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15-04-09   6212

또래들처럼 놀고 싶은 16세 소녀, 머리를 삭발했습니다

참여연대 자원활동도 하고 있는 16세 소녀 전서윤.

찰랑거리는 긴 머리가 예뻤던 친구가 삭발을 했습니다. 여느 또래들처럼 이쁘게 단장도 하고 싶고 벚꽃 구경도 하고 싶다는 이 친구가 왜 삭발까지 했는지 함께 읽어주세요.

 

내 엄마, 아빠들이 그만 슬퍼하게 시행령을 다시 만들어 주세요

– 전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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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상황실에서 스텝으로 활동하고 있는 16살 홈스쿨러 전서윤이라고 합니다.

 

제 소개와 함께 저의 세월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작년 5월부터 시청광장에서 ‘애도와 성찰의 벽’이라는 세월호와 관련된 활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때, 엄마, 아빠들 곁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8월 말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단식을 하며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는 처음 왔고, 작년 9월 추석 연휴 첫날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자원활동을 했습니다. 추석연휴 첫날부터 아버님들과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청운동사무소 앞 농성장에 계시던 어머님들과도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도, 청운동 농성장에서도, 엄마, 아빠들이 하시는 말씀은 모두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 언니, 오빠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고, 잠시나마 잡생각이 안 들기를 바라며, 바느질을 하십니다. 현수막에 있는 언니 사진을 보며 우시기도 하십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여쭈니, “내 아들”이라고 말씀도 하십니다. 아이스크림을 드실 때도, 아들이 좋아했던 아이스크림이라며 드셨습니다.

 

항상 저를 딸 같이 여겨주셔서인지, 저도 제 엄마, 아빠만큼 가족 분들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 좋아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 제 엄마, 아빠들이 너무 슬퍼하고 힘들어 하십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시고, 뒤에서 눈물을 흘리십니다. 유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도보행진을 해야 하고, 삼보일배를 해야 하고,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절규를 하십니다. 저는 그런 엄마, 아빠를 보면 너무 서럽습니다.

 

지금 엄마, 아빠들은 시행령 때문에 삭발을 하셨고, 한숨을 내쉬고, 눈물을 흘리십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에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조사한 결과를 다시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밝히라고 합니다. 가해자와 친한 사람이 진실을 규명하고, 모든 것을 관리하게 합니다. 이것이 엄마, 아빠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입니까? 이것이 진실을 인양하는 것입니까?

 

얼마 전 저는 삭발을 하였습니다. 엄마아빠들과 함께 있으니,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에서 잘랐습니다. 끄나풀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엄마, 아빠들이 그만 슬퍼하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잘랐습니다. 엄마, 아빠들이 그만 슬퍼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자르고 단식을 해야 합니까?

 

어제 저는 학생들이 철없이 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보다 한, 두 살 더 많아 보였습니다. 저도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고, 거리를 걸으며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고 싶습니다. 머리를 땋아 예쁘게 꽃단장도 해 보고 싶습니다. 어설픈 화장을 하여 벚꽃구경도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꽃만 보면 마음이 아린데, 엄마, 아빠들이 생각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옳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맘 놓고 철없이 놀 수 있게, 엄마, 아빠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시행령은 대통령이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청와대에 계신 분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발, 내 엄마, 아빠들이 그만 슬퍼하게 시행령을 다시 제대로 짜 주세요. 진상규명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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