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5-24   1389

<안국동窓> 지방선거와 지역민주주의

제4기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 곳곳에 후보들을 알리는 포스터며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내걸렸다. 후보들의 공약을 시끄럽게 선전하는 차량들이 거리 곳곳을 누비고 다니고 있다. 가히 ‘선거 공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세상을 이렇게 어지럽고 시끄럽게 만들다니. 그렇다고 세상이 더 좋아지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지역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과연 지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삶의 자리’이다. 지역이 망가지면 우리의 삶이 망가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역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오랜 고도성장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의 지역은 단순히 경제의 한 요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듯 고도성장의 시대를 지나며 망가진 지역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역에서 살고 있다. 지역은 지방과 다르다. 지방이 중앙과 대비되는 개념이라면, 지역은 전국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지방도 중앙도 하나의 지역이다.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지역에서 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적 사고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공간적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지역이라는 공간을 잘 보살펴야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우리는 오늘날 전국적 차원을 넘어서 지구적 차원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지구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역이라는 공간은 너무 협소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교통이 발달하고 교역의 범위가 확대되어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정한 넓이의 공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이란 이렇듯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일정한 넓이의 공간을 가리킨다. 공간적 존재로서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948년의 건국 이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 그 결과 마침내 199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은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고, 이제는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후후발 민주주의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상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취약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단적인 예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이다. 또한 지역의 민주화가 크게 미흡한 상태에 있다는 것도 그 중요한 예이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지역은 무엇보다 경제의 한 요소로 파악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지역은 주권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구체적인 장소로 파악된다. 개인이 지역 단위에서 사회계약을 통해 정치체를 형성하고, 이 정치체들이 전국적으로 연결되어 국가를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이제까지 민주화를 주로 중앙권력의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파악했다. 그러나 이제 관점을 크게 바꿔야 한다.

민주화는 단순히 독재권력을 민주권력으로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독재권력은 가장 강력한 중앙집중권력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독재권력은 지역의 민주화를 억눌러서 민주주의의 공간적 기초를 크게 훼손했던 것이다. 따라서 온전한 민주화는 독재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지역의 민주화라는 이중적 과제를 안게 된다. 박정희 군사독재에 의해 완전히 철폐되었던 지방선거의 역사 자체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민주화에 따라 1994년에 지방선거가 되살아났으나 아직도 그 상처는 깊기만 하다.

2006년 2월에 발표된 감사원의 지방자치 감사 결과를 보면, 많은 자치단체들이 그야말로 썩어 문드러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2002년에 선출된 제3기 단체장의 경우 뇌물수수,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비율이 무려 31.5%에 이르렀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토호를 중심으로 한 부패와 범죄의 복마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보면, 후보의 10% 이상이 폭력사범, 파렴치범, 경제사범 등의 전과자들이며, 대다수 후보들이 지역을 파괴할 각종 개발공약들을 요란하게 내세우고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그토록 실망스럽게 만든 이유는 상당한 정도로 지역의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역민주주의의 실태를 보면 한국은 여전히 민주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게 된다. 총선연대 식의 적극적인 지역민주화운동이 절실하다. 이제 지방선거시민연대에서 광역후보들의 정책평가를 마쳤다. 부디 이런 활동의 결과로 지역민주주의의 돌파구가 열리기를.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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