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5-15   657

<경제프리즘> 정몽구 회장 구속에 대한 부당한 비난

불법의 엄단은 경제를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구속을 두고 왜 이리도 말이 많을까?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물론 한국일보,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가 검찰과 법무부 장관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언론계에 대한 재벌총수의 영향력을 실감하고도 남는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첫째,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구속해서 나라 망하는 꼴 보자는 거냐. 둘째,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한 것과 형평에 어긋난다, 셋째, 도주우려와 증거인멸 걱정도 없는데 구속한 것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정권에 대선자금을 한나라당의 10%도 안 주었기 때문에 보복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나같이 뚜렷한 근거 없이 주관적인 ‘가능성’만으로 논리를 비약시키고 있다. 그중에는 법률전문가의 전혀 비법률적인 글도 있다(<한국일보> 4월28일치). 그는 검찰이 환율하락, 유가급등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과 경제 사이에서 법을 선택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 회장을 불구속한다고 하여 내려가던 환율이 올라가거나 올라가던 유가가 떨어질 리 없다. 기아차의 주가는 오히려 올라갔다. 기업과 국가의 신뢰도는 기업범죄를 엄단하지 않고 방치할 때 추락한다. 투자금이 재벌총수의 비자금으로 빠져나가는 기업과 국가에 투자할 얼빠진 투자자가 어디 있겠는가.

법을 지키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법과 경제’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한 것과 비교하여 법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의 법 상식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강 교수의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인터넷에 올린 단 한 편의 글이고, 그는 현재도 대학에 출강하며 단 한 번도 검찰 소환에 불응한 적이 없다. 반면 정 회장의 혐의는 기업의 모든 장부와 현금흐름을 살펴야 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 혐의를 부정한다는 사실을 통해 20명이 넘는 다른 혐의자들과 입을 맞출 우려가 인정된다. 또한 소환에 임박하여 이미 취소된 행사를 위해 외유하기도 하였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는 정 회장 자신이 이미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확대하려면 우선 구속사유가 분명한 경우 구속을 엄격하게 집행해야만 한다. 정 회장 구속을 노 정권의 보복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증권가 찌라시’에서나 어울릴 법한 논리비약이다.

그 밖에 장기표씨(블로그 ‘한국경제 이래야 산다’ 5월1일)나 손학규 경기지사(<머니투데이> 4월28일)의 주장이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이라고 비난하는 재계의 주장(<연합뉴스> 4월27일)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를 ‘빈대’라고 지적하는 데 이의는 없으나, 정 회장 구속 조처는 ‘초가삼간 구하려고 빈대를 구속한 것’에 불과하다. 침소봉대가 지나치다.

사실 형사법 집행 과정에 불과한 ‘구속 여부’를 두고 이처럼 논란을 일게 한 데는 구속을 형벌의 수단으로 삼아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구속을 남발해온 과거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게다가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하여 당분간 경제사범 수사를 자제하라”는 최근 검찰총장의 발언(5월1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확인되듯이, 재벌 비리와 관련한 수사를 할 때마다 검찰 수뇌부에서 튀어나오는 ‘경제위기론’이 이런 부당한 비난을 자초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검찰을 비판하려면 이런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 불법의 엄단은 경제를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길이다.

* 이 칼럼은 <한겨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송호창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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