언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이어지자 모두 웃음을 멈췄습니다.

사람에게는 모두 ‘온라인 identity’가 존재하고 그 자신만의 정체성이 발현되는 것을 우리는 창의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창의성은 다시 말해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이며 그러한 용기를 Blog같은 개인 매체에 써내려가는 것이 바로 그 창의성의 시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용기’의 예로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만들었던 UCC <총장실 프리덤>을 보여주셨습니다. <MBC프리덤>의 아이디어도 이 UCC로부터 얻어졌다고 합니다. 후에 이 학생들을 인터뷰하며 어떻게 해서 이런 영상을 만들게 되었나 묻자, 교내에서 대여한 캠코더를 가지고 법인화 반대 운동을 취미로 찍던 학생에게 노래패와 율동패 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래와 춤을 찍어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편집을 잘하는 친구는 편집을 하고,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친구는 영상을 찍고 이런식으로  자연스러운 협업이 이뤄졌고, 그렇게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유투브에서 조회수 42만건을 넘어선 <총장실 프리덤>입니다. 
 
‘협업’, 주변에서 본인보다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능력. 혼자서 우뚝서 앞서나가는 유능함이 아니라, 이 ‘협업’의 능력이 피디님이 지금까지 인기있는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자 앞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라 하셨습니다. 요즘 참여연대 인턴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토론과 팀으로서 직접행동을 준비하는 저로서는 가장 와닿는 부분이었습니다.

 강연의 마지막은 ‘연애특강’이었습니다. 지금의 아내분을 처음 만나던 시절 피디님은 계속해서 ‘들이대는 것’을 멈추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아내분은 계속해서 거절하셨지만 피디님은 상처받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의사고 이에 대해 상대가 거절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자유의사이기때문에 상처받지 말라는 말라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연애 특강의 방법론 ‘1. 들이대라’와 ‘2. 상처받지 말라’는 무한 반복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기회가 와서 상대가 마음을 여는 순간이 되면 ‘3. 올인하라!’. 이것이 연애 특강의 마지막 메세지였습니다.

이 방법은 이성과의 연애에서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피디님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할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세 가지를 잊지 말아주기를 부탁하셨습니다.

반응없는 혹은 변화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끊임없이 정의의 시선을 들이대고, 세상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무시하더라도 상처받지 말고 계속 시도하며, 그렇게 시도와 거절의 과정 끝에 얻어진 기회를 향해 나를 모두 내맡기라는 부탁.

저에게는 그 어떤 강연보다도 명쾌하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세번 째 다가올 그 기회를 위해, <MBC프리덤>이 되찾아지는 그 날까지 늘 응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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