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4-25   1799

<안국동窓> 토건국가를 넘어서 생태복지사회로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한지 어느덧 20년이 되었습니다.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난 참혹한 사건이었지요. 핵발전소가 얼마나 무서운 시설인가를 이 사건은 잘 보여줬습니다. 한국의 핵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체르노빌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군요. 핵발전에 관한 한국의 찬핵세력의 수준은 아무래도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이 사고는 우리에게 핵발전을 버리고 안전사회로 나아갈 것, 그리고 엉터리 사회체계를 바로잡을 것을 가르쳐줍니다. 우리는 ‘생태복지사회’라는 말에 이런 목표를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라고 말합니다.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갈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성장 자체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지를 확충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득권세력은 우리가 아직 그럴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경제력에 관한 자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반생태적 복지사회가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복지사회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오늘날 한국의 경제는 개발독재를 통해 형성된 반생태적 경제입니다. 이 때문에 엄청난 세금이 자연을 파괴하고 양극화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새만금갯벌을 죽이는 일에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20여년 동안 매년 비슷한 규모의 돈을 계속해서 새만금갯벌을 죽이는 일에 퍼부을 계획입니다. ‘토건국가’의 문제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것은 없습니다. 만일 이 많은 돈을 복지예산으로 돌린다면, 한국은 지금이라도 당장 세계적인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자연을 살리는 것은 ‘토건국가’의 문제를 바로잡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둘째, 오늘날과 같은 생태위기의 시대에 자연을 돌보는 것은 그 자체로 복지를 확충하는 것입니다. 자연이 파괴된 곳에서 인간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생명들의 텃밭인 새만금갯벌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나긴 시멘트 둑으로 막아 죽이는 것은 자연을 존중해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에 이르렀지만, 환경의 질은 세계 100위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파괴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이미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복지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서구에서는 이미 자연의 보호가 복지의 핵심적 내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이런 서구의 예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새만금 죽이기는 복지국가의 꿈을 죽이는 것이며,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짓밟는 것입니다.

세째, 세계적으로 생태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오염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만 각종 자원의 고갈은 현재의 파괴적 경제도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도록 할 것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경제성장을 통한 복지의 확충이라는 것은 이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오직 생태적 복지사회만이 우리가 이룰 수 있고, 또한 이루어야 하는 실질적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경제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경제입니다. 공업과 자본의 위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도시지역에서 이런 경제를 다양하게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모아서 사회 전체의 생태적 전환을 추구해야 합니다. 생태복지사회는 이러한 생태적 전환의 전망을 품고 있습니다.

세계에 자랑할 자연자원인 새만금갯벌을 죽이기 위한 물막이 공사가 끝났습니다. 세금을 탕진해서 자연을 파괴하여 부를 챙기는 토건세력은 ‘만세’를 불렀습니다. 앞으로 20년도 넘는 세월 동안 더 많은 세금을 탕진해서 부를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선진국’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좁아졌습니다. 그러나 생태복지사회는 시대의 흐름이요, 역사의 요청입니다. 결국 토건세력은 저 너머로 사라질 것입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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