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4-26   883

<경제프리즘> 변화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재벌을 원한다

불법 로비를 위한 비자금 조성,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재벌총수, 대국민 사과와 사재 출연이라는 구태 의연한 재벌 시나리오가 국민들에게 재생되고 있다.

왕자의 난 이후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물려받고,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여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로 키워온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비자금과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 검찰의 수사에서 밝혀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여러 비리들은 총수의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불법행위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 재벌의 부정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우리 재벌 회사들은 재탄생 하였으며,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제 강산도 한번 변한다는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과거 재벌들의 고질적인 병폐인 비자금 조성과 불법적인 로비,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왜인가? 결국 재벌들은 진실로 변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사회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벌들의 변화 거부에 대한 경고는 이미 시민단체나 주식시장에서 여러 차례 있어 왔다. 현대차그룹의 경우에도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실적을 올리는데 공헌을 하고 있지만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한 순환출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여러 비상장회사를 소유하고, 다른 우량계열사나 상장회사를 통해서 그 회사를 지원하고, 성장시켜 결국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계열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마련의 자금창구로 만들어왔다. 이러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지만 현대차그룹은 변화를 거부하였으며, 결국 검찰의 수사로 정몽구 회장 부자가 형사처벌에 직면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문제는 단순히 정몽구 회장 일가에 대한 형사처벌과 사재출연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권이나 지배구조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한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여전히 우리경제에 부정적인 요소로 남아있을 수 있다.

실질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이 없다면 재벌총수 일가들은 형사처벌을 받고 나서도 여전히 상장계열사의 자금이나 이익을 유출하여 총수개인회사를 지원할 것이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제2, 제3의 글로비스를 만들 것이다. 오히려 검찰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서 기업의 투명성은 더욱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정몽구 회장일가의 사재출연 발표를 보더라도 현재 닥친 형사처벌을 감면 받기 위한 것이며 진정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정몽구 회장일가는 비자금창구이자 경영권승계의 자금원으로 지목된 상장회사의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였지만 그 상장회사의 주가는 정회장 일가가 회사를 포기한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져 폭락을 했고 주주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안겨주었다. 정몽구 회장이 얻은 이익은 모두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희생과 지원 하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정몽구 회장 마음대로 사회에 환원하고 처분할 성질의 재산이 아니라 모두 계열사에게 귀속되어야 하며, 이 경우 그 회사는 현대차와의 사업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여전히 정몽구 회장 일가나 현대차그룹 경영진들은 지배구조개선과 진정한 변화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책임하고,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는 악수를 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재벌회사들의 지배구조개선 보다는 성장을 위해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배구조개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금융과 산업의 분리정책 등 재벌개혁정책이 국민경제와는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외국인주주들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라 보는 여론도 많다.

그러나 내가 투자한 회사가 재벌총수의 배를 불려주거나 사금고로 사용된다고 생각을 해보자. 내가 납부한 연금이나 보험료가 재벌 총수의 아들의 경영권 승계나 불법정치자금을 위해 사용된다고 상상을 해보자. 아니 이것은 지금 여러분이 체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재벌총수의 경영권을 보호해 주거나 이들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려는 모습들은 진정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김선웅 (변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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