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3-02-15   2037

[인턴후기] 대안언론? 매력있어!

 [편집자주] 1월 2일부터 2월 5일까지 진행된 참여연대 11기 인턴들의 ‘직접행동’ 후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25명의 인턴들은 총 4개의 조로 나뉘어 토론을 거쳐 교육, 복지, 언론, 노동에 대한 주제를 정하고 직접행동을 기획, 실행하였습니다.

대안언론? 매력있어!

작성 : 참여연대 11기 인턴 임유

1월 9일 11기 인턴 엠티 중 이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들 가운데 ‘표현의 자유’를 꼽아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여섯 명이 모였다. 표현의 자유는 여러 하위 개념들로 나뉜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그것이다. 어떤 부분을 다룰 것이냐는 물음에 우린 즉각 ‘언론의 자유’로 뜻을 모았다. 그만큼 이 시대의 언론은 위태로워 보였고, 도저히 신뢰할 수 없었다. 정권에 기생하며 언론의 핵심인 진실성과 공정성을 저버린 공영방송과 보수언론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몇몇 대안언론이 시도하고 있었다. 우린 그 미약하지만 유의미한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해직언론인이나 대안언론 관계자를 초빙하여 토크콘서트를 열자는 의견, 중고물품 시장을 열어 이윤으로 남긴 돈을 대안언론에 기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시민들이 현재의 언론 상황이 처한 심각성과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었다. 또한 대안언론이 아직 널리 홍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동의하여 우린 언론문제를 의식화하고 공론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UCC를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배포하고, SNS를 이용해 언론 상황에 대한 자료와 정보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게 주된 활동 계획이었다.

UCC는 최근 한창 인기 있는 악동뮤지션의 ‘매력 있어’를 개사해서 오디션 형식으로 만들었다. 같이 머리를 싸매며 가사를 바꾸고 콘티를 짜면서 이 친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정말 즐거웠다. 어려울 것 같았던 개사 작업과 콘티 구상은 금세 끝났다. 그 다음, 반주에 맞춰 우리가 개사한 노래를 녹음했다. 키를 맞추는 게 어려워서 처음엔 애를 먹었지만 이내 곧잘 불렀다. 녹음한 노래는 듣기 좋았다. 생각보다 개사도 잘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콘티는 이런 식으로 짰다. 방송 3사를 심사위원으로 놓고 현재 언론 상황을 비판하고 대안언론의 의미를 되새기는 노래를 부르는 두 명의 오디션 참가자를 등장시켰다.

 

노래가 끝난 후 심사위원인 방송 3사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며 이들을 탈락시킨다. 영상을 찍으면서 친구들이 지닌 의외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의 유머를 첨가한 설정이었지만 작금의 실태와 부합하는 면이 적지 않았다.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로서 공영방송이 가지는 위치와 영향력은 막강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이 TV를 통해 주요한 정보를 얻는다. 공영방송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양질의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 언론이 주입하는 잘못된 관점과 시선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편협한 상태로 굳어진 대중의 인식틀은 새로운 주장, 색다른 의견을 수용할 여백마저 잃고 만다. 사회를 다채롭게 만들어줄 다양성은 사라지고 획일적인 도그마가 팽배하게 되는 것이다.

UCC를 완성한 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우리가 그동안 모은 여러 자료들(방송 3사와 조중동의 편파 보도 및 친정권 보도의 예, 지역 대안언론, 대표 대안언론, 외국 대안언론의 선례 등)을 올렸다. 우리가 만든 UCC를 본 시민들이 이 공간에 들어와 더 심도 있는 자료를 습득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또한 이러한 우리의 활동에 보다 더 큰 신뢰감을 주기 위하여 대표적인 언론 관련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영수 대외협력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불합리한 언론 환경과 직접 맞닥뜨리고 있는 활동가와의 대화는 언론탄압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단 하나의 진실은 없다고 믿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회의와 의심이 만연해있다.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허울일 뿐, 제각각의 정치논리와 이익 추구에 따라 편집과 보도의 내용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우린 언론을 통해 분명한 진실에 도달할 수 없는가. 난 우리 모두가 한 가지에 있어서는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고 위치가 달라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이 상이하다고 해도 분명히 이 세상엔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며 그 점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선 무수한 요인이 얽히기 때문에 인간은 아주 단순한 도식인 인과 관계로 상황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앞에 벌어진 현상이 단 하나뿐이며 우린 그것의 실체를 바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엔 동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지식은 불가능하며 지식을 기반으로 한 소통 역시 불가능할 것이다. 이 지점에 언론의 역할과 의미가 있다. 언론은 대중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집단이다. 지식은 최대한 객관을 지향해야 한다. 설사 순수한 객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언론처럼 뻔뻔스럽게 대놓고 사실을 오도하고 대중의 시선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려는 작태는 언론의 존재의미를 폐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시도한 작은 노력들이 언론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시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언론이 제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고 있는지 언제나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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