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4-17   1332

<안국동窓>수협의 ‘불량급식’ 범죄

지난 4월 12일 아침,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분노의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업체인 수협중앙회 급식사업단 서울ㆍ경기ㆍ천안 지역 22곳 영업점장들의 ‘2004년 클레임 일지’가 보도되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방학기간을 뺀 2004년 8개월 동안 수협중앙회는 각급 650여 학교에서 409건의 항의ㆍ시정요청(클레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내용은 그야말로 참담한 것이다.

– 생선살이 상해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신선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102건

– 녹슨 못, 파리, 집게벌레 등 각종 이물질이나 벌레가 나온 것에 대한 항의 72건

– ‘요구한 조건 부적합’ 173건

– 냉동 불량 15건

– 원산지 다름ㆍ엉뚱한 제품 등 47건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통북어 아가미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교사가 못을 씹어 이를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영업점장들은 2004년만이 아니라 2005년에도 마찬가지였으며, 개선해 달라고 항의해도 소용없다고 밝혔다. 도대체 이게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의 수협이 어떻게 이 모양일 수 있는가? 도대체 수협은 뭐 하는 곳인가?

같은 날 수협중앙회 급식사업단은 홈페이지에 ‘수협 학교급식 관련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라는 글을 올렸다. 국정홍보처를 통해서도 널리 유포된 이 ‘설명자료’는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수협의 단체급식사업 초기부터 영업점을 운영하면서 실적이 부진하여 2005. 6월말 퇴출된 모 전 영업점장이 수협과 경쟁사업을 하고 있는 모 수산회사의 개인 대리점장으로 활동하면서 본인의 학교급식 영업이 불리하자 수협을 음해할 목적으로 과거 수협 영업점장으로 활동할 당시의 영업점 자체작성 클레임일지(영업점총괄자료)를 2004년말 영업점 직원으로부터 가져간 후 분실했다면서 돌려주지 않고 있다 하며, 동 자료를 본인이 잘 아는 모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됨.

○ 클레임일지 내용은 대부분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를 메모한 수준으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으며, 중앙회는 학교급식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옴으로서, 이제는 급식학교를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 및 모니터링 결과 우수한 품질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음

사실 수협은 ‘우수한 품질을 공급하는 기관’인데 퇴출된 전 영업점장이 ‘수협을 음해할 목적으로’ <한겨레신문>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협의 ‘설명자료’는 여러모로 미덥지 못하다. 만일 수협의 ‘설명자료’가 진실이라면, 퇴출된 전 영업점장은 물론이고 <한겨레신문>도 보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수협중앙회 급식사업단은 ‘설명자료’의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수협중앙회에서는 우리 수산물의 소비 촉진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수산물에 대한 식습관 개선을 위하여 1999년 3월부터 학교급식사업을 실시하여, 2006년 4월 현재 수도권 675개교를 대상으로 학교급식사업을 실시하고 있음.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수협중앙회는 ‘우리 수산물의 소비 촉진’과 ‘어린이들의 수산물 식습관 개선’을 목적으로 내걸고 수산물 유통업을 하고 있다. 현재 수협중앙회는 국내 1위의 수산물 유통업체이다. 그런데 수협중앙회는 원산지를 속여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수협중앙회의 해명은 ‘발뺌’일 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또한 밝혀진 ‘불량급식’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는커녕 ‘음해’라는 ‘설명자료’를 발표해서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여러 증거와 증언을 ‘음해’로 돌리는 수협의 ‘발뺌 행태’ 자체가 수협을 믿을 수 없게 한다. <한겨레신문>은 4월 15일자 사설에서 수협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많은 직영 급식 학교들은 민간업체보다 납품단가가 훨씬 비싼데도 수협과 거래했다. 아이들한테 안전하고 신선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수협의 급식사업 매출은 5~6년 새 네 배나 불어났다. 이번 일은 이런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를 무참히 짓밟은 행위다.

수협은 1937년 5월에 설립된 조선어업조합을 모태로 해서 1962년 4월에 현재의 수산업협동조합으로 발족했다.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서 ‘사회적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수협은 이런 목적을 아무래도 잊은 것 같다. 수협은 ‘믿음과 신뢰’를 악용하는 상술을 펼쳤던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협은 ‘신뢰’라는 귀중한 사회적 자본을 파괴하는 잘못을 확대재생산하고 말았다.

이 나라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농협과 수협이 실제로는 도시민을 상대로 하는 금융기관에 가깝다는 사실은 이미 자료로 밝혀져 있다. 농협의 개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수협도 마찬가지이다. 부실한 수협을 정상화하기 위해 1조원의 혈세를 들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의 어린 미래들에게 극히 불량한 식료품을 제공한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음해’를 주장하는 수협은 정녕 국민이 내쉬는 깊은 분노의 한숨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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